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평가 때 ‘최상’ 등급을 받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자가 ‘2018 중앙일보 대학평가’ 기사를 맡으면서 학교 평가팀 관계자에게 건넨 질문이었습니다. 이내 우문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배점이 높은 평가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야 합니다”라는 뻔한 답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주요 언론사 소위 ‘조중동’은 각자 대학평가를 실행하고 있으며 그 중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 최초의 대학평가라 자부합니다. 대학은 평가 결과에 따라 발전 계획을 세우기도 하며 일부 대학은 자체 평가 기준에 중앙일보 대학평가지표를 그대로 차용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합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에 무시 못 할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지표를 살펴보며 의문이 들었습니다. ‘최상’을 받은 대학은 진정 최상의 대학일까요? 그렇다면 대학은 ‘최상’을 향해 변화해야 하는 걸까요?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주요 지표로 ‘교원당 논문 수’와 ‘졸업생의 취업률’을 삼고 있습니다. 이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최상이 될 확률도 높아집니다. 대학이 연구 윤리위반 혹은 성폭력, 성희롱 등 인권침해로 몸살을 앓아도 해당 지표 점수가 높다면 ‘최상’에 위치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보여주기식 성과에 연연해 본질을 놓치면 안 됩니다. 숫자만으로 대학의 본질을 논할 수 없으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논문 수 늘리기에 급급한 대학, 취업률에 혈안 된 대학은 우리나라 대학의 현주소입니다. 기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대학은 취업률이 높은 학교보다 학생의 진로를 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대학입니다. 논문 수로 일등을 달리는 학교보다 사회에 영향력 있는 논문을 자랑하는 대학, 연구 윤리 조성에 앞장서는 대학입니다. 이외에도 대학 구성원의 인권을 보장하는 문화 및 제도 구축 역시 최상의 대학이 갖춰야 할 자질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14년에 학생들은 이미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거부했고 이어 경희대·국민대·동국대·서울대·성공회대·연세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8개 대학 총학생회 역시 반대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소재대학교수회연합회가 언론사에 대학평가를 중단할 것과 대학이 평가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등 언론사 대학평가 반대 목소리는 꾸준하고 지속적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이들을 조롱하듯 큰 변화 없이 매년 대학평가를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에 따르면 대학평가는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해 대학사회가 발전하는데 ‘동반자’ 역할을 합니다. 그들이 칭하는 ‘동반자’란 귀를 닫아버리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짝이 돼 함께 가는 사이입니다. 언론은 언론의 영향력을 무의미한 대학 줄세우기에 소비하지 않고 대학사회가 발전하는데 행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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