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1984년. 부임 연도로부터 어느덧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여기, 강산이 네 번 바뀔 동안 공대 발전에 대해 깊이 고민하신 교수님이 계십니다. 퇴직 후에도 제자 졸업을 위해 작곡 강의를 지도하시는 교수님이 계십니다. ‘교육, 연구, 봉사’라는 교수 이념을 묵묵히 실천하신 두 교수님과 정년퇴임 소감을 나눠봤습니다. 학생과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컴퓨터 공학계의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죠.”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김성조 교수님은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연구실 제자는 막힘없이 대답한다. 김성조 교수(소프트웨어학부)는 한국정보과학회 회장,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수석부원장을 거쳐 지난 2016년에는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중앙대에 공학교육인증 제도를 도입해 공대 학생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공대 학장과 대학원장을 비롯한 교학부총장, 연구부총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소프트웨어대학 발전에 더 힘을 보태지 못한 아쉬움을 전한다. 지난 14일 김성조 교수를 만나 교정을 떠나는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정년퇴임을 앞둔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아주 지겹게 물어봐요.(웃음)  오는 28일 정년 마지막 날까지도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 평가를 받아야 해요. 앞으로는 이런 의무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후련하죠. 벌써 친구에게서 ‘당구 치자, 바둑 두자’ 연락 많이 와요.” 

  -중앙대 교단에는 언제부터 섰는지.
  “지난 1980년 27살 나이에 전임강사로 중앙대 전자계산학과에 처음 부임했어요. 전자계산학과는 당시 소프트웨어학부 명칭이에요. 이후 40년을 함께해온 중앙대는 제 인생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중앙대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요.”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은 일화가 있는가.
  “전산정보처(현재 정보통신처) 처장으로 근무한 지난 1999년이 떠오릅니다. 인터넷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이죠. 학교 전산 시스템에 접속하려면 학교에서 인트라넷을 사용해야만 했어요. IMF 사태를 겪은 학교는 신입 직원을 거의 선발하지 않았던지라 이종훈 당시 총장을 설득해 전산 담당 직원 6명을 충원했어요. 덕분에 현재 교직원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종합정보시스템’과 전자결재 시스템인 ‘COSY’ 구축 프로젝트를 2001년에 완성할 수 있었죠. 이로써 인터넷을 통해 학교 안팎서 언제든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웹 기반 시스템을 마련했어요. 보람찬 기억이죠.”

  -직접 이름 지은 단대도 있다던데?
  “공학에 ‘창의’라는 단어를 접목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렇지만 ‘창조 인재 엔지니어를 개발하겠다’는 생각으로 ‘창의ICT공대’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공대 학생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인문학 등 융합적인 소양을 기르는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껴요. 창의ICT공대를 설립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생이 실제 공학 현장 투입에 준비된 인재임을 보장하는 공학교육인증제도 시행도 뿌듯한 업적 중 하나고요. 반면 중앙대 소프트웨어학부에 특출한 분야를 육성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요.”

  -애착이 가는 강의가 있다면.
  “<운영체제> 과목을 가르치는 일이 즐거웠죠. 운영체제는 대학원생 시절 지도교수인 KAIST 김길창 교수를 도와 초창기 교재 개발에도 참여한 분야기도 해요. 그만큼 오랜 세월 관여한 과목이죠. 운영체제는 사용자가 컴퓨터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소프트웨어예요. ‘안드로이드’처럼요. 그만큼 해당 과목을 가르치는 일이 보람찼고 애착이 가는 강의죠. 강의를 갑자기 그만두면 금단 현상이 일어날 거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명예교수로도 중앙대 교단에서 <운영체제> 과목을 가르칠 예정이에요. 잘한 결정인지는 두고봐야죠.(웃음)”

  -가르치면서 인상 깊었던 제자가 있는지.
  “90년대 초반에 입학한 제자들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비교적 내신에서 자유로운 학력고사 시절이었어요. 학창 시절부터 코딩에 재미를 붙인 학생이 컴퓨터공학부에 다수 입학한 시기예요.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을 맡은 지난 1994년에 이들과 함께 현대전자가 주최한 ‘전국대학생 소프트웨어 경진 대회 및 공모전’에 참가해 대상과 단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어요. 당시 상으로 받은 컴퓨터 50대를 모두 학교에 기증했죠. 이때 우승한 학생 중 일부가 모여 ‘샷 온라인’ 골프 게임으로 유명한 ‘온넷트’ 게임회사를 창업해 매년 수백억 원 매출을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의 계획은.
  “하고 싶었으나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 못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소중한 사람과 백두대간을 종주하거나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고 싶어요. 서울 광장시장과 부산 자갈치시장처럼 사람 냄새나 생활력이 느껴지는 곳도 방문해볼까 해요. 공적인 만남에서는 늘 가는 곳만 가니까 재미없었거든요. 한편으론 미력하게나마 중앙대가 인공지능대학원과 같은 국책사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도울 방안도 계속해서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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