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용품 돼 버린 일회용품 지구촌 앓는 소리 키웠다
  • 노유림 기자
  • 승인 2018.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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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이 부른 결과

느슨한 제도가 만든 인식

세계는 일회용품 퇴치운동중

 

“깔끔한 식당에선 언제나 일회용 컵 일회용 젓가락만 쓰려 하고...” 90년대 활발하게 활동한 그룹 015B의 노래 ‘적녹색인생’ 가사는 환경에 무심한 현대인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일회용품은 이제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무분별한 일회용품의 사용으로 인한 환경 문제는 최근 세계적으로 다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일회용품을 남용하는 세태의 배경과 해외 환경 정책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느슨해진 규제가 초래한 결과

  2000년 테이크아웃 문화가 확산하면서 일회용 컵 사용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른 조치로 일회용 컵 규제가 시작됐다. 2003년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컵 보증금 제도는 사용한 일회용 컵을 업체에 반납할 시 보증금을 반환해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약 5년간의 시행 후 2008년 3월 폐지됐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폐지의 원인을 미반환금 투명성 부족으로 꼽는다. 당시 기업은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판매할 때부터 보증금을 부과했다. 따라서 별도로 컵을 반납하지 않고 버린다면 보증금이 기업의 미반환금으로 적립되는 것이다. 이를 기업이 환경 보호가 아닌 판촉 및 홍보비용으로 사용해 미반환금이 투명하게 운용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당시 정부는 종이컵 회수율이 감소 추세에 접어들어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양지 교수(다빈치교양대학)는 당시 정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폐지하지 않고 보완해 계속 시행해야 했다고 주장한다. “환경 단체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실행했을 때 일회용품 회수율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해요.” 실제로 환경부에서 발표한 당시 연도별 일회용 컵 환급 비율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여준다. 2003년 일회용 컵의 환급 비율은 수량 대비 약 23.8%였지만 2007년 상반기에는 약 36.7%로 반환율이 증가한다. 반환율이 줄었다는 정부의 해석은 2006년 환급률인 약 38.9%와 비교한 결과인 것이다.

  반면 제도를 폐지한 직후인 2009년부터 일회용 컵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재까지도 줄지 않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했던 2007년에는 매장당 일회용 컵 사용량이 31,102개였다. 그러나 제도를 폐지한 직후 2009년에는 2007년 당시에 비해 컵 사용량이 105,996개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심준섭 교수(공공인재학부)는 발전과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을 비판했다. “정부는 당장 발전을 위해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요. 이후 문제가 생기면 일시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상황의 반복이죠. 이런 단기적인 환경 정책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사람들의 인식에도 큰 변화를 줄 수 없어요.” 환경 정책 규제 완화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편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늦은 규제로는 인식과 행동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6월에서야 일회용 컵이 커피전문점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장 집중점검을 시작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에 따라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에서 지난 7월 말까지 현장 안내가 이루어졌고 지난달 1일부터는 현장 방문 점검이 시행됐다.

  그러나 뒤늦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거부감을 사고 있다. 매장에 오래 머물지 않을 소비자들은 머그잔보다 테이크아웃 컵을 더 선호한다. 자원순환사회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하루빨리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 규제를 불편하게 느끼는 소비자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회용 컵 사용을 당연하게 느끼는 국민들의 인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일회용 컵 규제 정책과 함께 소비자를 대상으로 꾸준한 정부의 지원과 홍보, 교육이 필요하죠.”

  ‘일회용품과의 전쟁’ 선포한 세계

  일회용품 쓰레기 처리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도 일회용품 쓰레기 처리 문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7월에 중국 환경부가 올해 말까지 폐플라스틱, 분류되지 않은 폐지, 폐방직원료 등 고체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까지 중국은 세계 쓰레기 수입량의 약 56%를 차지하는 대규모 일회용품 쓰레기처리장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일회용품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며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일회용품 쓰레기를 처리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곧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를 대두시킨 ‘폐기물 대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세계 각국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논의 및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 등을 포함한 일부 플라스틱 제품 및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어쩔 수 없이 생산해야 하는 일회용품 또한 쉽게 분해가 되는 자연 친화적인 성분으로 만든다. 새로운 프랑스 법에 따르면 모든 일회용 식기는 2020년 1월까지 50%, 2025년 1월까지는 60%가 생물학적 원료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프랑스의 「녹색 성장 에너지 전환 법」에 추가된 내용으로 일회용품을 금지한 세계 최초의 국가적 접근이다.

  홍수열 소장은 지방정부의 환경정책이 활발한 사례로 미국을 소개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나 워싱턴주 같은 주 단위,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과 같은 시 단위의 조치가 나오고 있어요.” 시애틀은 지난 7월 1일부터 빨대를 포함한 일회용품 식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소비자가 일회용품 식기를 원한다 해도 업체가 이를 제공했을 시 최대 25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성공적인 환경 정책 사례로는 독일의 컵 보증금 제도가 있다. 김양지 교수는 독일 생태 도시 프라이부르크에서는 보증금을 지급하면 ‘프라이부르크 컵’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 컵은 다회용 컵으로 약 400번 정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사용한 컵은 프라이부르크 시내 커피 전문점이라면 구매한 곳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든 반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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