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기자가 되고 싶니?” 주변사람들이 종종 물어오는 질문이다. 왜 ‘하필’ 기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속으로 프리다 칼로의 말을 떠올린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바뀌고, 움직이고, 회전하고, 떠오르고 사라진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여전히 변해야 하는 것들 투성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목소리에서부터 온다.

  재작년 대한민국의 온 거리를 환하게 밝힌 ‘촛불집회’부터 지난해 10월 시작되어 SNS 상에서 #(해시태그)의 물결을 이루었던 ‘미투운동’까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외치던 곳곳의 목소리들은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세상은 어떤 형태로든 달라졌고 우리는 현재 그 변화 속에 살고 있다.

  물론 변화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촛불집회는 장장 5개월에 걸쳐 계속됐으며, 미투를 외치는 피해자는 꽃뱀으로 몰리며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외침이 벽에 부딪혀 다시 되돌아오더라도 사람들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결국 목소리는 담장을 넘어 세상 밖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발로 뛰며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실어다주는 언론이 있었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바꿀 수많은 목소리의 창구가 되는 언론을 보며, 나도 평등과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 다짐은 나를 중대신문에 들어오게 했고, 중앙대 교수진과 학생들, 또 교직원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대학보도부 기자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매 기사마다 다짐을 되새기며 지면 한 바닥을 내어 그들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하게 했다.

  신문사에서 어느덧 여섯 번째 신문을 만들어내며,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학내 커뮤니티 게시판, 학생들이 수다의 꽃을 피우는 중앙마루, 제보를 위해 직접 신문사를 찾은 취재원과의 쪽방 그 어디에나 간절한 목소리는 존재했고, 다양한 장소만큼이나 가지각색이었다.

  한번은 중앙대 만족도조사에 대한 게릴라 인터뷰를 하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어떤 학생은 수강신청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또 다른 학생은 복지제도에 대한 불만을 외쳤다. 낙후된 학교시설의 변화를 원하는 학생도 있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나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비록 그들의 목소리가 아직은 작은 소리에 불과할지라도 취재하지 않았더라면 쉽게 알려지지 않았을 이야기들이었다.

  오늘도 동그란 세상 속에서 네모난 목소리를 내는 당신들을 위해 기자는 수첩과 녹음기를 들고 일어선다. 그 소중하고 진실된 말들이 헛되지 않게 그들의 무거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한 자 한 자 기사를 써내려간다. 아직 너무 많은 목소리들이 수면 밑에 묻혀있는 것을 보며 기자는 다시 한 번 되뇌어본다. 그 모든 목소리들이 떠올라 세상을 밝힐 수 있을 때까지 온 책임을 다해보자고.

신혜리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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