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오랜 숙원인 '통일'은 언제나 정치, 경제 부문의 전유물이었다. 더구
나 작년말부터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말미암아 통일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기존의 시각과 달리해 중대신문 문화부에서는 문화부문에 중
점을 두어 통일담론을 조망해 본다. 특히 청년의 시각으로 기성세대 통일
문화운동을 비판하면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통일문화운동의 추이를 분야
별로 소개한다. 아울러 새정부 출범을 맞아 통일담론이 부재해 가고 있는 학
내에 통일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 낼 계기로 삼는다 <편집자 주>

세상이 바뀌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 우리가 바라던 민주정부에 가장 가까운 정통성 있는 권력이 들어섰다. 민
족분단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던 시대에서 남북을 서로 인정하고 평화적이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바람직한 통일관을 지닌 권력 아래 사는 세상이 되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 전 세계가 부도 위기의 궁지에 몰린다 할지라도
문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민중의 요구는 드높아 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21세기에서 조차도 문화를 선도하고 시대의 인간문제와 인간의 이상과
무한대로의 상상력을 추구하는 꿈의 무대가 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의문점에
도 불구하고 영화의 힘과 영화의 가능성은 문학이 그랬듯이 민중의 창조성을
바탕에 두고 수없는 내용과 형식의 길항과 상보를 거듭하며 발전해 나갈 것
이다.21세기는 통일의 시대이다. 남과 북은 정서적 이질감보다는 공통점이
많은 하나의 민족이다. 북한은 최고 통치자가 영화연출가 출신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부작 예술 영화 `민족의 운명' 연속 편을 비롯한 영화를
통한 그의 통일 구상은 `국가 전체의 예술 역량을 쏟아 부었다'라고 해도 과
언이 아닐 만큼 집요하다.

또한 북한의 영화 집단은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의 엘리트 집단으로 포진되어 있으며 영화문학, 연출, 배우, 영화음악,
영화미술, 촬영, 창작기지, 보급과 배급, 영화이론 등에서 많은 영화집단을
형성하고 있다.그러나 낙후한 촬영기자재, 영화창작의 자유제한, 당-문예총
-창작집단으로 이어지는 작품심의 체계 등으로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극히 제
한되어 있는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남북교류협력시대, 문화의 시대, 통일의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 환경 속에서 우리 청년들에게 통일영화운동은 지금까
지의 모색을 바탕으로 새로운 자기 물음과 실천을 위한 새로운 과제가 부여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청년들이 주도한 통일 영화운동의 양태는 크게
△북한 바로 알기를 위한 북한영화상영 투쟁 △독립영화제와 지역단위 통일
영화제 △감상위주의 영화 소모임 운동 △초보적 형태의 영화창작 모임
△영화 연구소 및 진보적 영화잡지 발간사업 등으로 묶을 수 있다.그러나 국가
보안법과 안기부법 등 분단 이데올로기의 제한 속에서 청년들은 영화운동의
올바른 방향을 상실하고 자본과 기자재의 절대적 빈곤, 대중과의 만남 공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영화진흥법과 공윤심의의 가위질 앞에 창작조건,
세계관, 창작방법 등 모든 부분에서 철저히 포위와 압박을 받아 운동의 뿌리
내리기에 좌절과 낙망의 부침을 계속하여 온 실정이다. 진보적 형태의 인권
영화제등은 정부의 집요한 탄압을 피할 길이 없고 다국적 영화기업들의 국내
영화시장 잠식은 그나마 봉건적 도제형식의 한국영화 산업의 생존마저 위협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 현실만 탓할 수 만은 없다. 통일
영화운동의 자기 정체성 확립을 위한 다섯가지 물음은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
기 위한 어눌한 화두가 될 것이다.올바른 민족영화관을 정립하였는가-영화는
종합예술이며 현대 예술의 총화적 형태의 예술갈래이다. 민족영화는 민족이
자주성을 지키고 온전하게 회복하는 우리 민족의 넋이요 생명선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다국적 영화기업에서 내뿜는 유럽 미국중심주의 영화에 매료되
어 있으며 `볼만한 우리 영화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민족영화관을 정립한
다는 것이 외국의 우수하고 감동적인 영화를 무조건 배척한다는 것과는 인연
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러나 `서편제'의 예술성과 `투캅스'의 통속성,
`남부군'의 자력갱생,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군중성, 영화인 심형래의
계속혁신정신, `접속'의 참신성은 대중적이고 폭넓은 우리 민족영화관을 정
립하는 데서 법고창신하여야 할 주요 항목 들일 것이다.우리 시대 통일영화
운동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가-통일 영화운동이란 한마디로 영화를 가지고
남북민중의 정서적 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한 문예운동의 한 형태이다.

