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씨앗, 흑석동 청년임대주택 사업
  • 이건희 기자
  • 승인 2018.09.1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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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주민, 엇갈린 시각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우리가 사는 지역 청년들이 마주한 주거 문제와 이를 둘러싼 갈등을 아나요? 이번주 중대신문에선 ‘동작 Inside’코너를 통해 중앙대가 위치한 이곳, 흑석동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둘러싼 학생과 주민 간 갈등을 살펴봤습니다. 이에 더해 청년주거 대책들을 알아보고 기숙사 건립 등 청년주거 문제로 지역주민과 갈등을 빚는 대학가 전반의 현 주소를 짚어봤습니다.

 

지난 5월 14일 흑석동 빗물펌프장 앞에서 주민들이 문화공원 면적축소 반대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최지환 기자 

빗물펌프장 공원 조성 계획

청년임대주택으로 변경 후 무소식

 

주민들, “집값 떨어진다”

학생들, “주민들 이기적이다”

 

사진 정준희 기자 

  갈등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68년 세워진 흑석 빗물펌프장은 악취와 안전문제 등으로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동작구는 10여년전 부터 빗물펌프장 이전계획을 세웠으나 비용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사업의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6년 서울시가 빗물펌프장 이전비용 약 600억을 지원하겠다고 동작구에 제안하며 사업이 가속화되는 듯했다. 

  당시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빗물펌프장을 이전한 후 남은 부지에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세권 2030 청년임대주택(청년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임대주택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청년 주택 사업이다.

  재개발 사업 계획의 원안대로라면 흑석 빗물펌프장 부지는 이전 후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청년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주민들은 반발했다.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고 원안대로 문화공원 조성 계획을 준수하라며 빗물펌프장 주변에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2년이 지난 현재 흑석 빗물펌프장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흑석동 청년임대주택 건설계획은 오리무중이다. 남은 것은 주민과 학생 간 대립뿐이다.

  집값 하락에 노심초사 주민들 

  흑석 빗물펌프장은 ‘흑석2재정비촉진구역(흑석 2구역)’에 속하며 흑석역 바로 앞에 위치한 초역세권이다. 현재 빗물펌프장 부지는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곳에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재산적 가치 하락 ▲흑석동의 초입 위치 ▲주변 임대사업자들의 생존권 등이다. 반면 학생들은 이러한 주장이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횡포라며 비판했다.

  흑석동 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이 건설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사회초년생이나 학생들을 위한 청년임대주택은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 부동산 시장에 통상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승성 대표(한강리치부동상중개법인)는 주민들이 재산적 가치 훼손을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2구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청년임대주택이 건설되면 집값이 떨어져 자신의 재산적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흑석동의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역시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를 근거로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재산이지만 분명 빗물펌프장 부지는 비싸게 거래될 거예요. 아파트를 지어도 20억이 넘어가는 빗물펌프장 부지인데 왜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지어서 전체적인 집값을 떨어뜨리냐고 말하죠.”

  나승성 대표는 이외에도 한강조망권과 일조권 침해 등을 지적했다. “문화공원 조성과 달리 청년임대주택이 건설되면 일단 주민들의 일조권이 침해될 수 있어요. 또한 현재 흑석 7구역의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는 한강 조망 프리미엄 단지라 가격이 비싸요. 하지만 2구역에 청년임대주택이 건설되면 한강 조망권을 침해할 수 있죠.”

  빗물펌프장이 흑석동의 초입인 흑석역 바로 앞에 있다는 점도 주민들이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다.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흑석2구역 조합) 오명순 총무는 열심히 사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임대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빗물펌프장 부지는 흑석역 바로 앞이고 흑석동의 관문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꼭 대문 앞에 청년을 위한 임대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청년임대주택이 건설된다면 주변 임대사업자들의 생계에도 타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안에도 기숙사가 있고 주변엔 원룸도 많아요. 임대사업자분들도 먹고 살아야죠”

  하지만 나승성 대표는 지역사회가 학생들을 지나치게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본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학생들이 돈벌이 볼모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 대부분은 어렵잖아요. 학교가 학생들의 주거를 신경 써야 하고 국가적으로도 학생들이 쾌적하게 살 권리를 보장해줘야 해요. 지역주민들이 이기적인 욕심만 생각하면 안 되죠”

  한편 흑석 2구역 조합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원안대로 문화공원 조성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오명순 총무는 해당 성명서를 동작구청에 제출했으며 서울시청에도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갈 곳 없는 청년들

  갈등의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학생들은 지역주민들보다 청년임대주택에 관해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이 청년임대주택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강온유 학생(광고홍보학과 1)은 주민들이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나 자취생의 입장에서 청년임대주택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기숙사는 수용률이 낮아 학생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며 하숙이나 자취, 셰어하우스 등에서 살고 있어요. 비용이 많이 들어 먼 거리를 통학하는 학생도 많죠” 그는 학생을 위해 주민들이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집값 하락과 한강조망권 침해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월세가 부담되지만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 학생들도 생각해주세요” 이어 강온유 학생은 주민들도 상권 활성화나 중앙대병원과 같이 중앙대로 인해 누리는 혜택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학생들 또한 청년임대주택 건설계획에 관해 모르고 있었으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원다인 학생(정치국제학과 1)은 상도동 인근의 비싼 임대료와 부족한 기숙사 수용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소현 학생(도시계획·부동산학과 2)은 주민들의 이기심을 지적했다.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업자들의 횡포라고 생각해요. 기숙사 신축 반대 등도 같은 맥락이죠”

  상생의 길은 없나

  지난 5월 24일 발표된 서울시보 제3466호의 「서울특별시고시 제2018-156호」에 따르면 현재 빗물펌프장 부지에 청년임대주택 건설 계획은 없다. 원안대로 문화공원 조성계획이 명시돼있을 뿐이다. 현재 동작구와 서울시 모두 빗물펌프장 부지에 청년임대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과 계획이 전무한 상태다. 

  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의 위치가 다른 곳이라면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오명순 총무는 주민들이 빗물펌프장이 위치한 흑석동의 초입이 아닌 뒤쪽이라면 청년임대주택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현재 청년임대주택 논의가 나온 흑석동의 앞쪽보다는 1구역과 2구역이 합의해 2구역 안쪽에 청년임대주택을 지어야 해요”

  흑석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청년임대주택의 성격을 단순 주거지역이 아닌 공영문화시설로 건축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단순한 임대주택으로 지어질지 혹은 지자체가 지원하는 복합시설로 건설될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어요. 이런 상태에서 일단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말하면 대부분 주민은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하죠”

  나승성 대표는 서울시가 빗물펌프장 부지를 흑석 2구역 조합에 팔고 그 자본으로 흑석동의 다른 곳에 땅을 사 청년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서울시에서 빗물펌프장 부지를 2구역 조합에 판 돈을 가지고 흑석동 내 다른 지역에 더 큰 규모로 청년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거죠. 서로 절충하고 타협해 문제를 해결해야지 무조건 ‘여기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어 나승성 대표는 중앙대가 더욱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뿐 아니라 학교법인이 흑석동 주변의 땅을 사서 학생들을 위한 주거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승성 대표는 이를 통해 민간 임대업자들과 가격경쟁이 발생하고 결국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이 방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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