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중앙대학교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97년도에 임용된 이래 무려 21년의 세월을 중앙대에서 지내오면서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중앙인’으로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다. 그에 따라 학교의 역사와 교육이념 등에 대 해서도 눈길이 가곤 했다. 그런데 학교의 교 훈‘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유독 내게 뜬금 없이 들렸다. 물론 우리 학교가 독립운동가 이셨던 임영신 박사가 세운 학교라는 사실 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학교 의 교훈이 너무나 낯설고 특이해서였다.

  한번 생각해보라. 이 지구상 어느 대학교 의 교훈에‘죽고 사는 것’이 들어가는가? 다른 학교들의 교훈을 살펴보면 우리학교 의 그것이 얼마나 특이한지 금방 알게 된다. 이를테면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는‘베리타 스’즉‘진리’가 교훈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에도 고려대는‘자유, 정의, 진리’연세대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식의 별 특이사항 없이 수긍되는 내용으로 이루어 져 있다. 그런데 유독 중앙대만은 너무나 심 각하고 한층 더 강렬하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아닌가! 젊디젊은 청춘 학생들에게 죽고 살라니 좀 생뚱맞은 느낌까지 든다.

  아마 그 때문인지 우리 학교는 일제 강점 기에 독립운동을 하던 청년들을 길러내고 4·19 혁명 때에는 죽음까지 무릅쓴 젊은이 들을 다수 배출해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런 역사 이전에 창립자 임영신 박사는 현 재의 학교 교훈을 제창하였고 따라서 그 원 래의 참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가 나는 늘 궁금하였다. 그러던 중 몇달 전에 지인의 소 개로 읽게 된 창립자 임영신 박사의 연설집 을 통해 그 참뜻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임영신 박사는 1968년 4월 19일 대학교회 에서 학생을 위한 수요예배에 참가하여 창 학정신을 주제로 설교를 했는데 거기에 교 훈의 의미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우선‘의와 참’에 대해서는 당시 혼 란스럽고 낙후된 한국 사회에서 중앙대학 교의 학생 각자가 각성하고 하나님을 올바 로 믿어 의와 참을 행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죽고 사는 것’은 어떤 의미인 가? 이에 대해서도 같은 책 서문에 분명하 게 그 뜻이 제시되어 있다. 그것은 예수 그 리스도께서 의를 위하여 죽으시고 영원불 변의 참(진리)으로서 부활하사 영원히 사시 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내용을 종합해보 면 결국 중앙대의 교훈‘의에 죽고 참에 살 자’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을 요약한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달 8일 중앙대 개교 100주년을 기념 하는 감사예배가 R&D센터 3층의 약대 대 강당에서 드려졌다. 총장, 부총장, 기독동문 회장 등 내외빈들과 400여명의 재학생과 졸 업생이 함께한 성대하고 뜻깊은 이 자리에 서 참가자 모두는 학교의 기독 창학정신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100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롭게 다시 100년을 시작하는 중앙대학교가 원래의 기독 창학 정신을 제대로 회복하고 이를 성실히 실천 함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성장하기를 중 앙인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바라며 기도한다.

김선철 교수

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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