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문학전공 K교수가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학본부는 성폭력 혐의로 내렸던 직위해제 조치를 해제했다. 명분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연구비 횡령 혐의로 다시 직위해제됐기 때문에 즉시 복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피해 및 가해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성범죄에 대해 학교 측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대학본부는 K교수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초반부터 확실한 징계처분을 미뤄왔다. 대학본부의 직위해제 조치에 대해 나름대로 구성원의 요구가 수용된 결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경찰 조사에 들어가면서 내려진 임시 처분에 불과할 뿐 대학본부는 K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조차 않았다.

  이정형 교무처장(건축학전공 교수)은 당시 “직위해제 조치 후 감사팀에서 법률적인 부분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혹은 사법부의 판단을 살핀 후 확실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시점에서 이미 시효 종료로 인해 형사처벌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학본부의 조치는 상당히 아쉽다. 본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결단하지 못하고 징계처분을 유보했던 그들은 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명분이 없다는 주장은 더더욱 말도 안 된다. 지난해 줄지어 일어났던 학내 ‘Me Too(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용기 내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게다가 K교수는 대책위 조사에서 다수 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K교수는 더러운 범죄로 피해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그 자체만으로 이미 교수로서의 품위와 자격을 상실했다.

  성평등위원회 박지수 위원장(사회복지학부 4)은 “학교 측에서 징계위원회를 차일피일 미뤘다”며 “이러한 결과에는 학교 측의 직무 태만이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K교수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어려울수록 본부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의 죄를 재단하고 중앙대 학생을 보호해야 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학생사회는 법의 맹점을 극복하고 성범죄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K교수의 파면을 촉구했으며 반성폭력 회칙을 개정해 학내 성평등을 위한 기틀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대학본부는 법의 맹점 뒤에 숨어 범죄자를 재단하는 데 능동적으로 나서기를 회피하고 있다. 이는 본분을 다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학생사회의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다.

  짧은 성범죄 공소시효는 분명 법의 맹점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대학본부의 미온한 대응이다. 법망을 피해간 파렴치한 범죄자의 싹을 하루빨리 잘라버려야 한다. 법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내부 징계위원회를 소집해서라도 다시는 그가 강단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학본부에 촉구한다. 대학본부와 학교법인은 K교수를 파면하라. 성범죄자로부터 중앙대 학생을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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