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에코붐 세대는 사토리 세대와 닮았다
  • 류정현 기자
  • 승인 2018.10.0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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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없는 젊은이들

최초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건국 이후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낮은 경제 수준을 영위할 수도 있는 세대라는 오명을 가진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추락하는 경제 속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N포’, ‘헬조선’, ‘흙수저’ 등 현실을 비관하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20세기 말 경제 호황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부모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앞으로는 어떨까.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통해 2차 에코붐 세대의 미래를 예측해봤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

  ‘십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나 한간 달 한간에 청풍 한간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곳 없으니 둘러놓고 보리라’ 조선 중기의 문신 송순이 안분지족을 주제로 쓴 고전 시다.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겠다는 과거 선비의 삶의 방식은 일본 ‘사토리 세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토리는 깨달음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로 사토리 세대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태어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속에 성장한 세대를 뜻한다. 사토리 세대는 성장기에 불황과 좌절을 학습하며 만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부와 명예에 큰 관심이 없다.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는 2차 에코붐 세대가 일본의 사토리 세대와 환경적으로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사토리 세대의 지난 행보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사토리 세대와 2차 에코붐 세대 모두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에요. 또한 경제 하강 국면에서 성장하고 사회 진출을 겪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죠.”

  사토리 세대는 일본 경제의 근심이다. 욕심 없는 삶의 방식에 무기력을 내면화했고 취업 의욕이 전혀 없는 ‘NEET족(니트족)’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니트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직업이 없음에도 훈련과 교육을 받을 의지가 없는 젊은 세대를 지칭한다. “사토리 세대가 성장하던 1990년대는 일본 경제가 엄청난 불황이었어요.” 이병훈 교수는 사토리 세대의 소극적인 삶의 태도가 일본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니트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니트족의 규모는 지난 2008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6년 기준 약 93만 4000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청년층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우리도 따뜻한 바람을 맞고 싶다

  최근 일본의 청년 고용 시장은 빠른 속도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총무성은 6월까지 일본의 취업자 수가 66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은행 ‘국제경제리뷰’에 따르면 지난 2012년까지 약 53.7% 수준으로 하락한 일본의 청년고용률은 2017년 약 56.8%로 약 3%p 가량 반등했다. 허식 교수(경제학부)는 일본의 고용 호황은 정책적 요인과 인구 구조적 요인이 결합한 산물이라고 말했다. “아베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와 엔저 정책이 경기 회복 기조를 만들었어요. 이에 더해 저출산으로 인한 청년인구 감소가 고용 확대 현상을 만들었죠.”

  일본의 취업 호황이 반가운 이유는 우리나라의 2차 에코붐 세대도 시간이 흐르면 취업 훈풍을 맞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병훈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도 인구 구조 변화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그러나 현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취업 훈풍이 금방 불지는 않을 거라 예상된다. 매년 배출되는 대학졸업자 중 일부가 취업하지 못하고 누적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지난 6월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실업자는 지난 5월 기준 약 40만 2000명이라고 발표했다. 5월 기준으로 봤을 때 2000년 이래 가장 많았다. 이렇게 누적되는 실업자를 모두 해소한 후에야 청년 세대의 취업 사정이 나아진다는 것이 이병훈 교수의 설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취업하지 못한 노동력이 빈곤층으로 남게 되고 복지 부양이 필요한 사람이 돼요. 이들을 경제활동인구로 편입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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