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결혼도 ‘안’ 할게요
  • 신혜리 기자
  • 승인 2018.11.26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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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탄’을 들어봤는가. ‘비혼, 비출산, 탄탄대로’라는 뜻을 가진 페미니즘 표어다. 최근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탈코르셋과 더불어 남성의 권위와 억압을 거부하고 벗어나는 방식으로 비혼, 비연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 깊숙이 뿌리박힌 가부장적 문화를 인지하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성차별에 맞서는 방법으로 비혼, 비연애를 택한 것이다. 비혼 혹은 비연애를 결심하게 된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들은 다양한 계기로 비혼주의자나 비연애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하유진 학생(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은 가정의 가부장적 모습을 보며 어릴 때부터 비혼을 추구하게 됐다. “12살 무렵 어머니 혼자서 친가 식구들의 식사와 차례상을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며 비혼을 결심했어요.” 부모 세대가 보여준 가부장적 행동이 자녀 세대 여성들에게도 적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의 마음을 바꿨다.

  권나영 학생(덕성여대 법학과)도 결혼을 하면 여성이 가사노동에 얽매인다고 느꼈다. “아직 한국 사회는 육아나 가사노동을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상이 지배적이에요. 아내가 육아하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남편이 육아하면 가정적인 남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여성에게 강요되는 가사노동은 여성이 사회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불리하게 작용한다. 권나영 학생은 가사와 육아에 치여 여성이 높은 위치에 올라가는 등 사회적 성공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가 비혼주의자가 된 이유다.

  권나영 학생은 데이트 폭력의 위험을 알게 된 이후 비혼을 넘어 비연애까지 결심했다. “데이트폭력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추세예요. 데이트 폭력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연애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실제로 2015년부터 늘어난 데이트폭력은 작년의 경우 하루 28건꼴로 빈번히 일어났다. 그는 데이트 폭력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한편으론 언젠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권나영 학생은 비혼과 비연애를 결심한 이후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감정을 쏟을 일이 없으니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생산적인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는 연애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에 운동이나 공부를 하는 등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다.

  한편 하유진 학생은 비혼으로 살기 위한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다. “10년 후쯤엔 비혼인 선언식을 하고 싶어요. 비혼을 결심한 친구들과 함께 생활공동체를 만들 계획도 짜고 있죠.”

  이상민 학생(충남대 사회학과)은 비혼을 결심한 이후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닌 동거가족 구성원이 기존 가족관계와 동등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동반자법에 관심을 두게 됐다. 누구나 삶을 함께할 특별한 한 사람을 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동거인이 결혼한 배우자만큼 권리를 동등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재 법적 제도에서는 혈연관계나 남성 배우자와의 결혼만이 동거인으로 인정돼 법적제도 아래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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