심오한 태권도 정신에 빠져봐!
  • 김준성
  • 승인 2019.02.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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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란 ‘길을 인도해주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합니다. 흔히 가이드로 대체되는 단어인데요. 이번 학기 문화부는 직접 길잡이가 돼 교환학생과 한국 문화를 체험합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문화가 교환학생에겐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번 주 길잡이와 교환학생은 한국 전통무술인 태권도를 체험했습니다. 태권도 도장에선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그 생생했던 순간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준비되셨나요? Let’s go!

 

 

 

태권도 동작에 깃든

가치관을 배우다

실전 발차기도 YES!

 

 거리를 걷던 도중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린다. “한 줄로 서야지. 차렷! 인사!” “감사합니다!” 태권도 학원 승합차에서 내린 아이들이 사범님께 인사하고 있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태권도를 배워봤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태권도는 국민 무술에 속한다. 또한 태권도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스포츠로 가맹국만 무려 총 208개국이다. 유단자도 대략 900만명 가까이 된다. 총 214개국이 가입한 국제축구연맹 FIFA와 비교해 봐도 태권도가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세계인의 스포츠로 성장한 태권도에 외국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중국, 브라질 유학생과 함께 태권도장을 방문했다. 

 

  도장에 들어서니

  “환영합니다. 들어오세요.” 국기원 전속 외국인 지도 사범인 강성권 사범이 반겨준다. 도장 입구 앞에는 흰색 도복 네벌이 놓여 있다. 도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하얀 띠를 건네받는다. 순간 옛 기억을 떠올려 소싯적 ‘밤띠’였음을 항변한다. “그래요?” 강성권 사범이 넌지시 웃으며 밤띠를 찾아 직접 매준다. 

  스트레칭을 한다. 손을 털고 무릎을 돌려놔야 부상 위험을 덜 수 있다. “한국인 이름이 세글자인 이유를 아시나요?” 한창 몸을 풀고 있을 때 강성권 사범이 말문을 연다. 다들 물끄러미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천지인(天地人)’ 각각의 정신을 이름에 녹였다고 해요. 성은 ‘하늘’을, 중간자는 ‘사람’ 간 교류를 뜻해요. 마지막 자는 이 ‘땅’에서 의미 있게 지내라는 소망을 의미하고요.” 강성권 사범은 태권도 역시 천지인 정신과 연관된다고 덧붙인다. ‘태권도’ 세글자에  발과 몸통 그리고 정신이 일치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 온 나타샤 학생(언어교육원)은 한국의 이름에 관한 설명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이름을 정하는 방식이 재밌네요. 각 글자의 조화를 고려할 만큼 한국인은 이름에 많은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 같아요. 열글자도 넘는 브라질인 이름보다 짧은 한국인 이름이 기억하기에도 수월해 보여요!” 

 

  동작에 담긴 심오한 의미

  태권도 동작은 태극문양이 갖는 세계관을 함축한다. 태극기 속 태극문양은 음과 양이 맞물려 돌아가는 형상을 띤다. ‘주먹지르기’가 이를 본뜬 동작이다. 강성권 사범이 팔을 다 뻗을 때쯤 주먹을 빠르게 뒤집는 시범을 보인다. “이때 중요한 건 회전이에요.” ‘휙휙’ 도복에서 나는 소리가 무척 매섭다. 이어 차례가 돌아온다. “어이!” 단전호흡 구령에 맞춰 양쪽 주먹을 번갈아 가며 내지른다. 거울을 통해 일행 표정을 엿보니 모두 점차 빠져드는 모양새다. 

  태극문양 분리선이 위아래로 파도치는 모습은 힘의 강약을 의미한다. “자, 따라 해 보세요.” 강성권 사범이 돌려차기 기본 스텝을 보여준다. 서 있는 자세에서 무릎을 세운 뒤 비스듬히 몸통을 돌리며 발을 측면으로 걷어차는 모습이다. “발을 내딛으면서 몸의 중심이 앞으로 이동하죠? 이는 태극의 한쪽 끝이 커지는 형상과 의미가 통해요.” 공격과 방어가 맞물리는 태권도는 작용 반작용 원리도 포함한다. 음과 양의 상호 보완적인 특징을 담은 동작이 많은 이유다. 

