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가면 더 맛있는 흑석시장
퓨전의 매력 ‘팥 카페 순자’

올망졸망한 디저트 가게, ‘쏘하’
든든한 한 끼를 위한 ‘햇반찬’

서달로 12길에 위치한 흑석시장.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하나 둘 불이 켜져 있다. 사진 이건희·노유림 기자
서달로 12길에 위치한 흑석시장.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하나 둘 불이 켜져 있다. 사진 이건희·노유림 기자
 

 

“간식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저녁 생각에 대낮부터 설레고...” 우주히피의 노래 ‘망원시장’ 도입부에는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가사처럼 시장의 맛있는 먹거리는 손님의 입맛을 자극한다. 시장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멀리 망원동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재래시장 고유의 멋과 현대적 먹거리가 공존하는 흑석시장이 중앙대 바로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낡고 즐길 것 없는 시장을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흑석동의 맛과 멋을 품은 흑석시장의 매력 속으로 함께 걸어보자.

  들어는 보았나, 팥 아포가토

  중앙대병원 옆 서달로 12길은 흑석시장의 입구다. 시장에 들어서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팥 카페 순자’를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일반 카페와 달리 팥을 재료로 한 메뉴가 주력이다. 디저트로 출시된 단팥죽부터 팥 아포가토와 팥 라떼까지. 생소한 메뉴에 팥칼국수나 동지팥죽 같은 한끼 식사도 판매한다. 카페이지만 식사도 겸할 수 있는 점이 팥 카페 순자의 특징이다.

  제법 쌀쌀한 바람 탓에 동지 팥죽을 시킬까 하다 팥 아포가토를 주문했다. 처음 보는 메뉴가 신기했기 때문이다. 팥 카페 순자의 사장 황순자씨(63)는 팥 아포가토가 직접 개발한 인기 메뉴라고 소개했다. “팥 아포가토는 다른 카페에는 없는 메뉴에요. 아포가토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셔서 호기심에 드셔보시기도 하고요. 중앙대 교수님 중에서도 좋아하시는 분이 많죠.”

  일반적인 아포가토와 달리 팥 아포가토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아래 팥이 듬뿍 깔려있다. 에스프레소는 작은 잔에 따로 준비돼 나왔다. 아이스크림에 팥을 올려 한 두 숟가락 떠먹고 있으니 지켜보던 사장님이 다가오셨다. “팥 아포가토에 에스프레소를 넣어 먹어보세요. 팥과 커피가 어우러져 먹는 맛이 다를 거예요.” 색다른 조합처럼 보이지만 팥과 커피를 함께 먹는 게 더 맛있다는 사장님 의견이었다. 잠깐 고민하다 에스프레소를 적당히 부어 한입 먹어봤다. 쌉쌀한 커피의 첫맛이 느껴지고 끝 맛은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된다. 함께 씹히는 팥은 고소한 향을 더해주면서 팥 아포가토만의 매력을 느끼게 해줬다.

  팥 카페 순자의 인기메뉴는 팥빙수와 동지팥죽이다. “요즘은 날씨가 쌀쌀해져서 동지팥죽이 많이 팔려요. 여름철에는 주로 팥빙수가 인기가 많지만요.”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손님 두 분이 맞장구를 치며 말한다. “오늘은 따뜻한 음료를 시켰지만, 여름에 이 카페를 찾을 때는 팥빙수를 많이 먹었어요. 팥이 적당히 달고 깔끔해서 맛있거든요.” 팥 카페 순자는 계절의 특색에 맞는 매력적인 팥 메뉴를 모두 갖추고 있다. 식사와 디저트 모두 즐길 수 있으니 고소한 팥을 맛보고 싶을 때 흑석시장의 팥 카페 순자로 가보자.

에스프레소와 팥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팥 아포가토다.

  각양각색 디저트의 향연

  흑석시장의 길목을 따라 다시 이동하면 청과점이 드문드문 있는 한산한 뒷길과 마주할 수 있다. 시장의 복작함과 현대식 가게가 공존하는 일명 ‘흑리단길’이다. 최근 젊은 층의 감각을 겨냥한 가게가 속속 들어서며 유명해진 이곳엔 얼마 전 개업한 디저트 가게 ‘쏘하’가 있다. 가게 유리창 너머로 전시된 캐릭터 마카롱과 파운드 케이크가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밖에서 보이지 않던 디저트도 많이 준비돼있다. 다양한 종류의 파운드 케이크와 스콘, 쿠키는 물론 팥과 버터를 통째로 넣은 앙버터도 보인다. 계산대 앞 냉장고에는 올망졸망한 다쿠아즈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디저트 앞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가 결국 초콜릿 스콘을 골랐다. 사장 김유희씨(29)는 쏘하를 운영한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 가게를 개업한지 나흘 밖에 안됐어요. 원래는 목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흑석동으로 이사 오면서 흑석시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죠.” 

