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에서 의열단 지도자 김우진은 의열단원 중 내부고발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의열단원에게 각기 다른 접선 장소를 알려준다. 내부고발자인 의열단원 조회령은 일본 경찰 하시모토에게 접선 장소를 밀고한다. 조회령에게 알려준 접선 장소만 일본 경찰에게 유출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김우진은 조회령을 사살한다. 김우진은 머리를 썼다. 한 번 더 사고를 뒤집어 밀정을 색출해낸 것이다.

  이처럼 ‘추리’란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알지 못하는 정보를 미루어 파악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추리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 거듭나 문화콘텐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금부터 추리 장르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추리? 낯설지 않아요!

  추리 장르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근대적인 추리소설은 1840년대에 등장했다. 이후 1880년대부터 셜록홈즈가 등장하며 추리소설은 황금기를 맞이한다.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유수영 대표는 우리나라에 정통 추리소설이 소개된 건 1930년대라고 전한다. “우리나라에 번안 소설이 등장하면서 1930년대 사람도 셜록홈즈를 읽었어요. 최초의 국내 추리소설 작가가 나온 것도 이 시기죠.” 

 이후 등장한 『명탐정 코난』과 같은 만화와 닌텐도 게임도 우리나라의 추리 대중화에 한몫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널이 등장해 어려운 문제를 맞히거나 방탈출하기 위해 고뇌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진화하는 추리 장르

  추리 장르를 즐기는 방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는 현대인에게 가장 친숙한 스마트폰으로도 추리를 즐길 수 있다. 이다예 학생(경인교대 초등교육과)은 이야기가 결합된 모바일 추리게임을 좋아한다고 밝힌다. “이야기 안에서 주인공과 함께 문제를 풀고 사건 진상에 다가갈 때 기분이 짜릿해요. 범인의 사건 동기나 독창적인 범행 방식 등 등장인물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롭죠.”

  덧붙여 이다예 학생은 모바일 추리게임을 즐길 수 있는 ‘꿀팁’을 소개한다. “저는 주로 플레이 스토어나 앱 스토어를 자주 방문하며 새로운 추리 게임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게임 회사 SNS 공식 계정을 팔로우하면서 최신 게임 정보를 받아보고 다른 이용자 후기를 살피죠.”

  강성찬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 2)은 온라인으로 추리퀴즈 풀기를 좋아한다. “인터넷에 추리소설 형태로 문제가 올라오곤 해요. 주어진 단서를 이용해 범인과 범행도구, 범행동기 등을 추리하죠.”

  인터넷 추리동호회 카페를 통해 암호 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일정한 규칙을 사용해 암호문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암호를 해독해요. 그중에서도 저는 추리동호회 카페에 올라오는 퍼즐 암호 퀴즈를 푸는 걸 가장 좋아해요.”

  추리동호회 카페에서는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 함께 모여 추리를 펼칠 수 있다. 강성찬 학생은 추리동호회 카페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이벤트에도 종종 참여한다. 진행 방식은 TV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씬’과 비슷하다. 크라임씬은 살인사건 현장에서 출연자가 날카로운 추리로 범인을 밝혀내는 프로그램이다. “제가 실제로 참여했던 고시원 살인사건 테마의 경우 참가자는 피해자의 연인을 비롯한 탐정, 룸메이트 등의 역할을 맡았어요. 수강신청급으로 자리가 순식간에 마감될 만큼 인기가 상당한 이벤트죠.”

  체험해보면 달라요

  최근 가장 ‘핫’한 추리 체험 장소 중 하나는 바로 방탈출카페다. 방탈출카페의 매력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소재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탈출카페에 방문하는 윤혜리씨(24)는 방탈출카페만의 묘미로 몰입감을 꼽는다. “방탈출 테마 속 인테리어나 소품들이 정말 사실적이고 기발해요. 직접 움직이며 추리를 해나가기 때문에 논리력과 관찰력이 몇 배로 요구되죠. 이때 느끼는 긴장감, 스릴감, 그리고 간혹 반전 같은 감정이 직접적으로 와 닿게 된답니다. 그 재미가 정말 큰 것 같아요!” 방탈출카페를 자주 즐기다 보면 자신만의 요령이 생기기도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의외의 곳에서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죠.”

