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볼 상태에서 박지성의 움직임과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은 정말이지 특별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맨유)의 전설적인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은 박지성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을 극찬하곤 했다. 박지성과 함께 맨유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도 지난해 5월 같은 말을 했다. “박지성은 최고의 오프 더 볼 소유자였다.”

  오프 더 볼이란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선수가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을 지칭하는 말이다. 동료가 편하게 패스할 수 있도록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는 것, 상대 수비수를 교란하기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 등이 해당한다. 축구는 90분의 시간 동안 공 하나에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는 스포츠다. 그런 축구에서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할까 싶겠지만 훌륭한 오프 더 볼은 강력한 온 더 볼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다.

  신문사에 들어오고 나서 나만의 오프 더 볼이 생겼다. 과거에는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종이신문과 주간지를 꾸준하게 챙겨본다. 기자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글과 취재 후기 등을 읽으며 그 기사에 나를 대입한다. 기사가 지면에 실리기까지 전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이런 습관은 실제 내가 취재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큰 도움이 된다. 일주일 동안 펼쳐질 기사 작성 과정을 대강 어림잡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하던 일이 오프 더 볼이 되기도 한다. 지난주 생일, 명절, 새해 첫날처럼 특별한 날에 안부인사만 주고받던 친구를 4년 만에 만났다. 취재차 방문한 곳에서 우연히 만났고 한바탕 회포를 풀었다. 나중에 기사를 작성할 때 이 친구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평소 꾸준하게 안부를 전하던 습관이 오프 더 볼이 되는 순간이었다.

  기자에게 오프 더 볼은 매우 중요하다. 기사를 쓸 때뿐 아니라 기사를 쓰지 않을 때에도 다양한 취재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야 하고 다른 기자의 글을 계속해서 읽어야 한다. 이런 꾸준한 움직임들이 있어야 온 더 볼 순간에 결정적으로 멋진 기사를 낼 수 있다.

  비단 기자 업무에서 뿐만 아니다. 일상생활 전반에서 오프 더 볼은 막중한 역할을 한다. 잘 사귄 친구나 선배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취미 삼아 읽었던 책이 레포트 서문의 좋은 글감이 되기도 하고 평상시에 꾸준하게 해오던 운동이 시험기간에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시원한 골잡이도 아니고 화려한 드리블을 보여주는 선수도 아닌 박지성을 잉글랜드 축구가 기억하는 이유는 주목받지 않을 때의 움직임, 오프 더 볼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눈에 띄는 일이 아니고 지금 겪고 있는 순간이 주목받는 순간이 아니어도 괜찮다. 당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꾸준하게 한다면 그 꾸준함이 반드시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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