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초점은 중요합니다. 하나의 장면이라도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죠. 초점은 사진이 표현하는 바를 다르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호에서 기자는 따릉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누비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기자는 칼럼에서 서울시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의 부분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고자 합니다. 먼저 따릉이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따릉이는 하루 2만명 이상의 사람이 사용할 만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공공자전거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분산시켜주고 탄소배출을 줄여주는 등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죠.

  하지만 따릉이의 기능에서 넘어가 ‘헬멧’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지난 8월 서울시는 새로운 도로교통법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따릉이 이용자에게 헬멧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사업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사업 한 달 후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했죠. 따릉이 이용자 중 약 3%만이 헬멧을 착용했으며 전체 헬멧의 약 24%는 분실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울시는 따릉이 이용자를 위한 헬멧 대여 사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죠.

  그렇다면 헬멧에 초점을 맞춘 이 성적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세금 낭비? 탁상행정? 모두 아닙니다. 여기서 따릉이의 ‘헬멧’은 우리에게 시민의식의 부재라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성적표의 초라한 수치는 ‘내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이라서 공공 기물을 막 사용하는 현실 세계를 마치 거울에 비추듯 정확하게 비춥니다. 그 결과인 약 24%의 시민의식 부재로 인해 나머지 약 76%에게 사회적 손실이 발행하였다는 사실까지 정확하게 말이죠.

  그렇다면 따릉이 ‘헬멧’ 소동이 지나가고 난 다음 우리의 시민의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초라한 성적표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단지 한 순간 달라진 척을 했을 뿐 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기자가 따릉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누비면서 만난 몇몇 시민들을 보면서 느꼈기 때문입니다. 1.5m의 협소한 자전거 도로를 막고 서있는 트럭, 승용차를 봤습니다. 또한 한강에서 맥주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는 시민도 만날 수 있었죠. 시민의식 부재로 인해 나머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경험하고 실제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초점을 따릉이의 ‘헬멧’에서 따릉이를 탄 ‘사람’으로 옮겨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합니다. 따릉이의 헬멧을 가져간 24%도, 무단횡단과 쓰레기 무단 투기를 하는 주체도 모두 따릉이를 타는 ‘사람’,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자신 하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 모두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시민의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더 이상 비어있는 헬멧 보관함이, 막혀있는 자전거 도로가, 음주운전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말이죠.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