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커뮤니티 내 지나친 비방

오히려 가중처벌 가능성 높아

‘에브리타임’(에타)의 뜻은 ‘가능하다면 언제든지’이다. 시간표 작성 같은 학업관리 부터 같은 캠퍼스 학생과 익명으로 소통하는 기능 덕에 많은 대학생이 에타를 이용한다. 에타는 말 그대로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학생 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에타 내 혐오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특정 단체나 개인을 비방하는 글은 물론 특정 성별이나 소수자를 향한 혐오성 댓글도 빈번하다. 에타에 올라온 비방 글에 법적 대응이 가능한지 여부를 전문가와 함께 알아봤다.

  비방 또는 혐오 글로 인한 피해는 크게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나뉘며 둘 다 형법에 근거해 처벌될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사실적시나 대상의 사회적 평판과 관련된 범죄이다. 모욕죄는 이와 별개로 욕설로 대상을 폄훼한 범죄이다. 예를 들어 학내 언론사의 행위를 비난하는 글을 적었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명예훼손죄의 가능성이 있다. 하지 않은 행위를 거짓으로 비난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반면 행위에 대한 언급 없이 무조건 학내 언론사를 향해 욕설을 기재했다면 이는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다. 행위를 비난하며 욕설을 함께 쓴 글의 경우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모두에 해당한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피해자의 범위가 특정돼야 한다. 대상에 해당하는 피해자의 범위가 넓은 경우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개인은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성별은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남성, 여성 등 범위가 넓은 집단을 비방하는 것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나 인종 등을 향한 비하도 마찬가지로 피해 대상이나 집단이 광범위해 처벌이 어렵다.

  김재윤 교수(전남대 법학과)는 사람과 법인 단체, 공적 조직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는 대표적인 명예의 주체라고 설명한다. “특정 단체 가운데서도 학내 언론사는 사회 기능을 담당하는 공적 조직이기 때문에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사교적 단체 성격을 가진 학내 동아리의 경우는 명예의 주체로 인정되기 어려워요.”

  따라서 대학본부나 타 캠퍼스를 모욕한 글은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지만 특정 학과 및 학과 사무실을 모욕한 글은 처벌되기 어렵다. 대학기관 중 대학본부나 타 캠퍼스는 대학 자체를 가리키는 법인이지만 특정 학과 및 학과사무실은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단순 집합명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자의 실명이 거론되지 않아도 특정 대상임을 파악할 수 있다면 처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대신문 노유림 기자’를 언급하며 비방한 경우와 ‘중대신문 ㄴㅇㄹ 기자’를 언급하며 비방한 경우 같은 처벌을 받는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이나 거짓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는 사실관계를 종합해 특정인임을 알 수 있다면 정보통신망법 제 44조 7항(불법 정보의 유통금지 등)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법적 대응 및 처벌은 대개 사이버 경찰청에 신고해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김성천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사이버 경찰청에 신고하기 전 먼저 가해자를 찾아낸 후 고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에타와 같은 익명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가해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기 전 가해자를 찾고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좋아요.” 사이버 경찰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의 인터넷 피해 구제센터에 먼저 의뢰하는 게 익명 사이트의 가해자를 색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커뮤니티 내 익명성에 기댄 혐오 발언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이를 범죄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김재윤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공간적 배경의 차이만 있을 뿐 범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터넷상에서 악의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전파력이 넓어요. 이 때문에 가해자가 져야 하는 법적 책임은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무거워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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