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에게 외적 기준이 강요됐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일각에서는 여성의 꾸밈이 자발적 행위라고 주장한다. 최근 가수 산이가 발표한 음원 ‘I’m a feminist’에는 코르셋이 ‘자기만족’이라는 내용의 가사가 쓰여 있다. 가사에는 ‘우리가 언제 예뻐야만 된다 했는데’, ‘지네가 지 만족 위해 성형 다 하더니 유치하게 브라 안차고 겨털 안 밀고 머리 짧게 잘라’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연보 교수(성공회대 사회학과)는 꾸미는 행위가 완전히 개인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말한다. “꾸밈을 개인이 선택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구조적으로 강요당한 결과예요.”


 정연보 교수는 미셸 푸코의 ‘감시적 권력 개념’에 따라 권력이 육체를 길들인다고 덧붙였다. 푸코는 권력이 감시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권력의 작동 안에서 구성되는 존재이며 감시 권력은 인간의 육체에 작용해 육체를 특정한 목적에 맞게 만들어낸다. 대중매체와 사회관습이 외모를 강조하면 수용자는 스스로 자기 외모에 대한 감시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꾸밈 노동’을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꾸미는 여성을 억압하는 ‘역 코르셋’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탈코르셋이 여성들의 꾸밀 자유를 빼앗아 또 다른 코르셋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선 강사(가톨릭대 철학과)는 탈코르셋 운동이 억압적 상황에 동참하지 않음을 선언함으로써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에 ‘역 코르셋’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설명한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성 수행의 반란이에요. 코르셋을 씌운 사회는 꾸밈 노동 수행을 찬사와 박수로 맞이했던 상황을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동참하지 않는 탈코르셋 운동이 불편한 거죠. 코르셋이 ‘아름다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해왔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해요.”


 SNS가 완벽한 외모를 전시한 사진으로 도배됐을 때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배제하는 요인이 된다는 목소리는 없었다. 반면 코르셋을 벗은 여성이 스스로 사진을 전시하며 운동이 확산되자 코르셋을 벗지 못한 여성을 배제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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