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하게 운영되는 ‘유일무이’한 커뮤니티

혐오 발언을 생산하는 공장

올해 초 에브리타임(에타)은 명실상부 대학생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떠올랐다. 에타는 지난 2월 27일 기준으로 애플리케이션 앱스토어에서 소셜 네트워크 부문 1위, 전체 무료 앱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에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0월 13일을 기준으로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한 학생은 약 285만명에 달하며 작성된 게시글은 약 2억 9978만 건에 달한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숫자 이면에는 그만큼의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각종 욕설과 막말, 인신공격에 혐오발언이 난무하는 커뮤니티가 돼버린 것이다. 이곳에는 누가 던지는지 알 수 없는 돌에 맞아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빠르고 쉽고 강력하다

  사용자 수는 커뮤니티의 흥망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에타는 전국 대학생을 확보하는 데에 성공함으로써 이른바 ‘흥하는’ 커뮤니티가 됐다. “학교 공식 커뮤니티인 ‘중앙인’이나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중대중심’에 비해 에타는 비교적 많은 학생이 이용해요.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고 많은 학생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성평등위원회 박지수 위원장(사회복지학부 4)은 에타의 신속성과 파급력이 학교의 공식 커뮤니티에 비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에타가 학생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측면에서 적절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에타는 원칙적으로 학교 구성원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학내 주요 사안이 다루어지는 주요 통로가 됐다. 이런 점은 학생 대표자가 학생들의 의견을 살피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자유게시판에 ‘전전’이라고 검색하면 학우들이 가진 불만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출마하기 전에 그 내용을 바탕으로 공약을 세우기도 했어요. 학생회가 학우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전자전기공학부 조원빈 학생회장(2학년)은 학생회 활동에 있어 에타 게시판에 작성되는 글을 참고한다고 말했다. 성평등위원회의 경우 에타를 모니터링 하는 담당자가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에타를 자주 이용하는 A학생은 에타가 일과 중 발생하는 자투리 시간에 활용하기에 적절하다고 말했다. “혼자 있게 되는 시간에 다른 사람의 생각과 생활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서 하루에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 접속하고 있어요.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여러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게시판 별로 주제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그에 관한 내용이 공유되는 측면도 장점이다. 취업·진로게시판과 홍보게시판에 올라오는 정보들은 진로를 설계하고 정보를 획득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중고물품이나 자취방을 구할 수 있는 장터·원룸 게시판은 활발하게 글이 올라오는 게시판 중 하나다. “아예 모르는 사람과의 거래는 부담스럽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중앙대 학생과의 거래는 신뢰할 수 있어 편리하죠.” B학생은 학내 구성원만 활동하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중고 매물도 믿고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활발한 커뮤니티인 것만 같아도 그 속에는 갖가지 부작용이 산재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8880건이던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죄 신고 건수는 2016년 1만 4908건으로 약 67.8%가 증가했는데 에타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매일 1시간 정도 에타를 이용한다고 밝힌 B학생은 게시판에서 욕설과 인신공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은 서로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 욕설을 양산하는 조건이에요. 게다가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직접적으로 지목해 욕설을 가하기도 하죠.” B학생은 공개적인 게시판에서 자행되는 욕설과 인신공격 때문에 중앙대 학우들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B학생이 목격한 내용은 ‘삼청교육대 끌려가서 정신 개조 좀 당해봐야지’, ‘허위신고 개패죽여야지’ 등으로 폭력적이고 사나운 말로 점철돼있었다.

  에타에서 가해지는 욕설 및 비방은 온라인 공간을 뛰어넘어 오프라인 공간까지 이어진다. 박지수 위원장은 에타에 휴대폰 번호가 유포된 후 늦은 새벽 전화를 받았다. “새벽 3시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뜬금없이 욕과 인신공격을 퍼부었죠. 학우들과 대화하기 위해 학생 대표자가 됐는데 이런 전화를 받으면 제 역할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요.” 박지수 위원장은 에타에서의 비방이 오프라인으로 넘어와 실질적인 위협이 가해진다는 데에 힘겨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에타가 가진 막대한 파급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 박지수 위원장은 에타에 잘못된 내용의 정보가 난무해 성폭력 및 인권침해 사건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에타에는 사실과 다른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가 올라와요. 성폭력이나 인권침해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도 돌아다니죠. 이는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어요.” 에타에 올라오는 거짓되고 불필요한 정보는 피해자가 2차 가해를 가장 많이 호소하는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익명 기능은 진실을 과장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소위 ‘그림자 분신술’이라고 하죠. 추천은 계정 당 한번만 가능한데 이와 달리 글이나 댓글은 한명이 계속해서 써도 마치 여러 사람이 하는 것처럼 보여요. 많은 수의 글이 대다수 사람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죠.” 조원빈 학생회장은 글과 댓글 수가 다수 의견이라고 판단하기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편 에타는 공식 소통 창구가 아니라는 맹점도 존재한다. “학생대표자는 학우들의 질문에 응답할 의무가 있는데 에타에서 논란된 내용은 어디에 답변해야 하는지 모호해요. 질문이나 불만이 있다면 전학대회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지수 위원장은 학생 대표자들에 대한 의견 표출은 공식적으로 마련된 창구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조원빈 회장은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에타의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표출해야 학생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우들이 에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에타의 게시판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나쁜 생각을 갖고 악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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