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곧 사고의 수준
“한국, 예능적 단계에 머물러”

지난 8일 303관(법학관) 2층 대강당에서 학생생활상담센터 정신건강특강의 일환으로 ‘철학자 최진석과의 대화: 건강한 정신과 탁월성’ 강의가 열렸다. 사전 신청한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강의는 EBS 인문학특강에 출연했던 최진석 명예교수(서강대 철학과)가 진행했다.

  특강은 ‘시선’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최진석 명예교수는 “시선은 사고의 수준과도 비슷하다”며 “사람은 대상의 높이와 시선의 높이가 일치할 때 쾌락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진석 명예교수가 설명하는 이 세계는 눈에 보이는 현상계와 현상계를 설명하는 추상계로 나뉜다. 두 층으로 나뉜 세계에서 우리는 시선의 높이를 높여 현실계에서 추상계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최진석 명예교수는 그 예시로 고고학을 들었다. 영국은 고고학이 발전한 나라이고 고고학적 유물이 많은 나라는 이집트이다. 유물보다 이론을 가진 영국이 이집트보다 발전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고고학적 유물을 현실계, 고고학 이론은 추상계에 대응하며 시선을 높인다는 말은 현실계에서 추상계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예능적인 단계에 머무르면서도 이보다 높은 예술적인 높이의 시선을 갖고 싶어 하는 심리를 ‘정신분열증’이라고 했다. 최진석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이와 같은 상태라고 비판했다. 쾌락을 어디서 얻는지 보면 시선의 높이를 알 수 있다. 한국사회는 흔히 타인이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고, 여행을 가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이를 두고 최진석 명예교수는 사람들이 쾌락을 박물관, 서점과 같은 사유의 시선에서 느끼지 못하고 한 단계 낮은 예능적 단계에서 얻는 모습이라며 말했다. 덧붙여 그는 “예능적 단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 도전하고 사유해야 한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이부자 학생(문예창작과 석사 1차)은 “지금 만 65세에 대학원에 입학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내 도전의식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의에서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몇몇 학생들은 강의 내용이 정신건강특강과 거리가 멀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권상국 학생(기계공학부 2)은 “정신건강보다는 자기 발전이 강의 내용의 중심이었다”며 “생각했던 내용과 다르게 강연이 진행돼 흥미가 조금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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