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일정을 마치고 밤 10시가 넘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 칸에는 늘 그렇듯 사람이 많았다. 한 아주머니가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을 보면서 웃고 계셨다. 문제는 이어폰이 제대로 꽂히지 않아 동영상 소리가 지하철을 가득 메웠다는 점이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흘겨보기 시작했다. 얼굴 찌푸리며 쳐다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어폰이 잘못 꽂혔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이어폰 소리를 키우며 생각했다. ‘10분만 있으면 내릴 텐데 뭘….’


  환승역에 도착해 환승 통로를 걷다가 문득 몇몇 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학생 자치에 관여해서 뭐해? 어차피 졸업할 건데.’ 부끄러웠다. 기사를 쓰며 항상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학생 자치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던 기자가 그들과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9월 한 전공단위 전대 학생회 학생회비 횡령 사건을 취재했다. 현 학생회장을 만나 해당 문제로 인한 파장이 걱정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학생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학생 자치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며 “다음주가 개강총회인데 학생이 많이 참석해서 해당 내용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과 질문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기사는 파장이 컸다. 개강총회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 회의에 참석했다. 1000명을 육박하는 재학생 중에 개강총회 참석인원은 40명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현 학생회와 전대 학생회가 대부분이었다. 열심히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는 학생회장의 외침을 들으며 학생들의 무관심이 안타까웠다. 학생회장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학생 자치야말로 우리가 참여하고 의견을 전하기 가장 쉬운 공동체다. 실제로 각 전공단위는 SNS 등 다방면으로 소통하며 문의 사항에 대해 즉각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여전히 무관심하다. 개선과 변화를 위해서는 학생 대표자의 역량을 떠나 학생 자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불편을 말하고 의견을 표출해야 관련 사안이 조금씩이라도 변화할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우리를 도와주는 제도와 규정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은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많은 학생이 학생 자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기자의 몫을 해내겠다고 약속한다. 남은 건 학생들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비판과 견제 그리고 격려 없이는 학생 자치가 발전할 수 없다. 학생 대표자도 비판과 견제 없이 발전할 수 없고 관심과 격려 없이는 힘들 때 나아가지 못한다. 학생 자치가 존재하는 대학교에서도 학내 사안에 관심을 갖지 않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앙대는 어차피 곧 있으면 졸업할 학교가 아니라 우리가 나서서 바꿀 수 있는 작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기자가 부탁을 전한다.


  “학생 자치는 여러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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