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렀지만 대학생에게 수능은 애증의 대상이죠. 중앙대 학생에게 지난 수능의 추억을 들어봤습니다. 한때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순간을 되돌아볼까요?

“수능날 차(tea) 조심!”

이나현 학생(유럽문화학부 1)

-1학년이면 수능 봤던 기억이 선명하겠네요!
“맞아요. 작년에 지진 때문에 수능이 일주일 미뤄졌잖아요. 갑작스러운 소식에 멘탈이 많이 흔들렸죠. 하지만 미뤄진 게 오히려 다행이었어요. 여유가 생겨 모의고사 보는 것처럼 안 떨고 시험을 칠 수 있었죠.”

-수험장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수능날 아침 어머니께서 긴장하지 말라고 민트티를 싸주셨어요. 긴장이 너무 돼서 차를 엄청 마셨거든요? 그런데 민트티가 이뇨작용을 촉진하더라고요. 수능 때 차를 많이 마시면 안 좋다는 사실을 잊었던 거죠. 어휴.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는데도 수학 영역 때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은 거예요. 수학 시간 내내 끙끙 앓으면서 고민하다 결국 시험 중 화장실에 가고 말았죠.”

-가장 힘겨웠던 과목은 뭔가요?
“한국지리에요. 제가 그때 엄청 유명한 한국지리 강사님 강의를 들어서 자신이 있었어요. 열심히 공부하고 현장 강의까지 들었죠. 그런데 시험 당일 강사님이 강조한 부분에서 문제가 하나도 안 나왔어요! 저만 놀란 게 아니고 같이 수강했던 친구들 다 당황했죠. 마지막 시험영역이라 안 그래도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수능을 마친 이후에는 어땠나요?
“수능이 끝나고 수시에 다 떨어져서 마음이 좀 무거웠어요. 사실 정시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거든요. 가족들이 걱정하지 말라면서 내년에 한번 더 도전하면 된다고 위로해줬죠. 이번 시험 결과에 만족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예요. 결과에 관계없이 다들 수고하셨고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요!”

 

“믿는 수학에 발등 찍혔어요”

한석진 학생(건축학부 1)

-수능하면 어떤 감정이 떠오르나요?
“불안함이 먼저 떠올라요. 수험생이던 지난해 수능이 연기됐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갔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시간이 생겨 열심히 노력했지만 생각보단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요.”

-시험 당일에 무슨 일이 생겼나 보군요?
“맞아요. 수능 결과가 완전히 뒤집혔거든요. 고등학교 3년 동안 가장 자신 있었던 수학, 과학탐구 영역을 가장 못 봤어요. 오히려 그동안 약했던 국어, 영어 영역이 의외로 잘 나와서 당황했죠. 그동안 잘했고 믿어왔던 수학에 배신감이 들더라고요.”

-많이 우울했을 것 같아요.
“수능 점심시간에 수학 영역을 망친 것 같아 울적한 상태였어요. 창밖을 보니 눈 내리는 운동장에서 담배 피우는 수험생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수험장 전체가 금연 구역이잖아요. 경비 아저씨가 담배 피우던 학생들을 발견하고 잡으러 뛰어가셨어요. 학생들은 안 잡히려고 입에 담배를 물고 눈 덮인 운동장을 가로질렀죠. 수능장에서 술래잡기를 하는 걸 보니까 너무 웃긴 거예요. 덕분에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 가셨죠.”

-수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요. 수능을 생각보다 못 봐 울적한 기분으로 입시 상담을 받았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괜찮아. 넌 꼭 수시로 갈 거야.”라고 격려해주셨거든요. 그 때 선생님이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시니 믿음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남은 수시를 열심히 준비했죠. 결국 선생님 말씀대로 중앙대에 올 수 있었어요. 수험생 여러분도 수능 성적은 잠시 잊고 논술이나 면접에 최선을 다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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