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참 열심히 정면으로 부딪혀 오는구나. 거절할 때조차 최선을 다하는구나.” 최근 고아라 동문(연극영화학부 08학번)이 출연한 <미스 함무라비>에서 임바른(김명수 분)이 박차오름(고아라 분)에게 한 대사다. 옥림이, 나정이, 박차오름까지. 생각해보면 그동안 그가 맡은 역할은 늘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가 만난 ‘고아라’라는 사람 역시 그랬다. 그가 써내려간 일기장엔 어떤 꿈과 열정이 담겨 있는지 들여다봤다.

사진제공 아티스트컴퍼니
사진제공 아티스트컴퍼니

“중앙대 연극영화학부에서
저를 발견했어요“

‘그때 그 시절’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다

4년 전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아라 동문은 중앙대를 ‘그때 그 시절’이라 표현했다. 졸업한지 얼마 안 돼 과거라 표현하기 민망하다면서도 그리움에 가득 차 중앙대를 추억했다. 이번에 그는 같은 질문에 ‘꿈’이라고 답했다. 그를 계속 꿈꾸게 만드는 원동력은 그가 가진 열정이었다. 중앙대가 새로운 100년의 꿈을 향해 열정을 쏟아내야 했던 '100주년 기념식 및 뉴비전 선포식'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로 교가와 구호를 부르던 고아라 동문을 다시 만나봤다.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소감이 어땠나.
  “공연을 보면서 ‘역시 중앙대는 행사도 다르게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동영상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게시했죠. 자랑스러워서요(웃음). 100주년 기념식, 아무 대학이나 하는 건 아니잖아요. 자부심을 느꼈죠. 특히 여러 선배님과 동문, 재학생이 함께한 자리여서 더 뜻깊었다고 생각해요.”

  -중앙대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중앙대가 전문적으로 연기를 익힐 수 있는 첫 배움터였거든요. 중학생 때 발탁돼서 연기에 대해 잘 모른 채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것도 아니라서 전문적으로 연기를 훈련할 기회가 없었죠. 중앙대 연극영화과가 위상이 높은 만큼 배움터로서 기반이 잘 다져져 있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애착도 많이 생기고 학교생활도 즐겁게 했죠.

  “항상 운동복을 입고 학교를 다녔어요. 종종 실기 수업 전에 몸 푼다고 공놀이를 했거든요. 배구도 하고, 족구도 하고. 내기해서 이기면 밥도 얻어먹고요. 다들 승부욕이 강해서 거의 싸우듯 했지만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웃음).”

  -학교생활이 즐거웠나.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중·고등학교시절에 대한 추억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학에 입학했을 때 무척 신났죠. OT, MT도 많이 참여했어요. 군기가 바짝 들어있으면서도 열정 넘치고 풋풋했던 1학년 때를 회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요.”

  -수업 중 재밌는 일은 없었나.
  “철학 수업시간이었어요. 제가 그때 나름 하이틴 스타여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옆에 앉은 남학생이 저를 모르는 것처럼 제게 호감을 표시하는 거예요(웃음). 그때는 ‘나를 모르는 사람도 있구나’ 신기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하고 친해지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철학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제가 들었던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에요. 원래 심리학이랑 철학을 좋아해요. 평소 관련 책도 많이 봐요. 재미도 있고 연기하는 데 밑바탕이 되거든요. 특히 철학을 정말 재밌게 배웠어요.”

  -철학 수업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나.
  “키르케고르라는 철학자가 있어요. 철학자이면서 기독교 신자죠. 철학과 종교는 상관이 없지만 기독교 관점에서 철학과 관련된 생각을 풀어놓은 게 같은 기독교 신자로서 재밌었어요. 그래서 철학을 더 재밌게 배운 것 같아요. 성적도 A+를 받았죠(웃음).”

  -전공 수업은 어땠나.
  “2학점 수업이면 원래 2시간 듣잖아요. 근데 전공 수업 중에 2학점인데 6시간 들은 것도 있어요. 그게 밑바탕이 돼서 현장에서 5시간, 6시간 대기를 해도 괜찮아요(웃음).”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는지.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마스크 수업이에요. 백남영 교수님이 하신 실기 수업인데 하회탈 같은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거예요. 대사 없이. 내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로 연기를 하고 다른 사람이 그런 제 모습을 본다는 게 참 인상적이어서 기억이 나네요. 또 ‘만약 ~라면’이라는 주제로 동물도 돼 보고···. 별의 별 연기를 다 해봤어요(웃음).”

