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평화를 전한 사람, 존 레논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2.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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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줘서 고마워 이매진 존 레논 展

‘좋은 전시, 열어줘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일상 속 사소함에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지 않나요? 느지막이 일어난 주말 아침이 주는 여유. 때마침 정류장에 진입하는 버스를 볼 때 안도감. 우리가 느끼는 일상 속 고마움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크고 작은 전시회에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죠. 이번 주 중대신문은   <이매진 존 레논>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고마움 가득했던 전시회를 둘러본 기자가 전하는 생생한 후기, 지금 시작합니다. (사진은 한가람 미술관 측으로부터 받았습니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전설 속 영국 밴드 ‘비틀즈’ 리더 존 레논이 작곡한 노래 ‘Imagine’의 가사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오는 10일까지 진행되는 <이매진 존 레논> 전시회는 인간 존 레논의 일생과 그가 주창한 평화 메시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가 자신의 삶에서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전시전을 통해 함께 들여다보자.

  끝으로 시작하는 전시

  탕탕탕탕탕! 5발의 총알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존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전시는 시작된다. 검은색 벽면에는 그의 죽음을 알리는 뉴스 보도 화면이 띄워져 있다. 바닥에는 스토르베리 필드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 스토르베리 필드는 존이 자주 찾던 센트럴 파크에 그의 사망 이후 조성된 추모 공간이다. 전시가 존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호 전시 감독은 존재의 소중함을 떠올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항상 곁에 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떠나갈 수 있잖아요. 영원할 줄 알았던 존재가 사라졌을 때 느껴지는 소중함을 말해주고자 했어요.” 평화를 노래하던 존이 맞이해야 했던 비극적 죽음을 곱씹으며 걸음을 옮긴다.

 

  불행했던 소년이 전설이 되기까지

  존의 어린 시절로 테이프를 되감아 본다. 이 공간은 존이 비틀즈를 결성하기 전 일상을 보여준다. 그리운 어머니와의 시절을 묘사한 노래 ‘Mother’가 귀를 사로잡는다. 존 레논은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해 이모에게 넘겨졌고 훗날 다시 만난 어머니는 음주운전을 하던 경찰차에 치여 숨졌다. 그러나 피고인은 경찰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때부터 존은 가슴 속 깊이 저항정신을 새겼다. 당시 기득권에 저항하던 영국 젊은 층이 즐겨 입은 ‘테디 보이’ 패션을 입은 존의 사진을 여러 장 볼 수 있다. 재킷을 걸치고 딱 붙는 바지를 입은 존의 모습이 눈에 띈다. 

  캐번 클럽에 들어선다. 비틀즈가 하루에 두 번씩 공연을 하면서 리버풀 로큰롤의 중심지가 된 장소다. 비틀즈가 매니저 브라이언을 만난 곳이기도 하다. 브라이언을 만나 영국 가요계에 데뷔한 비틀즈는 1964년 빌보드 차트 1위부터 5위를 석권하고 미국 레코드 판매의 약 60%를 차지하는 등 대기록을 세우며 전설의 그룹이 된다. 비틀즈는 시대정신에 있어서도 전설다운 모습을 보인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 공연에서 존은 과감히 “우리는 분리된 청중에게 연주할 의무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진보적 시대정신은 훗날 미국 정부에 의해 언론 공격을 받는 등 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김찬용 도슨트는 그 시대정신의 파급력이 대단하다고 전한다. “당시에도 다양한 인종이 한 공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말했다는 점에서 놀라워요.”

  강화유리 아래 LP판이 가득한 곳으로 발을 옮겨본다. 끊임없이 비틀즈 음반을 모아온 수집가의 수집품을 빌려온 소중한 공간이다. 이명호 전시 감독은 공간을 조성한 과정을 웃으며 설명한다. “수집가와 연락하기 위해 팬클럽에 30번까지 출석체크했죠.” LP판 더미 위에 발을 내디디면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한국에 발매된 음반과 비틀즈의 공식 음반을 볼 수 있다. 뒤쪽에는 존 레논 솔로 앨범이 쌓여있다. 노래 ‘I Want to Hold Your Hand’가 ‘그녀손목잡고싶어’라는 문구로 투박하게 직역돼 앨범에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영원한 뮤즈 요코

