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찌푸리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법

손에 손잡고 함께 꾸려가는 곳

학내 커뮤니티는 학교와 학생, 재학생과 졸업생을 하나로 묶는 소통의 장이다. 단, 학내에서 활성화된 커뮤니티라는 전제하에서만 그렇다.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 곳곳의 대학은 이미 활성화된 학내 대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거나 혹은 최근 새로운 학내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커뮤니티 운영진과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학생을 만나 다양한 대학 커뮤니티의 등장 배경과 운영방법을 알아보고 중앙대에도 소통의 장이 열릴 길을 모색해봤다.

  연결다리를 세우다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는 총학생회가 개설한 학내 커뮤니티다. 고파스가 생기기 전 학생들은 고려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주로 이용했다. 고파스 박종천 대표(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는 당시 자유게시판은 학교 본부가 운영하고 있어 자유로운 게시글을 올릴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말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학교 비판 글이 삭제된다거나 실명제 도입 등으로 소통이 어려운 분위기였어요. 학생들만의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죠.” 이에 제40대 안암캠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 학내 커뮤니티 홈페이지 제작을 공약으로 걸었다. 공약 이행의 일환으로 지난 2007년 박종찬 대표는 고파스를 개설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학내 커뮤니티도 있다. 성균관대는 지난 9월 제50대 총학생회에서 새로운 커뮤니티 ‘스꾸터’를 개설했다. 홍성남 전략기획국장(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은 기존에 있던 커뮤니티가 공식적인 소통창구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커뮤니티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기존 커뮤니티는 개발자와 이용자 간에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없고 운영 주체 또한 불명확했어요. 성균관대만의 특성을 담은 공식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홍성남 전략기획국장은 스꾸터를 진정한 대표 커뮤니티로 만들기 위해 학우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도록 했다. “스꾸터는 중앙프로그래밍동아리와 협업해 창립했어요. 커뮤니티 이름도 학생들이 직접 공모전을 통해 만들었죠.”

  총학생회만이 커뮤니티 개설의 주체가 된 것은 아니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는 1999년 당시 재학 중이던 5명의 대학원생에 의해 만들어졌다. 스누라이프는 정보제공 사이트에서 출발해 현재는 학생들의 활발한 소통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유용한 창구를 위해서

  학내 커뮤니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커뮤니티들은 자신만의 운영방침을 갖고 있다. 박종찬 대표는 고파스에 신고기능과 차단기능이 있다고 소개한다. “불쾌감을 유발하는 게시물의 작성자를 차단할 수 있어요. 운영진에게 신고할 경우 운영규칙에 따라 강등 제재를 내리고 있죠. 강등 3회 초과 시 영구강등처리를 하는 삼진아웃제도도 운영 중이에요.”

  성균관대 커뮤니티 스꾸터도 신고관리체계 ‘유배제도’를 통해 신고가 누적되는 경우 이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홍성남 전략기획국장은 많은 학생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강한 제재를 규정했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타 커뮤니티의 문제점으로 공격적인 말이나 욕설이 난무하는 게시글을 꼽았어요. 이에 스꾸터 글의 제재 강도를 더 엄격히 규정했죠.” 

  강력한 운영방침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고파스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고려대 대학 생활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바일로 쉽고 빠르게 고파스에 접속할 수 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도 커뮤니티 접근성의 중요성을 느껴 스꾸터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분야별로 세세하게 나눠진 게시판도 이용자가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준호 학생(고려대 국어교육과)은 고파스를 통해 취업 정보에 관한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저는 사범대에 다니고 있어 임용고시 게시판에서 궁금한 점을 해결해요. 임용고시 게시판 이외에도 로스쿨, 고시, CPA 등 게시판이 세분돼있어 학우들이 도움을 받고 있죠.”

  또한 커뮤니티들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학교 정보와 관련된 게시판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고파스는 시간표, 학사일정, 강의평가, 식단 정보 등 재학 정보뿐 아니라 벼룩시장, 아르바이트 및 과외 정보 등의 생활 정보도 제공한다. 다양한 노력을 기반으로 고파스는 최장기간 동안 대학 학내 커뮤니티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이 주인공인 광장

  학내 커뮤니티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 학생들을 모집해 운영진을 꾸리고 있다. 스누라이프, 고파스, 스꾸터는 모두 각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운영진을 구성한다. 스누라이프는 매 학기 초 정기 채용을 통해 운영진을 모집하며 고파스는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운영진을 뽑고 있다.

  스꾸터를 개발한 홍성남 전략기획국장은 별도의 학생자치기구인 커뮤니티관리위원회를 창설해 운영진을 구성하고 있다고 답한다. “아직은 개발자로 이루어진 임시기구예요. 하지만 정식기구로 발족되면 재학생들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발전시킬 계획이에요.”

  덧붙여 홍성남 전략기획국장은 학내 커뮤니티가 운영진의 관리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커뮤니티의 주인인 학생들의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만들어진 커뮤니티를 학우분들이 직접 꾸려나간다는 주인의식을 갖고 사용한다면 더 의미 있고 활성화된 커뮤니티로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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