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2월 중앙대 합격증을 받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당시 내가 생각하던 20살 대학생활은 꿈과 끼를 맘껏 발산할 수 있는 꽃밭이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고 떠밀려 입장한 곳은 자유방임주의의 치열한 경쟁 사회였다. 그 속엔 나와 비슷한 사람, 나보다 잘난 사람으로 가득했다. 스스로의 가치를 올려야 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나를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더 좋은 학점을 받고 더 다양한 스펙을 경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노력할수록 점점 남보다 뒤처질까 두려워지고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습관이 생겼다.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오고 싶어 지원했지만 계속해서 떨어졌고 자신감은 점점 하락했다. 대외활동 하나 쉽게 합격하지 못하면서 앞으로 사회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열심히 달려도 나만 제자리걸음인 느낌이었다. 

  문득 지난 여름방학 엄마의 추천으로 봤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대사가 떠올랐다. “나만 돌아왔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시험, 취업, 연애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아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 혜원의 대사다. 혜원처럼 나도 주말을 가득 채운 아르바이트 스케줄과 만족스럽지 않은 학점에서 잠시 도망치고 싶었다. 모두가 한 번쯤 내가 닥친 이 상황을 피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겁쟁이에 소심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완벽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 성격에 뜻대로 되지 않는 여러 일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혜원이 자신의 ‘리틀 포레스트’로 돌아갔듯 나도 학기 중 잠시 시간을 내 대전에 내려갔다. 주말 알바를 마치고 오후 10시가 되는 시간이었다. 자정이 넘는 시간에 대전에 도착했고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엄마는 따끈한 밥부터 챙겨줬다. 그날 있었던 진상 손님에 대한 생각과 학점,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이 잠시 사라졌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믿어.’ 영화 속 혜원 엄마의 편지 내용이다. 이 편지는 왜 혜원의 엄마가 딸과 함께 그 시골에 남아 생활했는지, 왜 내가 대전에 내려가 고민을 털고 올라올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했다. 경쟁이 치열한 현실 속에서 언제든 누구나 지칠 수 있다. 각기 이유와 상황은 다르겠지만 포기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온다. 그럴 때 각자 만의 작은 숲이 있다면, 조용한 마을의 연기가 나는 굴뚝을 가지고 있는 고향 집이 있다면 이 답답한 세상에서 훨씬 버티기 수월할 것이다.

  나에게 ‘리틀 포레스트’는 따뜻한 밥 한끼와 식사 자리에서 오가는 가족들의 위로 한마디였다. 나뿐만 아니라 사회의 많은 청춘들이 홀로서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제대로 쉬고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냥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기보다는 잠시 나만의 ‘작은 숲’으로 돌아가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규원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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