  오노 요코는 존의 두번째 부인이다. 동시에 그는 비틀즈 와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돼 지탄받기도 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요코는 존에게 상징적인 뮤즈이기 때문에 그를 빼놓고는 존의 일생을 논할 수 없어요.” 김찬용 도슨트는 항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요코가 존에게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설명한다. 요코는 존과 많은 사회운동을 함께 했다. 그들이 함께 펼친 사회운동을 들여다보기 위해 흰색 커튼을 걷으며 다음 방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You Are Here’라는 퍼포먼스를 소개한다. ‘You Are Here’는 1968년 존과 요코가 진행한 첫 번째 공동 전시로 평화의 메시지를 풍선에 매달아 사람들에게 날리는 행위예술이다. 온통 새하얀 방에 풍선이 가득 걸려있다. 이에 대해 김찬용 도슨트는 요코를 만난 존의 마음을 표현한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천장에 달린 풍선을 보도록 연출된 이 공간은 존이 요코를 만났을 때 기쁨을 의미해요. 밝은 느낌이죠.” 이명호 전시 감독은 흰색 커튼의 세심한 의미를 기억해달라고 덧붙인다. “흰색 커튼은 안개와 같은 존재예요. 관람객이 이를 직접 헤치며 존의 삶을 들여다보도록 하는 역할을 하죠.”  

 

  오노 요코와 신혼여행을 이벤트로 승화한 ‘Bed In’ 퍼포먼스를 재현한 공간도 만나 볼 수 있다. 존이 신혼여행 내내 호텔 공간을 개방하며 기자에게 평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곳이다. 커다란 침대 위에 기타 하나가 놓여있는 모습과 남산 타워가 비치는 호텔 밖 풍경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관객으로 하여금 존 레논이 침대에 앉아 연주해줄 것만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명호 전시 감독은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둔 이유로 한국의 시대 상황을 꼽는다. “한국에 온 존 레논을 상상했어요. 존이 살아있었다면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기쁜 마음으로 노래 ‘Imagine’을 노래해주지 않았을까요?” 

  방 한가운데 놓인 침대를 빙 둘러 보면 큰 자루를 볼 수 있다. 요코와 존은 이 큰 자루 안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또 다른 캠페인 ‘Bagism’이다. 이 캠페인은 가방 안에서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을 통해 평등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모두와 편견 없이 대화를 나누고자 한 존 레논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끊임없이 평화를 외치다

  평화를 노래한 ‘Give Peace A Chance’가 잔잔히 흘러든다. 전시 막바지에 커다랗게 ‘War Is Over! If You Want’라고 쓰여 있는 전광판이 보인다. 1969년 12월 1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전 세계인에게 평화를 전하기 위해 존과 요코가 펼친 퍼포먼스다. 당시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전 세계 11개 주요 도시의 빌보드 간판이 평화의 문구로 빛났다. 존은 해당 퍼포먼스를 가리켜 “천문학적인 돈이 들었지만 한사람의 생명 가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존은 분쟁의 해결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화목하게 대화할 수 있는 평화를 원했다. 전시에서 인간 존 레논이 말하고자 했던 평화를 마주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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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세 소년의 인터뷰

 1969년 3월 존 레논은 ‘Bed In’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07년에 제작된 단편 애니메이션 <I Met The Walrus>는 신혼여행 당시 취재 경쟁 속에서 존에게 당당히 질문한 jerry levitan이라는 14세 소년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5분 길이 애니메이션이다.애니메이션에서 존은 지속적으로 “평화를 위해 무엇이든 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폭력을 통한 권력의 설립은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존이 보여준 평화에 대한 강한 신념을 짧고 굵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YOUTUBE 검색창에 <I Met The Walrus> 제목을 입력하면 쉽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녹음된 소리다 보니 다소 음질이 좋지 않아 영어자막을 켜고서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 전쟁은 비극을 불러올 뿐

 <How I Won The War>은 1967년 리처드 레스터 감독이 제작한 전쟁 영화다. 존 레논은 병사 Gripweed로 열연한다. 전쟁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죽음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찬용 도슨트는 당시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던 존에게 전쟁의 비극을 전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영화라고 말한다. “할리우드 액션전쟁 영화와 달리 전쟁의 참상을 풍자한 영화에요.” 존이 이 영화 촬영을 통해 안경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가 착용한 ‘할머니 안경 (Granny Glass)’은 영국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배급해주던 안경이다. 그는 촬영 이후 안경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안경을 계속 착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민 안경이 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거듭난 것이다. 영화에서 안경을 쓰고 전쟁을 맞는 그의 모습을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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