  중국에도 음과 양을 이용하는 무술이 있다. 중국 전통무술인 우슈의 세부 종목 ‘태극권’이다. 중국에서 온 담윤니(31)씨는 태권도에 담긴 의미를 듣고 놀라움을 전한다. “태극권처럼 태권도에도 음과 양 기운이 담겨 있어 신기했어요.” 옆에서 잠자코 듣던 왕사월 학생(경영학부 4)이 덧붙인다. “중국에서는 아침마다 노인들이 공원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는 편이지만 젊은 층은 외면하고 있어요. 태극권 동작이 굼떠 보이거든요. 반면 동작이 제법 빠른 태권도 도장은 중국 내에서도 많아지고 있죠.” 이에 질세라 나타샤 학생도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를 설명한다. “카포에이라는 주로 해변에서 이뤄져요. 둥글게 모여 노래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 명이 나와 겨뤄요. 모두가 함께 즐기는 분위기예요. 태권도보다 동작도 부드러운 편이고요.”  

 

  실전에 강한 우리

  “이제 라텍스 밴드를 발목에 끼우고 다리를 앞뒤로 쭉쭉 뻗어보세요.” 강성권 사범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댄스음악을 튼다. 발차기 체험에 앞선 근력 강화를 위해서라지만 아프다. 도장에 곡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여기저기 웃음보가 터지고 만다. 왕사월 학생에게 눈짓으로 괜찮은지 물어보자 씩씩한 대답이 돌아온다. “조금 힘들지만 재밌어요. 은근히 ‘꿀잼’인데요?”

  강성권 사범이 발차기 연습 시 사용하는 ‘태권도 미트’를 양손에 착용한다. 그리고 난 뒤 무릎을 가리키며 무릎 동작의 중요성을 전한다. “접은 무릎을 펼 때까지 해당 공격기술이 뒤차기인지 옆차기 혹은 돌려차기인지 상대방은 헷갈릴 수 있어요. 마냥 다리를 쭉 뻗는 게 아니라 발차기 전 무릎을 굽히는 동작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예요.” 한줄로 서서 한명씩 앞으로 나와 태권도 미트를 걷어찬다. 왼쪽과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 높이 올려본다. 그 순간 도장에 소리가 울려 퍼진다. ‘팍!’ “오, 태권도 후예로 양성할 기질이 보이는데?” 힘찬 왕사월 학생 발차기에 강성권 사범의 진심 어린칭찬이 이어진다.

 

 

  강성권 사범은 이어 호신술에 적합한 ‘바탕손 턱 치기’ 기술을 보여준다. 낯선 사람이 접근할 때 주먹을 쥐어 상대방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설명도 함께 덧붙인다. “손바닥을 펴 공격 의지가 없음을 보여줘야 해요. 상대방과 간격 유지는 필수고요.” 그래도 상대방이 계속해서 접근해 온다면 기억하자. 팔을 쭉 뻗어 손목 관절과 손바닥이 연결되는 부위로 그대로 상대 코를 가격하면 된다.

 

  바야흐로 17년 만의 격파  

  마지막 순서는 대망의 ‘송판 격파’다. 방금 배운 바탕손 턱 치기를 실전에 옮겨본다. “어이!” 격파를 마친 담윤니씨가 서둘러 돌아가려 하자 강성권 사범이 다급히 불러 세운다. “인사, 인사!” 태권도 동작 시작과 끝에 90도 인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성권 사범은 이에 대해 태권도는 수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태권도는 항상 예의에서 시작해 예의로 끝나요. 무술에 예의가 없다면 그건 수련이 아닌 싸움박질 밖에 될 수 없죠.” 이어 강성권 사범이 유일한 한국 수강생에게 특별히 내려찍기 격파를 요구한다. 지난 8살 이후로 꼭 17년 만이다. “어이!” 힘찬 기합과 함께 발뒤꿈치가 송판을 두 동강 낸다. 그저 얼얼하기만 하다. 

  “여러분이 한국 문화와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와 철학, 몸 쓰임이 깃든 태권도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강성권 사범은 이어 국가 간에도 태권도 정신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국가 간에 벌어지는 분쟁은 결국 서로 더 많은 밥그릇을 챙겨가기 위해서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각 나라가 태권도 정신을 배워 자신만 치켜세우기보다 서로 도와주고 상생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프로그램이 끝날 시간이다. 강성권 사범이 알아본 태권도 후예 왕사월 학생에게 프로그램 참가 소감을 묻는다. “아무래도 발차기가 가장 재밌었어요. 그저 쉬운 동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요령이 필요한 동작이더라고요.” 나타샤 학생은 특히 태권도 동작마다 가치관이 담겨있는 점이 인상 깊다고 전한다.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태권도 정신과 사범님이 알려주신 태권도 설명 모두 흥미로웠어요.” 

  “마지막으로 기념촬영 한 번 할까요?” 기자 제안에 모두 ‘OK’ 신호를 보낸다. 두 주먹을 쥔 채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하나 둘 셋!” “어이!” 힘찬 기합소리가 도장 가득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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