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497.4㎡
재개발 지역의 모습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드론 촬영·교육 업체 KDS 강재훈 대표(경영학부 4)의 도움을 받아 드론을 날려 봤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흑석동은 땅에서 바라볼 때와 확연히 달랐죠.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던 철거지역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흑석 3구역은 분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주변 단지들처럼 약 103,497.4㎡의 흑석 3구역도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죠.

 

어느샌가 캠퍼스에서 보이는 흑석동의 풍경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 2개가 우뚝 솟았는데요. 흑석재정비촉진지구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재작년 오뉴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흑석 7구역과 흑석 8구역입니다. 3, 4층 정도의 작은 빌라들이 나란히 있던 빌라촌이었지만 아파트가 한층 한층 올라가더니 드디어 지난주 새로운 이웃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죠.

  이제 달마사 아래에 위치한 흑석 3구역 차례입니다. 3구역은 지난 7월부터 철거가 시작됐고 지난 10월 모든 주민이 이주를 마쳤습니다. 겨울 동안 철거를 마무리하고 내년 봄이면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죠.

  작은 골목길을 돌아돌아 도착한 3구역은 서울의 옛 골목길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떠나 적막함이 감도는 골목은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었죠.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던 가정집, 퇴근 후 저녁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찾던 골목식당, 동네 아주머니들의 모임 장소가 되던 미용실 등 장소도 이주가 완료됐다는 빨간 ‘X’표만 쳐진 채 문이 굳게 닫혔습니다. 길고양이 몇마리만 저희를 반겨줬죠.

  15년 동안 흑석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한 이수정 씨(43)는 “재개발로 이사를 가게 된 주민들은 웬만하면 주변으로 이사를 하는 편이라 아직 단골이 많이 찾아요. 하지만 결국 인연이 끊어질 사람과는 끊어지죠.”라며 아쉬움을 표했죠. 하지만 “흑석동에서 재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한 3년 정도 기다리면 아파트가 올라와요. 이걸 지켜보는 것도 재밌죠. 세상이 바뀌는 흐름을 알 수 있으니까요.”라고 변화하는 모습에 기대감도 보여줬습니다.

  사라진다는 것. 아쉬움과 향수가 절로 들게 합니다. 하지만 사라짐은 창조로 이어지죠. 정든 모습이 없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정든 보금자리를 떠난 사람들이 정착한 곳도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네요.

집을 지을 적에 심었을 법한 감나무에 감이 열렸지만 따갈 사람이 없네요. 감나무도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베어지겠죠. 사람이 자리를 비운 공간을 길고양이가 채웠습니다. 한적한 골목길을 마음껏 누비며 주변을 돌아다녔죠. 하지만 많은 고양이가 철거 과정에서 압사당하거나 쉴 곳을 잃어 스트레스를 받아 질병으로 죽기도 합니다.

 

‘윤건재 슈퍼’. 아마 윤건재씨의 이름을 따서 지었겠죠. 사람은 떠났지만 간판은 자리를 굳게 지키고 서 있습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질 흑석 3구역의 밤 풍경 사람이 떠난 자리. 방범을 위한 가로등이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밤 9시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길에는 터벅터벅 지나가는 주민의  발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다른 불빛이 없는 만큼 가로등 불빛이 더욱 밝게 느껴지네요. 누군가에게는 친구들과 뛰어 놀던, 누군가에게는 연인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누군가에게는 새벽부터 하얀 입김을 불며 일터로 나가던 골목길. 이제 곧 가로등 불빛이 꺼지고 그 자리엔 익숙함 대신 낯섦이 들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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