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뼈아프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중 일부다. 한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 열린 제362회 국회 본회의 출석 의원은 280명이었으나 개의 시 재석 의원은 181명, 산회 시 재석 의원은 164명에 불과했다. 회의에 99명이 지각했고 116명이 중간에 나간 셈이다.

  5000만 국민을 대표해 나랏일 하시는 분들도 회의 도중 나가는 판국에 서울캠 학생대표자들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중간에 나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이번 전학대회 재적 대표자는 335명이었고 168명이 정족수에 해당했다. 재적 대표자 중 절반만 자리를 지키면 되지만 그 절반을 못 채워서 회의는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더 이상 나가지 말아달라”는 총학생회장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들릴 정도였다. 결국 전학대회는 중단됐고 확대운영위원회가 열렸다.

  학생대표자들이 회의에 불참하거나 중간에 나가는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어느 대표자는 “회의가 늦게까지 진행돼 버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표자는 오후 9시 반밖에 안 됐지만 “막차 시간 때문에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있다가는 게 어떻겠냐고 되물었으나 그들은 같은 말을 반복하며 자리를 떴다. 서울캠 총학생회 관계자는 “2차 전학대회 때 뵙겠습니다”며 미련 없이 회의장을 떠나버리는 학생대표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회의감이 들었다. 대학보도부 기자로 일하면서 학생들이 학생자치를 외면하는 문제에 항상 동감했고 위기의식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쓰는 기사가 학생들로 하여금 학생자치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기사를 쓰는 매 순간 고민한 문제였다. 하지만 학생자치를 위해 뽑힌 학생대표자들마저 학생 문제에 남의 일인 양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대의 정치의 권력은 대표성을 바탕으로 한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투표로 선출된 대표자는 자신이 속한 단체를 대표해 의사를 전달하는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는다. 물론 전학대회 회의 시간이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라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결과, 전체 재학생의 의사가 회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렇듯 매 학기 단 한 번만 개최되는 전학대회마저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처사는 ‘학생대표자’ 직위의 무게를 망각한 행동이다.

  오늘날 학생자치권은 외부의 강탈보다 내부의 태만함으로 인해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견제 장치가 있어 어떤 권력이라도 쉽게 학생자치를 침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학생대표자로서 전학대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중간에 나가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는 ‘태만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일부 학생대표자들은 자신이 꾸려나갈 학생자치에 자해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기자는 회의장을 나가는 이유를 설명한 학생대표자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회의 도중 나간 그 날 밤,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김강혁 대학보도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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