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을 통해

바라본 자본주의

자본의 순환 논리로

사회를 분석하다

백승욱 교수가 마르크스가 설명한 자본에 대해 논하고 있다.   사진 최지환 기자
백승욱 교수가 마르크스가 설명한 자본에 대해 논하고 있다.     사진 최지환 기자

지난 200년간 자본주의는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아담 스미스에서 케인스로 그리고 하 이에크로. 변화하는 물결 속에서 카를 마르 크스는 자본주의 반대편 맨 앞에 서 있었다. 자본주의 반대편에 서 있기 때문에 마르크 스는 자본주의의 거울과 같은 존재다. 이것 이 오늘날 우리가 마르크스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마르크스를 주제로 2018년 중앙 게르마니아를 진행 했다. 지난 16일 302관(대학원) 301호에서 백승욱 교수(사회학과)가 자본을 주제로 강연했다.

  마르크스의 현재성

  마르크스는 200년 전 인물이다. 그의 저서 『자본론』도 나온 지 151년이 됐다. 과거의 인물과 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백승 욱 교수는‘무엇’이 아니라‘어떻게’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르크스가 ‘어떻 게’생각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마르 크스를 다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19세기에 논의되던 모든 사상의 정점에 있었다. 그는 사상의 정점에서 새로운 사상적 돌파를 위한 틀을 제시한다. 마르크스는 1840년대까지 철학 작업을 하 다가 1850년대 들어서 정치경제학 비판 작 업을 하게 된다. 경제학에 대한 철학적 비판 이 시작된 것이다. 마르크스는 경제학 영역에 개념적 비판을 시작하면서 사상을 전개 해 나갔다.

  “나는 과학적 비판에 근거한 의견이라 면 무엇이든 환영한다. 그러나 내가 한 번 도 양보한 일이 없는 이른바 여론이라는 편 견에 대해서는 위대한 단테의 말이 항상 나의 좌우명이다.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자본론』Ⅰ, 제1판 서문

  자본주의의 거울

  자본주의는 마르크스가 인지한 자본주의 에 답하면서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르크스 이후의 자본주의가 마르크스 의 사상을 염두에 두고 정비됐다는 것이다. 『자본론』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위기 가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했다. 이 원인은 실 제로 1873년부터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체 에 불어 닥친 대불황에도 적용됐다. 그 이후 1929년 전세계가 대공황을 겪으면서 자본주 의 시스템이 자기 인지적인 능력을 갖추게 된 데에도 마르크스의 분석이 영향을 끼쳤 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 에서도 마르크스의 영향을 볼 수 있다. 2008 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심도와 파장은 1929 년 대공황보다 더 심각했다. 그러나 이 파장 이 관리될 수 있었던 데에도 마르크스의 영 향이 컸다. 백승욱 교수는 마르크스가 자본 주의의 위기를 관리하고 경고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마르크스가 있었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스스로 위기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자본론과 프랑스 내전

  흥미로운 점은 마르크스가『자본론』과 『프랑스 내전』을 같은 시기에 집필했다는 것이다. 백승욱 교수는『자본론』과『프랑스 내전』이 서로 대립하고 모순되는 2개의 명제를 동등한 권리로 주장하는 이율배반 관 계라고 설명한다. 『자본론』은 자본이 노동을 완벽히 장악 한 세계에 대한 설명이다. 노동자들이 저항 하더라도 자본이 노동자를 얼마나 막강하 게 통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르크스 는『자본론』에서 노동자가 자본주의를 돌 파할 힘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쓰인『프랑스 내전』 에서는 프랑스 5차 혁명을 의미하는 파리코 뮌을 체계를 넘어서는 이행의 계기로 설명 했다. 마르크스는 반국가로의 이전, 상비군 의 해체와 상비 관료제의 소환을 통해서 민 중이 국가를 어떻게 소멸시키는지를 말한다.

