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도 모르고 선배 뒤를 쫄쫄 따라갔다. 처음 간 취재에서 카메라 렌즈 뚜껑도 열지 않고 카 메라를 들이대 선배에게 두고두고 까였다. 어 리바리한 수습기자가 어느덧 부장 자리에 앉 아 기획 아이템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임기 만료까지 남은 세번의 신문에 실을 아이템을 헤아리다 문득 지난 시간 동안 작성한 기사 목 록을 들여다본다.

  학내 소식을 넘어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목 소리 높이는 기획부에 오랫동안 몸을 담다 보 니, 내 이름을 걸고 작성한 기사에는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트랜스젠 더, 우울증에 신음하는 청년, 외국인 유학생 등 많은 사람을 만났다. 작년 겨울에는 대중교 통을 뜻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분을 만 났다. 그들은 보편적인 권리인 이동권을 제대 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봄에는 용기를 내 성폭력을 고백한 미 투 운동이‘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가 에서도 불었다. 그 결과 몇몇 교수의 성추행 및 성폭력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학내에서 2차 가해가 자행된 것이 밝혀졌다.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두고 과거에 작성한 기 사를 읽다 보니 지금 장애인 이동권이 지켜지 고 있는지, 대학가는 성폭력에서 안전한지에 대한 물음이 따라왔다. 긍정의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장애인은 단순한 이동도 고통 의 연속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여 객자동차터미널에는 차량 7000여대가 운행 중 이고 여객자동차터미널은 전국에 약 300여개 가 운영되고 있지만,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 한 서비스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있다.

  대학 내에서 벌어진 미투 운동에도 대학사 회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KBS에 따르면 올해 미투 운동 고발이 나온 12개 대학 중 1/3 은 아직 징계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 났다. 매주 힘겹게 기사를 작성했지만 돌아보 니 사회 문제는 그대로였다.

  낙담하려는 순간, 기사를 작성하고 문제의 식을 독자와 공유할 때 우리는 변화의 시작점 에 서 있는 것이라던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변화의 요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 다.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사실이 알 려지고 대학사회에 퍼진 성폭력이 드러남으로 써 우리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지난 7일 강릉시에서는 장애인 이동권을 촉구 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미투 운동은 대학 사회를 넘어 고등학교와 중학교까지 퍼진‘스 쿨 미투’로 번지고 있다.

  변화의 요구가 있고 필요성을 인식한 구성 원이 있다면 변화는 필연이다. 변화를 위해서 더 많은 구성원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도 록 중대신문이 더 노력하겠다. 다가올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 사 회구성원에게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데 그치 지 않고 변화가 끝날 때까지 유의미한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중대신 문은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겠다. 이번학기 남은 세번의 신문을 끝으로 내 발걸음은 여기 서 멈추지만 중대신문은 사회가 변하는 그날 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