영화는그 직관성에 기초해 사람들의 정서적 감화에 강한 영향력을 주는 종합
예술의한 형태이다. 그 종합예술이라는 갈래의 성격상 영화창작운동은 영화연
출, 영화문학, 영화음악, 영화배우, 영화미술, 영화촬영, 영화자본을 비롯하여
영화제작, 영화배급망구축, 관중동원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모아져
야 실현 가능한 운동이다.따라서 연출가를 중심으로 모든 창조성원들은 `사
람사랑'의 정신아래 창작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을 이루어야 하는 고도의
사람사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통일영화운동은 통일문예운동의 꽃이
요 열매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 듯, 옻나무
에서 수액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야 하듯 `한편의 본보
기 작품' 창작을 중심으로 모든 힘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번 본보
기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어렵지 한번 창작을 하고나면 그 성과와 맺어진 인
간관계에 토대하여 더욱더 질 높고 발빠른 청년들의 통일영화를 창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작의 안정적 진행을 위해 가능한 모든 합법적 절차를
지켜내는 것도 우리 영화운동의 뿌리 내리기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실정임
을 감안해야 한다.청년 연출가를 꿈꿔 본 적이 있는가-연출가는 영화창작의
대장이다. 연출가를 꿈꾸는 것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원초적 본능이다.

연출가는 작품제작의 전과정에서 자기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그
첫걸음은 양심있고 열정있는 청년 영화인 집단의 대오를 실속있게 꾸리는 것
이다. 연출가는 대장이기 이전에 조직가이어야 하며, 조직가이기 이전에 실
력과 양심으로 창조성원들에게 매력과 감동을 주는 애증의 구심이어야만 한
다. 애증의 구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멀리 내다보고 큰 꿈을 간
직하고 서둘지 않으나 게으르지 않고 일 보다는 사람을 챙기는 과정 속에 창
조성원들 속에서 흑조개 뭍에 오르듯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한다.영화합평회
(감상회)를 청년답게 진행해본 적이 있는가-문예조직에서 합평회는 그 조직
의 일상모임을 매끄럽게 굴러가게 하는 바퀴와도 같다. 바퀴가 없으면 그 모
임은 굴러가지 않으며 굴러가지 않는 모임에 사람들이 모일 리도 없다. 모임
을 모임답게 만드는 기본은 사람중심, 창작중심의 합평회이다. 개인적으로
각자 집에서 비디오를 빌려서 보는 것보다는 함께 보는 것이 좋지만 각 모임
의 성격에 따라 모임시간, 장소 등을 고려해 실정에 맞는 영화합평모임을 진
행하는 것이 좋다.내가 통일부 장관이라면 통일을 위해 남북영화교류와 공동
영화제작사업을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역대 정권의
지도자들 중에서 현 대통령이 문화적 소양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편제' 주연배우의 주례를 설 정도로 영화에 대한 관심도 크다
. 그러나 정권은 대통령 한 사람만으로 그 성격을 규정지을 수만은 없다.

그를 통일시대에 이바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하기 위해서라도 남북영화
교류사업은 이산가족재회 만큼이나 중요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북한의 영화
는 `수령형상창조'를 중심으로 `주체사상의 교과서'로 활용됨을 감안한다면
지금 당장 전면교류의 실현은 미룰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남
과 북의 모든 민중이 민족고전으로 취급하고 있고 이미 남북에서 모두 영화
화된 `춘향이', `홍길동전', `임꺽정' 등으로부터 남북영화교류의 물꼬를 터
야하며 남과 북의 비정치성 아동영화의 교류실현은 더이상 미룰 아무런 근거
도 있지않다. 남북정부는 당장이라도 각 정부의 권한아래 남북민중의 정서적
통일을 위해서라도 민족 고전물에 대한 교차적인 TV방영 또는 영화관 개봉을
실현시켜야 한다.이상에서 필자는 통일영화운동을 위한 청년들의 다섯가지
자기 물음을 던졌다. 청년영화활동가, 배우지망생, 기술제작진 지망생, 영화
애호인뿐만 아니라 이 땅의 통일을 위해 우리 모두가 다다를 지점은 `넓은
품'을 갖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에 의한 통일, 돈에 의한 통일, 전쟁에 의한
통일은 더 이상 우리들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정서적 통일을 향해 우리 청
년들의 총체적 역량을 모아내는 길에 모두가 시대와 양심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누리가 열릴 것이다. 통일문예운동의 꽃이요 열매일 통일 영화 본보기 작
품의 창작의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것이 이 글의 처음이자 끝인 희망이다.

김태철 <문예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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