  『자본론』에는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답이 들어있지 않다. 반대로『프랑스 내전』은 파리코뮌을 통해 벗어날 법은 제시하지만 공장이 아닌 외부 공간에서 파리코뮌이 벌어진다고 설 명한다. 파리코뮌은 정세 조건 속에서 주민 이 시스템에 저항했을 때 정치적 공간이 어 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만들어진 정치적 공 간이『자본론』에서 이야기한 강력한 시스 템에 어떤 공격을 가하는지 답을 주지 않는 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는 강력한 구조를 갖는 힘이고 힘을 깨려면 이를 넘어서는 주 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요소 를 연결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몫으로 남겨 뒀다.

  “화폐자본의 순환을 표현하는 공식은 이미 발달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기초 위에 서만 자본순환의 자명한 형태라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그 공식은 임금 노동자 계급이 사회 전체에 걸쳐 충분한 숫 자로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 이다. 우리가 이미 본 바와 같이, 자본주의 적 생산은 상품과 잉여가치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임금노동자 계급을 재생산 및 확대 재생산하고 있으며 다수의 직접적 생산자 들을 임금노동자로 전환시키고 있다.” 『자본론』Ⅱ

  자본은 순환한다

  그렇다면 총 3권으로 이뤄진『자본론』을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할까. 백승욱 교수는 『자본론』Ⅱ가 핵심이라고 추천한다. 『자본 론』Ⅱ는 자본의 순환을 설명한다.

  자본에는 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 이 있다. 화폐자본은 가장 자본주의적 형태 로 돈에서 생기는 이윤이다. 이는 목적이 자기증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화폐 자본은 재생산되지 않는다. 한편 생산자본 은 자본주의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실물 자본이 만들어지는 공간에서의 자본이 며 물질적 생산영역에서 잉여가치를 창출 하기 때문이다. 재생산이 끊어지면 자본주 의 시스템이 망가지기 때문에 생산자본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 상품자본은 자본 주의 기업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제조된 일 정한 양의 재화 실현이다.

  『자본론』Ⅱ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자본의 모든 순환이 맞물려서 동시에 돌아 갈 때만 움직이고 운동하는 시스템이라고 봤다. 생산하면 생산의 원료를 조달하는 사 람이 존재하며 누군가는 판매하고 누군가 는 재고를 소유하는, 일련의 움직임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전까지 고전주의 학파는 자본의 순환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당시 근대적인 회계제도나 국민 계정이 존 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의 생각 은 선도적이었다.

  자본주의 운동 법칙

  자본의 순환 개념을 바탕으로 마르크스 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설명 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자본이 증 식되고 축적되는 독특한 원리가 있다고 했다. 그 원리는 가치법칙, 잉여가치 법칙, 재 생산의 법칙,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다. 가치 법칙은‘본위화폐로 측정되는 1년간 국민 소득’을‘노동의 화폐적 표현’과‘1년간 총 노동시간’의 곱으로 구할 수 있다는 법칙이 다.

  잉여가치 법칙은 노동시간이 길어질 때, 임금률이 떨어질 때, 노동자의 숫자가 늘어 날 때 세가지 경우에서 잉여가치가 늘어난 다는 식이다.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는 자본 생산성과 노동생산성이 이윤율과 비례하고 임금률은 이윤율과 반비례한다는 설명이 다.

  이처럼 마르크스가 설명하려고 하는 자 본 운동의 체계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마르 크스는 자본주의가 허구적인 것이 아니라 고 말했다. 자본주의는 노동에서 기원한 자 본의 사회적 힘이 자산가의 것으로 옮겨온 사회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계속 진화해가면서 독특한 역사적인 맥락을 담는다. 따라서 백승욱 교수는 마르크스 이후의 자본주의가 그의 예상보다 상당히 복잡해지고 모호해 졌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제도는 진화되고 변천됐다. 그럼에도『자본론』은 현대적으로 의미 있는 여 러 함의를 담고 있으며 마르크스의 사고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돌파점을 찾을 수 있 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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