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절로 찌푸리는 'SNS' 해킹
  • 노유림 기자
  • 승인 2018.09.17 0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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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는 타임라인을 타고

우리는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는 사람을 보면 이렇게 외칩니다. “도둑이야!” 그들은 빈집에 들어와 돈과 귀금속을 챙겨 홀연히 사라지죠. 아끼던 물건을 도둑맞으면 허탈함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다른 범죄자와 달리 ‘도둑놈’이라 낮잡아 부르는 단어도 있을 만큼 도둑은 저열하고 나쁜 존재로 취급됩니다. 그런데 요즘 물건도 모자라 나 자체를 훔치는 도둑도 등장했습니다. 바로 SNS 해커들입니다. SNS 해커는 소중한 사람, 애틋한 사진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훔친다는 점에서 악질적입니다. 그들은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요? 이번주 ‘이십빼기’에서는 20대의 필수품 SNS에서 ‘해킹’을 빼내 청년들의 SNS 해킹 피해 사례와 해킹 방법, 대응책을 알아봤습니다.

일러스트 윤국화 학생
일러스트 윤국화 학생

  ‘SNS’를 한글 자판으로 표기하면 ‘눈’이 된다. 온라인에서 타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눈인 SNS는 현대인이 특정한 관심사나 활동을 빠르게 공유하고 소통하도록 만든다. SNS의 이런 특성 때문인지 최근 SNS 이용자들의 해킹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해킹을 당했을 때 불법 광고가 빠르게 퍼지거나 2차 해킹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들의 계정 해킹 피해 사례를 보며 ‘설마 나도?’라고 생각하던 SNS 이용자들, 그들의 해킹 피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불법 광고로 뒤덮인 타임라인

  지난 8일 배우 박환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SNS 계정 해킹 피해 사실을 토로했다. 누군가 자신의 계정을 해킹해 타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최근 계정 해킹 피해는 연예인에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SNS 이용자에게 일어나고 있다.

  신재영 학생(고려대 경제학부)은 평소 전시회나 박물관 방문 후기를 쓰기 위해 SNS를 이용한다. 그는 작년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비정상적인 로그인 시도가 발견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혹시 계정이 해킹당했는지 걱정했어요. 하지만 별일 아니겠지 싶어 계속해서 계정을 사용했죠.” 며칠 뒤 그는 친구에게서 ‘네 타임라인에 이상한 게시물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제야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죠. 제 타임라인에 사행성 광고가 게시된 거예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 위한 SNS에 불법 광고가 게시된 피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학생은 평소 활발하게 활동하던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에서 강제 탈퇴 처리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오랫동안 활동했던 창작물 공유 카페에서 강제로 영구탈퇴 처리가 됐어요. 강제 탈퇴 사유는 불법 광고 게시였죠.” 자신의 계정을 해킹한 사람이 카페에 불법 광고 게시물을 올려 문제가 된 것이다. “이제껏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어서 의아하고 당혹스러웠어요.” A학생은 강제 탈퇴로 인해 카페에 재가입을 할 수도 없었고 카페에 올렸던 창작물 일부를 찾을 수 없게 됐다.

  버려둔 계정이 해킹당해 눈속임용으로 악용된 사례도 있다. 대학교에 다니는 B학생은 평소 잘 쓰지 않던 계정의 ‘네이버 카페’ 카테고리를 우연히 열었다가 계정 해킹 피해를 확인하고 놀랐다. 성격도 불분명한 네이버 카페 수십 군데에 그가 유령회원으로 가입돼 회원 수를 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B학생은 카페를 일일이 탈퇴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관심도 없는 여러 커뮤니티에 가입돼 있었어요. 저의 계정으로 사행성 광고물도 올라와 있더라고요.”

