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IMF시대를 맞아 증폭되고 있는 변화양상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우리의 사회운동을 되짚어 보고 사회운동의지를
재구성할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지난 19일부터 참여사회
아카데미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출발에서 조희연, 김동춘과 함께 하는 사회운
동 워크샵 `90년대 후반 한국사회운동의 현황과 전망' 강좌를 마련하고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세계 속의 사회운동'이란 주제로 현재 우리 사회의 사회
운동이 자리한 위치를 돌아보았다.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학과)는 `사회
운동'을 재정의하면서 생업에 종사하는 생산자가 주변의 문제에 대해 운동의
주체로 등장한 경험이 없는 우리 사회에는 사회운동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
정짓고 있다. 7.80년대부터 이어진 우리사회운동의 역사는 지식인을 중심으
로 한 정치지향적 학생운동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김동춘 교수는 세계사
적 맥락에서 사회운동발전 유형을 세가지로 분류하면서 우리 사회의 사회운
동역사는 "구사회운동에서 신사회운동으로 이어진 서구자본주의 국가의 모델
과도 다르며, 급진적인 노동운동이 지식인 주도의 혁명적 전위정당과 결합하
여 혁명운동으로 나아갔던 러시아의 모델과도 상이하다"고 말하고 있다.다시
말해 제국주의 굴레 속에 자본주의적 산업화가 뒤늦게 전개되고 이로 인해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이 중첩됨에 따라 사회운동의 본질적인 개념보다는 정치
민주화, 민중민주운동의 양상으로 발전해 온 제3세계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서유럽과 동구 및 러시아가 백여년에 걸쳐 순차적으
로 변혁해 온 경로를 우리 사회는 50년이라는 단기간 속에서 동시에 결집시
켰기 때문에 더더욱 시민운동, 사회운동이 성립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게 김교수의 설명이다.제3세계 유형은 무장투쟁을 통한 체제 변혁적 운동으
로 나타났지만 제도화된 정치질서의 구비 이후에 저항세력은 체제의 완전한
밖이나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선에서 왔다갔다 하는 결과를 낳
게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어진 국가와 `국가 되찾기'(국민의 국가)운동은 제
국주의 하에서 외삽국가의 형태를 띠고 독립한 나라들로 하여금 `민'의 국가
로의 전환을 시도하게 한다.하지만 우리의 경우 또다른 국면에 진입하게 된
다. "현재의 탈냉전 세계질서는 국제정치적 변수 대신에 경제적 변수의 영향
력이 더욱 확대된 시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 있어서는 국제정치적
변수와 더불어 분단 변수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세계정치질서의 압도적 규정력과 `적'으로서 북한의 존
재는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의 억압적 통제를 정당화 하였으며, 시민사회와
정치사회의 분리를 구조화하였다고 덧붙였다.결국 한국사회는 동시대의 세계
조류와 한국사회의 독특한 역사적 규정 속에서 그 괴리로 인해 변동폭에 제
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주목한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도시
화, 산업화 정도와 비교해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19세기
수준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한편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은
학생을 비롯해 지난 시절의 운동주체를 대체할만한 사회운동의 근거지가 없
다는 사실이다. 그는 학생운동이 끝났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지난 10
년간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대학문화는 해체되고, 개인화된지 오래다"고 주
장한다.그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세계화된 자본주의, `안과
밖'의 경계선은 소멸했는가, `사회만들기'로서 사회운동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에 대한 해답으로 그는 분단이라는 상황하에서 이루어진 자본주의와 자본
주의 발전과 국가형성의 시차 불일치라는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궁
극적으로 시민사회는 이기적 차원이 아닌 공적행동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
력이 바탕되어야 함을 지적했다.이날 강좌에는 변호사에서 여성운동가에 이
르는 각계 각층의 현장 실무자들이 참여하여 각자가 고민하는 우리 사회 사
회운동의 좌표를 제고하는 시간이 되었다.

<박창희 기자>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