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 폐지는 시대적 흐름”…“총여 역사와 가치 부정하는 일”
  • 류정현‧허효주 기자
  • 승인 2018.11.0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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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캠 총여 폐지

총여 폐지 옳은 결정이었나
총여와 성평위 사이 치열한 갑론을박

“성평위로 더 큰 목소리 울리자”
“절차, 내용 모두 납득 어려워”

 

이번학기 안성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는 총여학생회(총여) 체제 개편 및 특별 기구 개편에 관한 논의 및 의결이 이뤄졌다. 안성캠 강기림 총여학생회장(실내환경디자인전공 3)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총여를 폐지하고 총학생회(총학) 산하 특별 기구인 성평등위원회(성평위)로 전환하는 대안을 설명했다. 이후 해당 안건이 가결돼 안성캠에서는 총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학생 대표자를 포함한 여러 학내구성원은 전학대회에서부터 그 이후까지도 총여 폐지에 관해 엇갈리는 시각을 보였다. 총여 폐지에 대한 학내구성원 간 주요 논점을 정리해봤다.

  총여의 앞길을 결정하는 주체는

  이번 전학대회에서 강기림 총여학생회장은 성평위로의 전환 이유로 시대 상황의 변화를 꼽았다. 총여가 설립된 1980년대는 비교적 소수인 여학생의 목소리를 내는 기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는 여학생의 수가 크게 증가해 여학생이 더 이상 소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기림 총여학생회장은 “그동안 성폭력 사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면서 과연 여학생만을 위한 활동이 필요한지 고민했다”며 “학내 성폭력 문제는 성별을 떠나 학생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예창작전공 조지민 학생회장(4학년)은 전학대회에서 “총학 산하 기구로의 개편은 여학생의 인권 수호와 복지 함양에 앞장서야 하는 총여의 기존 경향과 방향에 크게 어긋난다”며 “여학생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총여가 성평위로 개편되면 지금까지 총여의 역사와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캠 성평위 박지수 위원장(사회복지학부 4)은 단순히 학생 수만으로 소수성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지수 위원장은 “여학생의 수가 많기 때문에 소수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소수자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며 “위원장 임기를 시작한 이후 여전히 일주일에 두세 차례 피해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A학생(문예창작전공 3)은 “여성의 소수성은 단순히 머릿수가 많아진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소수자인 여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총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학대회 전인 지난달 31일 열린 총여학생회 체제 개편에 대한 간담회에서는 ‘총여 폐지와 개편의 주체가 총여라는 점이 의문이다’는 질문이 제기됐다. 안성캠 총학생회칙 제11장 제50조 1항에 따르면 총여학생회장단은 여학생 전체의 직접선거로 선출된다. 이에 따라 총여의 존폐를 결정하는 주체는 해당 자치 기구의 유권자인 여학생이어야 하는데 대표자들이 전학대회에서 총여의 폐지를 의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강기림 총여학생회장은 “총여 존폐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서 많이 언급됐다”며 “총여의 전환과 폐지에 관한 논의도 총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다은 학생(식품영양전공 1)은 “총여 설립 당시보다 여성의 인권이 신장됐다”며 “총여 폐지 여부는 남녀가 같은 위치에 서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다”고 말했다. 한국화전공 이설아 학생회장(3학년)은 “총여가 여학생만의 투표로 구성됐다고 해서 여학생만 존폐를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각 전공단위의 목소리를 담은 대표자로서 전학대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소리는 커질까 작아질까

  전학대회에서 총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타대 총여 변화 및 상태를 언급했다. 강기림 총여학생회장은 “지난 2014년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돼 특별기구로 운영 중인 서울캠 성평위를 사례로 들고 싶다”며 “총학 산하 기구로 편입되면 현재 총여가 진행 중인 사업은 물론 더 폭넓은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총학 산하 기구 편입으로 오히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강기림 총여학생회장은 “모든 학생을 대변할 수 있는 총학과 성평위가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총학생회장단이 중운위 구성원이고 이를 통해 성평위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여가 성평위로 전환되면 기존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지수 위원장은 “성평등 위원장은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기 때문에 전학대회나 중운위에서 의결권과 발언권이 없다”며 “회칙의 수정이나 집행에도 직접 관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캠 총학생회칙 제3장 제16조에 따르면 전학대회 구성은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 임원에 한한다.

  총학 산하 기구로 편입되면 예산을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없으며 총학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지수 위원장은 “총학 산하 기구이기 때문에 사업 계획안을 제출하면 총학이 검토해 예산을 배정한다”며 “총여는 자율적인 예산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다채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지수 위원장은 “성평위는 성폭력 사건 대응에 있어 학내 구성원의 공감을 얻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지민 학생회장도 전학대회에서 학내 성폭력 사건을 다룰 수 있는 주체 기구의 권한 축소를 우려했다. “총여가 성평위로 전환되면 성폭력 사건과 인권 침해 사건이 발생해도 해결을 위한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며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목소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성캠 이종수 총학생회장(시각디자인전공 4)은 총학도 충분히 학내 성폭력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종수 총학생회장은 “성폭력 대책위원회가 열리면 총학생회장단이 참여한다”며 “오직 총여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자치기구

  전학대회에서 시각디자인전공 안세혁 학생회장(3학년)은 성에 관한 담론은 성별을 떠나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세혁 회장은 “남학생이 성적인 문제를 겪을 때 제보하거나 토로할 실질적인 창구가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런 문제를 다룰 때 남녀를 구분해 한쪽으로 치우치는 방향은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불어 안성캠 동아리연합회 이희원 회장(한국화전공 4)은 “현시대에는 여학생 혹은 남학생만을 위한 기구가 아닌 모두의 성적 정체성을 아우를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총여보다는 성평위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성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적합하다는 것이다.

  반면 남학생을 위한 창구의 부재가 총여 폐지의 논리로는 부족하다는 반박 입장도 있다. 박지수 위원장은 “남학생이 피해를 받았을 시 총여에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이는 새로운 창구를 만들어야 할 문제이지 총여 폐지의 근거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총여가 성평위보다 장애인, 성 소수자 등 모든 소수자를 아우르는 활동에 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지수 위원장은 “소수자끼리의 연대는 매우 중요한데 타대 총여의 경우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이처럼 모든 소수자를 아우를 수 있는 사업은 성평위보다 총여가 더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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