  내 잘못도 아닌데 사과까지

  계정 해킹 피해는 계정 주인이 알게 된 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피해를 알아차린 계정 주인은 그때부터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SNS 계정 해킹은 불법 사이트 주소나 사행성 광고 등을 올리는 용도로 악용된다. 특히 SNS는 타인과의 교류가 목적이기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의 지인도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 해킹당한 계정으로부터 악성 광고에 노출되거나 불법 사이트 주소를 잘못 눌러 해킹 피해를 쉽게 입기 때문이다. 계정 해킹 피해자는 해킹당한 자신의 계정 때문에 2차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사과까지 해야 했다.

  “계정을 해킹한 사람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친구 신청을 건 뒤 성인 광고 메시지를 보냈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이 해킹당한 사실을 알게 된 C학생은 이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는 수백 개의 친구 신청을 일일이 취소하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수신한 사람에게 사과를 보냈다. “해킹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들었지만 피해를 수습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더 고통스러웠죠.”

  노미승 학생(전남대 경영학부)도 페이스북 계정을 해킹당한 후 모든 친구 목록에 불법 사이트 주소가 보내진 경험이 있다. 링크를 누른 순간 불법 사이트로 접속돼 해킹을 당하는 주소였다. 노미승 학생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전달받은 모든 사람에게 해명 연락을 취한 후 따로 사과문까지 올려야 했다. “해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똑같은 사과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하고 상황설명도 하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을 뺏겼죠. 이미 해당 주소에 접속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책임을 물을까 걱정도 됐어요.”

  막상 SNS는 나 몰라라

  대부분의 SNS에서 서비스 이용 중 불편하거나 궁금한 점이 생긴다면 고객센터로 문의하라는 안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계정 해킹 피해를 본 SNS 이용자들은 막상 고객센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트위터 계정을 해킹당한 D학생은 고객센터에 계정 해킹 피해를 알렸다. 하지만 한국 트위터 고객센터는 계정 해킹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미국 본사 고객센터를 연결했다. 결국 D학생은 미국 본사에 메일을 보낸 후 오랜 시간 기다려 답장을 받았다. 그마저도 ‘비밀번호를 바꾸라’ 외에 대책은 없었다. “해킹당한 사실을 알리고 답변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실망했어요. 이미 해킹된 계정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거든요.” 그가 피해를 봤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었지만 본사는 해킹한 사람을 잡기 힘들다는 답변을 할 뿐이었다.

   C학생도 페이스북 고객센터에서 변변한 해결책을 얻지 못했다. 그는 계정 해킹 피해 대처 과정 중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신고와 해결의 어려움을 짚었다. “페이스북 고객센터로는 계정 신고 후 해결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없었어요.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려고 방법을 알아봤지만 마찬가지로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죠.” 사이버 수사대는 그에게 범인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 답변했다. 해킹한 사람이 페이스북을 탈퇴했을 경우 정보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C학생은 분명한 피해 사실이 있는데도 마땅한 해결을 할 수 없어 화가 났다고 밝혔다. SNS 고객센터나 사이버 수사대는 피해를 본 상황이나 이미 피해를 본 이용자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는 해킹을 당하지 않도록’ 계정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식의 대답만 반복했다.

  계정 해킹 피해자는 모두 해당 SNS로부터 구체적인 대응책을 얻지 못했다. 심지어 무단으로 게시된 불법 광고 글 등의 해킹 피해조차 모두 이용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SNS가 계정 해킹 피해로 게시된 광고 글을 지워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정 해킹 피해를 본 SNS 이용자들이 이후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자신의 계정으로 접속하는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방법뿐이었다.

  계정 해킹 피해는 개인 정보와 직결된 문제다. 피해를 본 이용자는 어디선가 자신의 개인정보가 함부로 이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A학생은 여전히 네이버를 이용하지만 또다시 해킹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다. D학생 역시 개인 계정 해킹으로 메일 주소나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까 걱정하고 있다. ‘SNS’의 ‘눈’은 계정 해킹 피해자들을 똑바로 마주 보지 못한 채 감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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