  -이론 수업은 어땠나.
  “제가 1학년 때 <서양연극사>라는 수업을 들었어요. 그 수업 덕분에 영화 <페이스메이커> 촬영지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죠.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수업 시간에 배운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을 발견한 거예요!”

  -수업에서 배운 걸 직접 보니 신기했겠다.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거든요. 만약 <서양연극사>를 안 들었다면 지나쳤겠죠? 그때 중앙대에 오길 잘했다 생각했어요. 학교에서 배운 걸 알아보니까 역시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찍 데뷔해서 연기 경험을 쌓고 난 다음 대학에 진학해 이론을 배웠다. 실제 연기와 이론으로 배우는 연기에 차이가 있나.
  “현장과 다른 감도 있지만 학교에서 배운 게 기초가 돼서 연기가 더 풍성해진 것 같아요. 개념, 역사 등을 배우다 보니까 연기가 더 재밌어졌어요. 기초 지식이 생기니까 대본 분석도 더 꼼꼼히 할 수 있게 됐고요.”
 

사진제공 아티스트컴퍼니
사진제공 아티스트컴퍼니

  “중앙대 연극영화학부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연기를 관뒀을 거예요. 이론을 배우니까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어요. 해볼만 하다는 용기도 생겼고요. 1학년 때부터 그게 계속 쌓였어요. 그래서 학교 가는 것도 좋아했고 수업도 더 열심히 들으려고 했죠.”

  -자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대학에 진학할 무렵 자아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누군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참 고민했죠. 배우를 계속 해야 하는지도 갈피를 못 잡았고요. 그때 중앙대 연극영화학부에서 고민의 답을 찾았죠.”

  -지난 2014년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배역의 폭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나.
  “대표작이 있는 건 정말 좋죠. 그만큼 대중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은 거니까요. 지금은 정말 감사하지만 예전엔 고민이 많았어요.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은데 하나의 이미지에 국한된 역할만 들어왔거든요. 다양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싶어요.”

  -특별히 하고 싶은 배역이 있는지.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이요! 로맨틱 코미디를 보면서 내가 연애하는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하고 위안을 많이 받아요. 드라마로 힘을 얻고 사는 사람으로서 시청자에게 공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난 2016년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진구 학우가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로 고아라 동문을 꼽았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좋은 생각을 하셨나 몰라요(웃음). 정말 감사해요. 저도 꼭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여진구 배우예요(웃음). 졸업해서 학교에선 못 보지만 같은 작품에서 꼭 보고 싶네요.”

  -함께 로민틱 코미디를 찍어도 좋겠다.
  “그렇죠? 케미가 잘 살도록 노력해볼게요(웃음).”

  -로맨틱 코미디 역할 중 탐나는 역할이 있었나.
  “ 드라마<연애의 발견>에서 정유미 배우가 맡은 역할이요. <연애의 발견>은 해마다 다시 보는 작품이에요.”

  -배우의 꿈을 꾸게 된 이유가 여러 인생을 살아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가장 살아보는 재미가 있었던 배역은.
  “최근 참여했던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판사 역할이요. 제가 살아생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경이감이 들기도 했죠. 실제 부장판사이신 문유석 작가님이 쓰셔서 용어도 엄청 전문적이었어요. 평소 쓰지 않는 용어를 늘 자연스럽게 접하던 사람처럼 해야 하니까 작품이 끝날 때까지도 익숙지 않더라고요(웃음).”

사진출처 JTBC 미스함무라비
사진출처 JTBC 미스함무라비

  -배역의 폭을 넓히는 것 외에 배우로서 품은 꿈이 있나.
  “할리우드 진출이요(웃음). 사실 같은 맥락이에요. 넓은 시장으로 나가면 배역도 더 다양하잖아요.”

  -영어도 잘해야겠다.
  “언어 배우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외국도 더 자주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외국 나가면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와요. 일본 가면 일본어가 나오고요. 지난 1일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에 다녀왔는데 일본에서 온 분들과 이야기도 나눴어요.”

  -열정이 넘친다.
  “심심하게는 안 지내는 것 같아요. 가만히 있질 못하거든요. 어려서부터 활동해서 그런지 오히려 공부하는 게 쉬는 것 같아요. 할리우드 진출도 꿈이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대학원 진학이에요. 사실 늘 했던 생각이에요. 작품 활동과 병행하기 어려워 미뤄왔는데 이제는 병행할 수 있을 때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중앙대 대학원에 진학할 건가.
  “당연하죠. 당연히 중앙대 대학원 가야죠. 연극학과에 진학해서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고민이 있을 땐 항상 학교 생각이 먼저 나요. 그래서 대학원도 결국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이젠 즐겨요. 예전엔 힘들었어요. 누가 나인지 혼란스러웠거든요. 이젠 다 나라고 생각하고 내가 더 구체화되니까 역할에서 빠져 나오는 것도 쉬워졌어요. 역할은 역할이고 나는 나잖아요.”

