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험장 교문을 통과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엄습하는 불안감, 묘한 흥분, 간절함.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죠. 그때 그 수험생은 이제 수험장을 나와 중앙대 캠퍼스에 와 있습니다. 대신 또다시 59만4924명의 수험생이 수험장에 들어갈 시간이 됐습니다. 이번 사진기획에서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여러분의 수능날 느꼈던 떨림을 떠올리며 무사히 수능을 마친 주변의 수험생에게 고생했다고 전해주세요.
아침 6시를 조금 넘긴 시간. 동도 트지 않은 새벽이지만 종로구에 위치한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이화외고) 앞이 분주해집니다. ‘수능대박’, ‘수능을 망칠 수능 없지’ 등의 플래카드로 무장한 학생들이 수능을 보는 선배를 위해 응원전을 준비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와 미세먼지에도 굴하지 않고 ‘둥둥’ 북을 울리며 힘차게 응원가를 불렀죠. 긴장된 표정을 짓고 종종걸음으로 수험장에 들어가던 학생도 후배의 응원에 긴장이 풀렸나 봅니다. 후배들에게 환하게 웃어 보이거나 주먹을 불끈 쥐며 화답했죠.
강남구에 위치한 중앙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중대부고)에서는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나타나 교문 앞에 두줄로 도열했습니다. 선배가 도착하자 박수와 함께 수능을 잘 보라는 축사를 다 함께 크게 외쳤습니다. 한 학생은 대금을 불며 용기를 북돋웠죠.
학생들의 노력을 바로 곁에서 지켜봐 온 분들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수험생이 수험장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많은 분이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수험장 앞을 서성였습니다. 외동딸이 수험장에 들어갔다는 오미숙 씨(49)는 “아침에 수험장으로 오는 길에 내가 다 떨렸다”며 “수능이 끝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3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은 애틋한 표정으로 제자들을 바라봤습니다.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던 반포고등학교 정호진 선생님(33)은 “3학년 담임을 맡아 1년 동안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마음 편히 그동안 갈고 닦은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말을 남겼습니다.
교문 앞에 다다른 학생들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선생님과, 그리고 친구들과 꼭 안았습니다. 서로를 안는 동안 많은 감정과 생각이 교차했겠죠. 곧 입시가 끝난다는 해방감, 중요한 시험을 앞뒀다는 불안감과 떨림…. 안은 후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8시가 넘어 입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교문 앞이 한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응원단과 취재진도 철수할 준비를 시작했죠. 입실 마감 시간인 8시 10분이 되자 중대부고 정문이 닫혔습니다. 하지만 1분 뒤 한 학생이 헐레벌떡 뛰어오자 굳게 닫혔던 문이 잠시 열려 무사히 입실할 수 있었습니다. 8시 15분. 이화외고 앞이 요란한 사이렌 소리로 채워집니다. 경찰 오토바이가 한 학생을 태우고 급하게 달려왔죠. 경찰관의 격려를 받으며 입장한 학생을 끝으로 이화외고의 교문도 굳게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