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의 늪
  • 중대신문
  • 승인 2018.11.04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4등’ (2016, 감독:정지우)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 때 우리사회의 단면을 풍자한 유행어다. 유행어가 나온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는 1등을 좋아한다. 광고나 인터넷 정보검색을 하다 보면 1등과 관련된 선전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1등이라고 하면 사람, 기업, 제품 등에 믿음이 가고, 그런 그룹에 소속되거나 제품을 이용할 경우 나도 일등, 일류가 된듯한 착각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영화 ‘4등’은 우리에게 순위와 결과에 가려 잊고 살던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영화 ‘4등’은 수영을 좋아하지만 만년 4등인 초등학생 준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현재로부터 16년 전 준호의 수영코치인 광수가 수영선수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흑백으로 그리며 시작한다. 출중한 기량으로 신기록을 보유했던 수영선수 광수는 늦은 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한다. 코치와 감독은 광수의 일탈행동에 대해 기록이 뛰어나단 이유로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넘어가준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방만을 볼 수 없었던 감독이 무단이탈에 대한 체벌을 하자 광수는 선수촌을 나가버린다. 1등이라는 결과 때문에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고, 그것을 당연한 혜택으로 생각하는 광수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현재로 돌아온다.

  각종 수영대회와 경기 때마다 준호를 응원하면서도 전광판에 뜨는 4등이라는 숫자에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준호 엄마의 모습에서 영화는 우리사회가 변한 게 없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4등을 하는 순간, 그 사람이 했던 모든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영화는 각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우리는 경주마가 된다. 자신이 했던 노력의 결과가 1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폄하되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한다. 어느덧 ’인고‘는 1등을 위해 당연히 감내해야하는 긍정적 메시지로 합리화 된다. 그렇게 1등이라는 결과지상주의에 빠지고 있다.

  준호는 수영코치 광수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좋아하는 수영을 그만둔다. 그렇지만 수영을 다시 하고 싶어진 준호는 강습도, 엄마의 뒷바라지도 없이 혼자 대회를 준비한다. 대회에 참가한 준호는 자신이 신청한 종목인 자유형과는 상관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영법으로, 좋아하는 수영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광판에 1이라는 숫자와 함께 준호 이름이 표시된다.

  영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 승자독식사회에서 ‘행복’과 ‘인간다움’을 잊고 사는 우리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말한다. 그렇지만 영화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지킬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여전히 구조적으로 ‘무한 경쟁사회’고 ‘1등’만을 기억하고 잘 대우해주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1등을 하기 위해 ‘행복하게 살 권리’ 그리고 ‘사람답게 살 권리’를 그 누구도 앗아갈 자격은 없다.

권세정 교수

골프전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