  추리소설을 색다르게 즐길 수도 있다. 자칭 ‘셜로키언(셜록 홈즈 광팬)’ 변하영 학생(서울여대 경영학과)은 추리소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편이다. “한때 영국 드라마 <셜록>에 빠져 살았어요. 원작 소설의 고전적인 매력과 현대의 교집합을 기막히게 변주해낸 작가 솜씨에 감탄했죠. 최근에 문을 연 추리소설 전문 서점도 아주 매력적인 곳이에요.”

  능동적인 추리는 언제나 옳다

  그렇다면 왜 지금, 추리 장르일까? 최근 예능과 드라마 등에서 추리 장르가 새롭게 대두되는 배경으로 유수영 대표는 ‘트렌드’를 꼽는다. “사회적인 현실도 반영하고 문제의식도 드러내는 추리야말로 새로운 재미이자 자극제가 될 수 있어요. 부조리를 고발하는 현시대 정서와도 잘 맞아떨어지죠.”

  추리 장르는 직접 두뇌를 사용하여 콘텐츠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추리 장르에서는 직접 결과를 창출하는 참가자가 될 수 있다. 이다예 학생은 추리문제를 좋아하게 되면서 사고가 확장됐다고 말한다. “추리문제 풀이 과정에는 허를 찌르는 부분이 많아요. 예를 들면 문제에서 자매로 제시돼 있어 당연히 나이 차이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알고 보니 쌍둥이였죠. 추리문제를 많이 풀다 보면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강성찬 학생은 추리는 단순한 지식을 가지고 푸는 수능 문제와는 다르다고 조언한다. “추리는 단서를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석하는 과정이에요. 어려운 추리문제의 경우 몇 시간부터 며칠까지 그 문제의 단서를 찾고 가설을 세워보기도 하죠.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정답을 맞췄을 때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뻐요.”

  한편 고전 콘텐츠에 가까운 추리소설도 여전히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추리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유수영 대표는 추리소설이 사회와 시대를 깊이 있게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범인을 찾는 정통적인 이야기만 존재하는 게 아니에요. 최근에는 예술계, 법조계 등 다양한 전문 분야 출신 작가가 추리소설을 집필하죠. 그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녹아 있어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수동적으로 읽히기 쉬운 추리소설도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다.변하영 학생은 작가의 의도에 반기를 드는 과정에서 추리소설 읽기의 의미를 찾는다. “작가가 눈속임을 위해 일부러 내세우는 인물과 상황이 있어요. 그 안에 숨겨둔 진의를 찾아내려는 독자와 작가의 두뇌 싸움이 추리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하죠.”

  추리 세계에 초대합니다

  그러나 추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추리’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추리 장르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강성찬 학생은 대중성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문제적 남자’를 보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이 나와요. 성냥 n개를 옮겨 수식을 완성하는 형태의 ‘성냥 옮기기’ 문제가 대표적이죠. 프로그램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접하면서 저절로 실력이 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다예 학생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설과 방탈출카페를 추천한다. “소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쉽게 질리지 않아요. 또 범인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방탈출카페의 경우에는 접근성이 좋고 친구와 함께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재밌게 와 닿는 것 같아요.”

  ‘추리소설 덕후’인 변하영 학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대개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쏟아져요. 이때 책방과 출판사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죠. 인스타그램에서 책방 혹은 출판사를 팔로우하면 신간 소식을 알 수 있어요.”

  또한 그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한 추리 장르 시청을 추천한다. “추리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왓챠’와 ‘넷플릭스’가 빅데이터를 통해 추천해 주기도 해요. 전문 평론가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통해서 알아가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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