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나요? 수업 들으랴, 아르바이트하랴 너무 바빠 무엇이 유행하는지 잘 모르겠다고요? 그럼 ‘요즘 것들’을 주목해주시죠. ‘요즘 것들’이 아는 '요즘 것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요즘 것들만 알아도 당신은 유행 선도자! 이번주 주인공은 바로 '쓰는 비건(vegan)'입니다. 비건을 실천하는 방법은 채식 즉 먹는 비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웰빙 및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상생활에서 비건을 실천할 수 있는 쓰는 비건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쓰는 비건이 궁금하다면 요즘 것들에 주목해주세요!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혜원은 도시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시골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이후 그는 텃밭에서 스스로 키운 작물로 직접 배춧국, 팥 시루떡 등을 만들어 먹는다. 채식 위주 식단은 인스턴트 음식이 달래지 못한 허기를 꼭꼭 채워준다.


  ‘비건(Vegan)’이 뜬다. 비건은 동물성 재료가 포함된 음식을 일절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동물로부터 얻은 원료로 만든 제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건 생활양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 됐다. 이는 먹거리뿐 아니라 화장품, 의류도 아우른다. 그중 비건 화장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공방인 ‘BBL HOUSE(비비엘하우스)’를 다녀왔다. 

 

  시작은 산뜻하게
  경복궁역을 나와 서촌에 자리한 공방을 찾아가는 길. 서툰 휘파람을 불며 걸음을 재촉한다. 대로변을 따라 걷다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공방이 눈에 띈다. 정겨운 기와 아래 하얀 벽돌로 이뤄진 공방은 깔끔한 자태를 보이는 서촌 골목과 제법 잘 어울린다. 늦가을 청량한 하늘이 비추는 햇살이 간지러워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약속한 시각보다 먼저 도착해 앞에서 서성이던 중 오른편에서 활기찬 목소리가 들린다. “이쪽으로 들어와요!”


   옆문을 통해 한옥 안으로 들어서자 자연을 머금은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신발을 벗고 올라선 마룻바닥이 따뜻하다. 잔잔한 재즈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비비엘하우스 김희성 대표가 자리를 안내하며 나긋이 말한다. “얼그레이 차 먼저 끓여줄게요. 앉아 계세요.” 비건 화장품 공방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는 긴장된 몸을 천천히 누그러뜨린다. 주위를 둘러본다. 책꽂이에 꽂힌 다양한 책과 화분, 가지런히 놓인 작은 화장품 재료가 보인다. 책상에는 저울과 비커, 비건 화장품 제조 안내서가 놓여있다. 


  이곳은 피부에 친화적인 비건 화장품을 직접 만드는 곳이다. 혈압, 피부 유형, 알레르기, 생리 상태 등에 따라 각기 다른 기능의 나만을 위한 비건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오늘은 환절기와 겨울철 피부 관리를 위한 보습 스킨 미스트를 만들어 볼 예정이에요.” 정확한 이름은 100ml 용량의 ‘스킨 시어버터 페이스 스프레이’다.

 

  정성이 필요한 제조과정
  김희성 대표는 제조 시작 전에 꼭 손을 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똑같아요. 청결이 가장 중요하죠.” 흐르는 물에 천연비누로 깨끗이 손을 씻은 다음 베이지색 앞치마를 두른다. 저울 위에 비커를 올려놓고 가장 먼저 라벤더 꽃수(Floral water) 40g을 넣어야 한다. 꽃수는 식물을 증기 추출하면 나오는 물이다. 김희성 대표는 꽃수만으로도 화장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고 덧붙인다. 그 순간, 아차차! 힘 조절에 실패해 실수로 3g을 더 넣고야 만다. 그러나 김희성 대표는 침착하게 말한다. “다음 재료에서 3g 빼면 되니 괜찮아요. 다음은 제라늄 차례죠?”


  권고량에서 3g을 뺀 제라늄 꽃수 20g과 알로에베라 추출액 26g을 차례로 비커에 붓는다. 이제 아쿠아 시어버터를 추가로 부을 차례다. 용어가 생소하게 느껴져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희성 대표가 친절히 설명을 덧붙인다. “우리가 아는 버터를 액체 형태로 만든 재료예요. 아쿠아 시어버터는 물인 동시에 오일 성분을 갖기 때문에 겨울철 보습에 효과적이죠.” 


  이제 길고 가느다란 숟가락으로 비커 속 내용물을 잘 섞어준다. “달그락달그락.” 빠르게 같은 방향으로 비커를 휘젓다 보니 제조과정에 서서히 빠져든다. 김희성 대표가 시향을 권한다. 비커 가까이 코를 갖다 대니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난다. “이게 무슨 향이죠?” 김희성 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자연의 향이죠!”  