  -시를 쓴다고 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교회 선생님께 선물을 받았어요.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집이었죠. 시집을 보면서 어린 나이에 신선함을 느꼈어요.”

  -어떤 점이 신선했나.
  “‘도둑에게서 배울 점’이라는 시를 보고 반어법에 매료됐어요. 사실 도둑에게 배울 점이 뭐가 있어요. 그럼에도 도둑이라는 소재와 발상이 창의적이어서 그때부터 시에 빠졌죠.”

  -특히 좋아하는 시는.
  “제가 또 사랑 시를 엄청 좋아해요. 웃기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사랑 시를 썼어요(웃음).”

  -사랑 시라면 밝은 사랑인지 아니면 절절한 사랑인지.
  “절절한 사랑이요. 밝은 사랑도 가끔 있어요(웃음). 인간 심리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때그때 나의 심리를 시로 쓰기도 하고 소설을 보다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를 책에 끄적이기도 해요. 심리에 대한 글을 쓰다보면 정서가 안정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도 시를 쓰고 있나.
  “최근엔 거의 못 썼어요. 일년 동안 세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 틈이 없더라고요. 거의 작품 생각밖에 안 한 것 같아요. 특히 맡은 배역이 어려워서 고민을 많이 해야 했거든요. 그래도 시집을 내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유치한 시도 많아서 잘 고르고 다듬어야하지만요(웃음).”

  -일기도 쓰는지.
  “많이 써요. 작품 들어가기 전엔 꼭 맡은 역할의 입장에서 써요. 습관이 됐거든요.”

  -어떻게 일기를 쓰게 됐는지.
  “<반올림> 촬영할 때 배웠어요. ‘너 옥림이 역할로 일기를 써라, 매일매일.’ 작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때부터 일기를 쓰게 됐죠. 연기에 도움도 많이 돼요.”

  -예전 일기장을 넘겨보면 계속 자아가 바뀌지는 않나.
  “변한 게 없어요. 어떻게 그렇게 똑같은지 몰라요. 물론 맡은 역할에 따라, 상황에 따라 풀어놓는 건 다른데, 요즘 일기장을 보면서 나는 늘 변함이 없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성장은 했겠지만 그래도 저는 저더라고요.”

  -어떤 점을 보고 변함이 없다고 느꼈나.
  “작품 들어갈 때 고민하는 것도, 늘 책 읽는 것도 똑같아요. 일기를 어디서 썼는지도 적는데 그것도 거의 똑같아요. 카페 아니면 도서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한결 같더라고요. 일기장을 펼쳐보면서 ‘난 이런 사람이구나’를 깨달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확실하게 알아가는 것 같아요.”

  -각각 다른 인물로서 일기를 써도 ‘고아라’가 묻어나는가 보다.
  “그렇죠. 제가 다 있죠. 다 저예요. 제 안에 있는 다양한 성격 중에 어떤 성격을 더 많이 꺼내는지에 따라 달라질 뿐인 것 같아요.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요? 교수님, 부모님, 친구를 대하는 행동이 모두 다른 것처럼요.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 스스로 관찰하고 알아가면서 한계도 깨닫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할 때 더 겸허해져요.”

  “‘배우 고아라’는 양식만 먹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나 봐요. 아침인데도 저와 식사하려고 하면 다들 양식집을 예약하더라고요. 제가 도시생활도 오래 하고 나름 도시적으로 생겼지만(웃음) 시골에서 자라서 구수한 편이거든요. 된장찌개, 김치찌개 정말 좋아하고.”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과 본인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하던데.
  “네 많이 가까웠어요. 털털하고 편한 게 좋아요. 그래도 연기할 때는 또 색다른 모습 보여드려야겠죠? 섹시한 모습, 청순한 모습도 보여드릴게요(웃음).”

  -그렇다면 배우가 아닌 인간 ‘고아라’로서 어떤 꿈이 있는지.
  “즐겁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도 즐겁게 하고 가족, 친구, 동료 모두와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 돌이켜봤을 때 ‘즐거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사진제공 아티스트컴퍼니
사진제공 아티스트컴퍼니

  -당신에게 중앙대란?
  “중앙대는 제게 ‘꿈’이에요. 꿈을 갖게 하고 키워준 공간이거든요. 이젠 대학원 진학이라는 새로운 꿈의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중앙대 하면 ‘꿈’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