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금요일 오전 12시 47분. 잠을 자려 누운 순간 후배 기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속보]서울 상도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붕괴 위기’. 서울상도유치원은 기자의 자취방에서 도보로 불과 15분 남짓한 거리였다.

  다음날 아침 급히 서울상도유치원을 찾았다.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 바라본 유치원의 모습은 할 말을 잃게 했다. 창틀이 깨져 나뒹굴고 건물은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었다. 바로 옆 공사장 흙막이 콘크리트 벽은 뒤집어졌고 그 위로는 토사가 덮인,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건물 옥상과 주차장 베란다 등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붕괴 약 5개월 전 안전진단을 통해 위험성을 지적했던 이수곤 교수(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는 이번 사고가 충분한 지질 조사를 거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날 그는 현장 인터뷰.에서 “기자들 시간 지나면 챙겨보지도 않아요”라고 말했다.

  짧은 한마디지만 이후 나는 항상 그 말이 마음 한편에 찝찝하게 남아있었다. 교수의 말에 대한 괜한 반발심일까,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사 컴퓨터에 ‘서울상도유치원’이라는 폴더를 만들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보도와 자료는 대중의 관심과 함께 줄어갔다.

  사건 발생 후 약 2달이 지난 지난주 금요일 나는 그날처럼 다시 서울상도유치원을 찾았다. 도착한 서울상도유치원은 평화로웠고 아이들은 일상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유치원 아이들은 상도초등학교 건물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고 공사장 옆 운동장에서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상도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근무 하고 있는 공익근무요원에게 요즘도 기자들이 유치원 붕괴사고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오냐고 물었다. 그는 한달 전부터 이곳에서 근무했는데 기자는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망스러웠다.

  이슈가 판치는 세상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대중은 새로운 소식을 원한다. 아무리 큰 사건일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무뎌지고 잊히기 쉽다. 어쩌면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인간이라는 동물의 기억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재난일 때 우리는 그러한 기억법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만일 그날 유치원 안에 아이들이 있었다면. 붕괴가 밤이 아닌 낮에 발생했다면. 그로 인해 많은 아이가 다치거나 세상을 떠났다면. 지금처럼 언론과 대중이 이 사건에 무감각하지는 않았을 테다.

  약 20년 전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4년 전 봄 세월호는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재난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이를 교훈 삼아 ‘잊지 않겠다’는 말을 강조한다. 또다시 서울 한복판에서 유치원이 붕괴되고 약 두달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날 현장에 있던 많은 기자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