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에코붐 세대’를 들어보셨나요? 2차 에코붐 세대는 1991년부터 1996년 사이의 출생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청년층 인구가 단기간에 급증한 세대기도 하죠. 25~29세 연령대의 전년 대비 증가 폭은 올해 11만명, 내년 8만2,900명, 2020년 5만5,400명입니다. 2015년에 1만명이 증가했던 것과 비하면 4.9~11배에 달하는 인원이 증가하는 셈이죠. 이들이 취업 시장에 쏟아지면서 새 일자리는 늘지 않지만 청년층 인구만 증가하는 ‘고용 보릿고개’가 시작됐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도 2차 에코붐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이들의 어려움은 쉽게 해결돼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주 기획부는 2차 에코붐 세대의 특징과 심각성을 알아보고 이들의 미래를 그려봤습니다.

 

‘2018 하반기 캠퍼스리크루팅’ 참가자와 인사 담당자가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정준희 기자
‘2018 하반기 캠퍼스리크루팅’ 참가자와 인사 담당자가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정준희 기자

취업의 문턱에 부딪힌 세대
치솟는 경쟁률, 치닫는 실업률

취업난 앞 고개숙인 청년
불안이 덮어버린 미래

“대학서 배운 건 다 까먹었어 실업자 100만 시대...”그룹 비투비의 ‘괜찮아요’ 중 한 구절은 사회문제를 겪는 청년의 모습을 단면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5년간 청년층 실업률은 계속해서 상승해 지난 2013년 약 8.0%에서 지난 2017년 약 9.9%까지 치솟았다. 높은 청년 실업률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향후 몇 년간 취업 시장에 투입되는 인구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바로 1991년부터 1996년 사이 출생한 ‘2차 에코붐 세대’가 취업 시장에 유입되기 때문이다. 사회에 막 발을 내디딘 2차 에코붐 세대가 겪는 고충을 직접 듣고 전문가와 함께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봤다.

  날 때부터 예정된 경쟁

  ‘베이비붐 세대’는 전쟁 또는 혹독한 불경기를 겪은 후 사회적·경제적 안정 속에서 태어난 세대를 부르는 용어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안정된 사회에서 태어난 세대를 ‘1차 베이비붐 세대’라 칭한다.

  이후 경제 발전의 후광으로 다시 인구 붐이 일었다. 1968년부터 1974년 사이 출생한 이들이 바로 ‘2차 베이비붐 세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를 낳을 시기가 되면서 출생자 수가 증가했다. 마치 산 정상에서 소리치면 얼마 후 메아리(에코)가 되돌아오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1991년부터 1996년 사이 출생한 이들은 ‘2차 에코붐 세대’로 표현된다.

  2차 에코붐 세대는 다수가 고등교육을 받아 대학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갖는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기본통계 자료에 따르면 2차 에코붐 세대의 평균 대학진학률은 약 70%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취업기에 같은 경험을 되풀이해야만 한다. 하준경 교수(한양대학교 경제학부)는 지식인 계층 청년이 취업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일으켰다고 설명한다. “취업 준비생 대부분이 대학 졸업자이기 때문에 기업은 영어 점수나 자격증 같은 추가적인 스펙을 요구하고 있어요.” 기업의 요구는 취업 준비생 사이 경쟁 구도를 조성해 2차 에코붐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결과적으로 청년들은 스펙의 실용성을 잘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까다로운 현실 속에서 청년세대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에 공감한다. 실제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고석진 학생(경영학과 2)은 취업이 계속해서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학점에 자격증 소유는 기본적인 조건이 돼 버렸어요. 하지만 문제는 고스펙을 가져도 좋은 직장을 가진다는 보장이 없죠.” 다수의 고스펙 소유 학생이 전문직종을 두고 경쟁하게 되면서 ‘헬조선’의 경쟁 사회는 더욱 치열해졌다.

  좁기만 한 ‘등용문’의 입구

  2차 에코붐 세대는 전문직이나 높은 보수를 주는 일자리에 취직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태어났고 교육수준도 높기 때문이다. 정용태 학생(단국대 제약공학과)은 전문적인 직업인 약사를 희망해 약대 편입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약사는 다른 직업과 비교해 수익도 미래도 안정적이라 진로를 선택했어요.” 대기업도 취업 준비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A학생(전자전기공학과 석사 2차)은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 2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할 예정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면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고 사내 복지도 잘 돼 있어요.” 이처럼 고학력자인 2차 에코붐 세대는 약 10% 수준에 불과한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성희 교수(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및 복지 격차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때문에 2차 에코붐 세대가 특정 일자리에 쏠린다고 말한다. “현재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일자리와 중소기업 일자리 사이의 고용조건 격차가 커요. 어떤 일을 하든 최소한의 안정성을 갖고 미래에 대해 기대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은 미래가 보장돼있지 않다는 두려움이 2차 에코붐 세대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2차 에코붐 세대는 저성장 시대, 저성장 기조가 정착된 시점에서 취업 시장에 진출한다. 그 때문에 예전 인구 붐 세대에 보다 고도성장을 경험하지 못하고 사회 계층이동의 가능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하준경 교수는 사회 경제의 배경이 2차 에코붐 세대가 직면한 사회 진입 장벽 중 하나라고 말한다.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만 해도 경제가 성장할 때 노동시장에 유입됐어요. 외환위기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물가가 지금만큼 비싸지 않았죠. 반면 현재 사회초년생들은 부동산 가격이나 물가가 많이 오른 상태로 취업을 해야 해요.” 과거에 비해 경제가 안정돼 높은 경제 성장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직업 창출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기존 근로자들이 퇴직하지 않아 기업은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이 아닌 비정규직 형태의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3년 약 31.8%였던 청년 비정규직 비율은 2017년 약 35.7%로 늘었다. “취업 시장에서는 기존의 노동 세대가 빠진 빈자리에 자녀 세대가 들어와야 하는데 2차 에코붐 세대는 그렇지 않아요. 2차 베이비붐 세대도 퇴직을 덜 했는데 많은 인구가 유입되니까 취업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죠.” 하준경 교수는 부모 세대와 2차 에코붐 세대가 취업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독특한 경쟁구도는 이전 인구 붐 세대와 구별되는 2차 에코붐 세대의 특징적인 문제다.

  막막한 현실, 부재하는 미래

  2차 에코붐 세대의 취업난이 계속된다면 취업 적령기를 놓친 청년들은 장기적인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된다.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 백영식 총괄은 경력직을 선호하는 사회 풍조가 청년들의 취업을 늦추고 취업 시장 참여 자체를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높은 취업 문턱 때문에 취업 시기를 놓친 고학력 2차 에코붐 세대는 장기 실업 문제에 처할 수 있어요.”

  김성희 교수는 실업을 경험한 2차 에코붐 세대가 영원한 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현재 취업 시장에서는 인력 수요자인 기업이 공급자인 취업 준비생들보다 우위에 서 있어요. 따라서 여전히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풍조가 존재하죠. 이는 취업 적령기에서 벗어난 청년을 오랫동안 실업자로 머무르게 해요.” 2차 에코붐 세대의 미취업자들이 장기 실업의 국면으로 돌아서면 국가적 차원의 인적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곧 고급 인력이 방치되는 것을 의미하고 국가잠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하준경 교수는 2차 에코붐 세대가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면 소비가 줄고 경제에 활력이 없어지는 등 경제 성장이 어려워질 거라 분석한다. “많은 청년이 취업을 못해 가족을 꾸리거나 여유 있는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는 저조한 출산율, 낮은 경제 활력 문제로 이어질 수 있죠.” 2차 에코붐 세대의 어려움이 비단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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