  스콘을 받아들고 가게 한 편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따뜻한 조명이 디저트에 비쳐 가게 분위기가 더 아늑해보였다. “디저트 종류가 다양하네요.” 옹기종기 진열된 디저트를 보며 물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인 파운드 케이크를 주메뉴로 하고 있어요. 스콘이나 다쿠아즈도 만들고 있죠. 평범한 디자인의 마카롱은 흔한 것 같아서 캐릭터 마카롱을 만들어봤어요.” 김유희씨는 직접 만들고 먹어보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디저트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쏘하에서 가장 추천하는 디저트는 ‘무화과톡톡파운드’와 ‘옥수수 다쿠아즈’이다. ‘무화과톡톡파운드’는 사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와인에 절인 무화과가 들어가서 굽고 나면 파운드에는 와인 향만 남고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요. 술 향에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무화과의 톡톡 씹히는 식감과 빵이 어우러져서 맛있을 거예요.” 시그니처 메뉴로 준비 중인 옥수수 다쿠아즈도 사장님의 추천메뉴다. “다쿠아즈 속에 옥수수 치즈케이크를 직접 구워 넣었어요. 새롭게 시도해본 메뉴죠.” 현재 오픈 기념 SNS 행사에 참여하면 쿠키를 증정하고 있으니 달콤한 디저트가 끌릴 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쏘하에서는 파운드 케이크와 귀여운 캐릭터 마카롱을 맛볼 수 있다.
쏘하에서는 파운드 케이크와 귀여운 캐릭터 마카롱을 맛볼 수 있다.

 

  당신의 ‘집밥’을 책임질 반찬

  디저트로만 배를 채우기 부족하다면 따끈한 밥과 반찬을 먹을 차례다. 다시 시장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자 어느덧 어둑해진 흑석시장 곳곳에 환한 불이 켜졌다. 저녁 찬을 준비하러 온 사람들로 시장은 한층 활기찼다. 인파 속 걷다 발견한 ‘햇반찬’에는 반찬을 사려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들어선 가게 진열대 속에는 다양한 반찬이 맛깔스럽게 진열돼 있었다.

  햇반찬은 반찬에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많이 사용해 일반 반찬가게보다 가격이 조금 높다. 기본 밑반찬인 오징어채 볶음은 4천원, 양념 깻잎은 3천5백원이다. 사장 황성중씨(47)는 학생보다 주부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자취하는 학생들도 가게를 찾기는 하는데, 반찬 가격이 비싼 편이라 많이 오지는 않더라고요. 주로 주부들이 찾으시곤 하죠.” 햇반찬의 주 메뉴는 ‘일품요리’이다. 일품요리는 닭볶음탕이나 고등어조림 같은 가정식 반찬을 뜻한다. 일반적인 반찬가게에서 주로 파는 마른반찬이나 젓갈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일품요리를 준비해 집밥 느낌을 더욱 살린다.

  마침 가게에서 반찬을 구매해 나가는 손님에게 말을 건네 봤다. “혹시 어떤 반찬을 사셨어요?” 일을 마치고 바로 들렀다는 박소연씨는 웃으며 반찬 포장을 보여줬다. “멸치볶음과 고사리 무침이요. 일이 바쁠때는 여러 반찬을 준비하기 힘들어 이곳에서 자주 반찬을 사곤 하죠.”

  박소연씨는 햇반찬 이외에도 평소 흑석시장 가게들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흑석시장은 사람도 많고 올 때마다 지금이 무슨 철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 채소나 생선을 살 때 시장을 자주 찾는 편이죠.” 진열대에 늘어진 시장의 농수산물에서는 냉장고가 들어찬 마트와 달리 ‘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흑석동에 살아온 주민으로서 흑석시장이 점점 변해가는 것도 눈에 띈다고 했다. “흑석시장 주변에 다양한 가게들이 생기면서 흑석동만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주민과 학생 모두 자주 찾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 말이에요.”

흑석시장에는 전통의 맛과 현대의 멋을 담은 가게가 많다. 왼쪽부터 팥을 주재료로 다루는 팥 카페 순자, 반찬가게 햇반찬.
흑석시장에는 전통의 맛과 현대의 멋을 담은 가게가 많다. 왼쪽부터 팥을 주재료로 다루는 팥 카페 순자, 반찬가게 햇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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