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캠퍼스에서 보이는 흑석동의 풍경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 2개가 우뚝 솟았는데요. 흑석재정비촉진지구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재작년 오뉴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흑석 7구역과 흑석 8구역입니다. 3, 4층 정도의 작은 빌라들이 나란히 있던 빌라촌이었지만 아파트가 한층 한층 올라가더니 드디어 지난주 새로운 이웃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죠.
이제 달마사 아래에 위치한 흑석 3구역 차례입니다. 3구역은 지난 7월부터 철거가 시작됐고 지난 10월 모든 주민이 이주를 마쳤습니다. 겨울 동안 철거를 마무리하고 내년 봄이면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죠.
작은 골목길을 돌아돌아 도착한 3구역은 서울의 옛 골목길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떠나 적막함이 감도는 골목은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었죠.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던 가정집, 퇴근 후 저녁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찾던 골목식당, 동네 아주머니들의 모임 장소가 되던 미용실 등 장소도 이주가 완료됐다는 빨간 ‘X’표만 쳐진 채 문이 굳게 닫혔습니다. 길고양이 몇마리만 저희를 반겨줬죠.
15년 동안 흑석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한 이수정 씨(43)는 “재개발로 이사를 가게 된 주민들은 웬만하면 주변으로 이사를 하는 편이라 아직 단골이 많이 찾아요. 하지만 결국 인연이 끊어질 사람과는 끊어지죠.”라며 아쉬움을 표했죠. 하지만 “흑석동에서 재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한 3년 정도 기다리면 아파트가 올라와요. 이걸 지켜보는 것도 재밌죠. 세상이 바뀌는 흐름을 알 수 있으니까요.”라고 변화하는 모습에 기대감도 보여줬습니다.
사라진다는 것. 아쉬움과 향수가 절로 들게 합니다. 하지만 사라짐은 창조로 이어지죠. 정든 모습이 없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정든 보금자리를 떠난 사람들이 정착한 곳도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