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프랑스가 있었네
  • 김준성
  • 승인 2018.09.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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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를 옮겨놓은 듯한 체험형 테마파크

라뜰리에(L’atelier). 빛을 뜻하는 ‘Light’와 작업실을 뜻하는 ‘Atelier’의 합성어입니다. 현대시티아울렛 11층에서 상시 전시 중인 <라뜰리에 전시회>는 그림 속 풍경을 재현해놓은 공간으로 빛의 화가들과 즐기고 교감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눈으로만 보던 장소에 앉아 직접 차를 마시고 꽃향기를 맡아볼 수 있죠. 파리 예술가 아지트인 ‘몽마르뜨 거리(Streets of Monmartre)’를 거닐어보는 건 어떤가요? 고흐가 그린 ‘아를르의 포룸 광장 카페테라스(Cafe Terrace, Place du Forum, Arles)’에서 ‘인생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 19세기 프랑스의 모습을 마주한다는 사실이 황홀하게 다가오는데요. 이제 명화에 수놓인 다양한 프랑스 명소를 만나볼 시간입니다.


 그림의 일부가 되는 순간


 황금으로 둘러싸인 ‘시공간의 문’을 통과하자 가장 먼저 눈 앞에 펼쳐진 것은 19세기 파리의 ‘테르트르 광장’입니다. 에두아르 레옹 코르테스의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속 풍경을 재현한 이곳은 과거 예술가들이 즐겨 찾아 미술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곳입니다. 원색의 조명과 디테일한 소품이 만나니 제법 멋스럽습니다. 광장 좌우에는 실제와 흡사한 소품들로 꾸며진 여러 부티크(boutique)샵이 있습니다. 따끈따끈 갓 구운 빵을 진열한 빵집도 보입니다.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어루만지면서 전시는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저기 가게 창문 안으로 열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보이는군요. 이렇듯 공간 특성을 살린 전시는 마치 그림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동감을 자아냅니다. 


 테르트르 광장을 지나 ‘라뜰리에 갤러리’로 들어갑니다. 인상주의 아버지 모네를 비롯한 빈센트 반 고흐, 장 베로, 폴 세잔 등 거장의 작품이 보이네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액자 속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익살맞게 손을 흔들어 지나가던 관람객을 웃음 짓게 만들기도 하네요.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 액자가 떠오릅니다.


 아트랙티브(Art+Interactive) 기술을 통해 명화 속 인물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데요. 작품에 설치된 인공지능(AI)이 관람객 말에 담긴 단어와 문맥을 파악해 대답합니다.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대화를 나눌수록 인물이 말하는 내용이 보다 풍부해지는데요. “안녕하세요?” 수줍게 인사를 건네면, “안녕하세요? 즐거운 관람하고 계신가요?”하고 초상 사진의 거장 나다르가 되묻습니다. 


 예술과 기술이 만난다면


 전시뿐 아니라 다채로운 공연도 즐길 수 있는데요. 홀로그램 토크쇼인 ‘명작 X-File’에서는 프랑스 문호이자 후기인상주의 화가를 후원했던 에밀 졸라가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재조명합니다. 졸라를 연기하는 배우가 고흐의 주치의, 단골카페 주인 등 다양한 홀로그램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며 사건을 풀어갑니다. 


 고흐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고갱입니다. 이 둘은 아를 지방에서 두 달여간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성격과 성장 배경은 잦은 다툼으로 이어졌고 이에 분열 증세를 보인 고흐는 급기야 스스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릅니다. 결국 고갱은 도망치듯 그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고흐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권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죠.


 미디어 아트쇼 ‘모네의 정원’은 「수련(Water Lilies)」 속 지베르니 정원을 재해석합니다. 인상파 아버지로 불리는 모네는 빛에 따라 변화하는 수련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가 30여년간 그린 연작 「수련」은 무려 300여 점에 달하는데요. 방에 들어서자 은은한 수련 향기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프로젝터 10대가 사방의 벽에 모네가 그린 찬란한 자연을 생생히 그려내는데요. 바로 건축물 외면에 LED 조명을 결합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기법입니다. 

 

'모네의 정원'에 들어서면 바닥에 화려하게 수놓인 연꽃들이 반겨준다.
'모네의 정원'에 들어서면 바닥에 화려하게 수놓인 연꽃들이 반겨준다.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이윽고 수풀이 맞닿는 시원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르르륵’ 그림 속 수풀들이 벽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관람객을 반겨줍니다. ‘째재재잭’ 저 멀리 새들이 지저귀는군요. 바닥에는 빛으로 쏜 화사한 연꽃들이 둥실대며 떠다닙니다. “마치 진짜 프랑스에 온 것만 같았어요.” 모네의 정원을 둘러본 김지혜 씨(22)가 전한 소감입니다.


 서있는 곳이 작품이 되다


 뮤지컬 <고흐의 꿈> 역시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공연입니다. ‘화가 공동체’라는 부푼 꿈을 안고 화려한 색으로 가득한 남프랑스 아를로 온 고흐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를은 고흐가 사랑한 마을로 유명하죠. 영상을 통해 무대에 투영된 캐릭터들은 배우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갑니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 배경이 됐던 고흐의 방 내부를 구경할 수도 있는데요. 눈으로만 봐왔던 공간에 직접 들어오니 시공간을 뛰어넘은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고흐가 직접 자신의 방으로 초대한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공연장을 벗어나니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테라스(Cafe Terrace, Place du Forum, Arles)」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작품 속 나무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볼 수도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마들렌 꽃시장 앞에서 꽃향기를 맡으며 해맑게 웃는 어린 아이와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네요. 꽃 상인의 옷을 차려입은 직원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합니다. 꽃시장에서 몇 발자국만 옮기면 몽마르뜨 언덕입니다. 한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직접 함박눈을 맞아볼 수 있답니다.  

 

고흐 작품 '밤의 카페'를 본떠 꾸민 카페의 모습. 고흐가 즐겨 마신 술 '압생트'를  8천원에 맛볼 수 있다.
고흐 작품 '밤의 카페'를 본떠 꾸민 카페의 모습. 고흐가 즐겨 마신 술 '압생트'를 8천원에 맛볼 수 있다.


 라뜰리에 콘텐츠사업부문 이동은 운영팀장은 전시의 인기 요인으로 ‘리얼리티(reality)’를 꼽습니다. “19세기 프랑스의 모습을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요?”


 가을이 한껏 짙어졌습니다. 이번 주말 라뜰리에 전시로 연휴 기간 못다 채운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오는 건 어떤가요? 황홀한 표정으로 어느새 프랑스 한가운데 선 여러분과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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