  다시 첨가물을 넣어 마무리할 차례다. 유화제 역할을 하는 올리브 추출액을 20방울을 넣는다. 훅하고 내용물이 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눈에 힘주어 한 방울씩 떨어뜨리다 보니 호흡이 안정되고 평온한 기분마저 든다. 소량의 디판테놀과 한방추출물 2g, 한방천연방부제 1g을 넣고 다시 섞으면 30여 분 제조과정이 모두 끝난다. 우윳빛을 뽐내는 천연화장품을 용기에 담고서 얼굴에 한번 뿌려본다. 서둘러 손바닥으로 얼굴을 톡톡 두드려 흡수시킨다. 찬바람에 건조해진 피부가 한결 보들보들해지는 느낌이다. “동시에 숨을 들이마시면서 향도 느껴보세요.” 

다양한 천연재료를 통해 비건 화장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집중해서 비커 속 내용물을 섞고 있는 기자의 모습.
다양한 천연재료를 통해 비건 화장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집중해서 비커 속 내용물을 섞고 있는 기자의 모습.


  비건 라이프는 거창하지 않다  
  김희성 대표는 스스로 철저한 비건은 아니지만 채식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이유로 비건 음식에 관심이 높고 주방 및 세탁세제, 화장품까지 모두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 사용한다. 


  그렇다면 김희성 대표가 비거니즘(Veganism)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과 동물 그리고 환경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동물학대와 환경파괴에 따른 피해는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오죠.”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해 스스로 일상 속 비건 생활을 실천하기로 선택했다. “지구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겠다는 저만의 결심인 셈이죠.” 실제로 김희성 대표가 식물성 재료로 만든 에센셜 오일은 시간이 지나면 생분해가 될 만큼 친환경적이다. 


  비건 생활을 실천하면서 김희성 대표는 일 중독으로 인해 몸에 생긴 이상 징후를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기도 했다. “예전에는 피부가 민감하고 면역력이 약했어요. 5년 전부터 아로마 테라피를 공부하고 비건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서 많이 건강해졌죠.”


  그는 비건 생활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정립했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 한끼를 먹어도 몸에 좋고 정성이 담긴 음식을 먹고 싶어요. 매일 사용하는 밥그릇과 국그릇만큼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 또한 같은 의미에서죠.” 그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먹고 값이 나가도 장인이 담근 Non-GMO 된장과 고추장을 선택한다. 


  비건 혹은 논비건(Non Vegan), 선택은 물론 자유다. 그러나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비거니즘은 분명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BBL HOUSE 죱 위치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5가길 17
  문의 02-6053-3519


가까이에, 
비건 브랜드

  핸드메이드 화장품 러쉬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싱그러운 과일 향이 후각을 사로잡는다. 여기저기 놓인 꽃과 치즈, 초콜릿, 아이스크림 모양의 화장품을 보고 있자니 흥미롭다. 특히 진열대 위에 덩어리째 놓인 비누는 100g 단위로 썰어서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한 컨셉의 입욕제도 스테디셀러 중 하나! 형형색색 재미난 소품은 모두 식물성 성분을 사용하는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영국계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전체 제품의 약 85%가 비건 제품이다. 동물실험을 근절한 데서 나아가 과학적인 대체시험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러쉬 프라이즈’ 시상식도 개최한다. 이밖에도 동물과 환경 보호, 공정 거래에 힘쓰는 러쉬를 전국 다양한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망원동 연어 레스토랑 다이너재키
  여기 비건과 페스카테리언(pescaterian)을 위한 레스토랑이 있다. 페스카테리언은 유제품, 생선, 닭고기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다. ‘힙’한 동네 망원에 위치한 이곳의 인기 있는 메뉴는 ‘아스카도롤’이다. 아스파라거스 위에 아보카도를 얹고 글루텐이 없는 소스를 넣어서 완두콩과 함께 나가는 메뉴다. 연어 샐러드를 비롯해 두부와 비건 치즈로 만든 ‘리코타 치즈 샐러드’도 인기 만점! 점심 메뉴는 연어 마니아를 위한 메뉴와 비건과 페스카테리언을 위한 메뉴로 나누어 제공한다. 100% 비건 식으로 나온 식사 대용 스무디도 있다. 보랏빛 ‘퍼플망원’은 시럽과 첨가물을 넣지 않고 블루베리와 궁합이 맞는 채소를 갈아 만든 스무디다. 여기엔 일반 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두유나 호두 우유를 사용한다.  

  잔혹함 없는 비건 타이거
  국내 최초 비건 의류 브랜드다. 가수 선미와 래퍼 치타가 해당 브랜드 의류를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피동물이 겪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 비건 패션을 제안하는 ‘Cruelty free’ 지향 브랜드다. Cruelty free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의미한다. 비건 타이거는 인공 재료로 실제 모피 제품보다 더욱 질 높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영국 잡지 <Culture Trip> 메인기사에 소개됐을 만큼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비건 타이거 대표는 ‘비건 페스티벌’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비건 라이프’에 앞장선다. 비건 페스티벌은 동물과 환경을 위한 실천을 제안하고 채식문화를 확산하는 취지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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