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처럼 타오르는 곳, 마익스케빈
  • 허효주 기자
  • 승인 2018.09.0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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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나요? 수업 들으랴, 아르바이트하랴 너무 바빠 무엇이 유행하는지 잘 모르겠다고요? 그럼 ‘요즘 것들’을 주목해주시죠. ‘요즘 것들’이 하는 요즘 것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요즘 것들만 알아도 당신은 유행 선도자!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라틴 노래가 뿜뿜 터져 나오는 곳, ‘Mike's Cabin(마익스케빈)’입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과 칵테일과 춤 그리고 재밌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지금부터 ‘요즘 것들’을 주목해주세요.

다트 게임을 하는 손님에게 '쭈뼛쭈뼛' 다가갔다. "Hi!" 스스럼없이 반갑게 맞아준 그들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Despacito~”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에서 제대로 아는 가사는 이 부분뿐이다. 그러나 스페인어를 몰라도, 노래를 듣기만 해도 흥이 차오른다.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은은한 조명 아래 ‘Despacito’, ‘Havana’ 등 라틴 음악이 심장을 울린다. 빠르기도 느리기도 한 비트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곳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춤추며 불같이 타오른다. 불꽃같이 타오르는 열정을 피부로 느껴보고 싶다면 여기 ‘Mike’s Cabin(마익스케빈)’으로 오라!

  마이크의 오두막 속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29일 저녁, 홍익대학교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익스케빈으로 향했다. 라틴 문화권의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는 소문만 들은 채 무작정 ‘마이크의 오두막’을 찾아갔다. 술을 비롯한 여러 음료를 판매하는 바(bar)지만 늦은 밤이 되면 클럽으로 변한다는 마익스케빈은 골목 안에 깊숙이 숨어 있었다. 평소 홍대에 자주 놀러 가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갈 일은 없어 몰랐던 곳이다.

  가게 문 앞 줄지어 있는 물품 보관함이 이곳은 평범한 바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줬다. 소지품을 챙길 수가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는 뜻일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빠른 비트의 라틴 음악이 심장을 쿵쿵 때렸다. 옆 사람과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어서 저를 선택해주세요.’ 각양각색 칵테일의 소리 없는 아우성뿐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테이블이 처량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손님이 많이 없네요?” 오지랖 넓은 물음에 직원 박성민씨(26)는 친절히 답해줬다. “평일에는 원래 손님이 없어요. 주말에 오셨어야 했는데 타이밍이 좀 안 맞았네요.”

  복숭아가 주는 신선한 감미로움과 레몬, 크랜베리 주스의 새콤한 과일 맛이 어우러진 피치 크러시(peach crush) 한 잔, 그리고 빠른 비트의 라틴 음악과 함께 마익스케빈을 둘러봤다.

  라틴바지만 클럽입니다

  마익스케빈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 두 층으로 돼 있다. 특히 지하 1층에는 오디오믹서와 턴 테이블도 있다. 어두컴컴한 어둠 속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미러볼은 단조로운 분위기를 한층 띄운다. 선반에 놓인 수많은 유리잔이 바에 온 걸 실감 나게 했다.

어둠 속 은은한 조명에 서서히 취한다.

 

  친구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기도 준비돼있다. 다트 게임기와 손으로 축구 경기를 하는 ‘Fooseball table’이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말릭(24)은 축구 게임을 하러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노래도 좋지만 이 게임이 너무 좋아서 2주에 한 번은 꼭 여기에 와요.” 칵테일을 홀짝 마셔가면서 친구와 게임에 집중하는 그는 마치 아이 같았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손님 수가 절정에 이른다. 저녁 6시 30분에 평범한 바의 모습으로 문을 여는 이곳은 손님이 가장 많은 새벽 1시가 되면 클럽으로 변신한다. 선곡은 상주 DJ나 타임 DJ가 맡는다. 주말엔 선곡이 중요해 DJ가 가게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 밤새 이어지는 라틴 음악은 손님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데 일등공신이다. 살사나 메렝게가 베이스가 되는 경우가 많아 춤추기 좋기 때문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파티는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막을 내린다.

지하 1층에서 DJ 오디션을 보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비트가 빠르건 느리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처음 방문한 사람은 이곳 분위기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곳을 접해보지 않은 손님은 처음 왔을 때 문화충격을 받긴 해요. 그렇지만 대부분 잘 어울려서 놀아요.” 박성민씨는 분위기를 달구기 위한 방법은 술이라고 했다. “쭈뼛거리던 손님도 술기운이 오르면 다 같이 어우러져 춤을 추곤 하죠.”

  손님의 대부분이 스페인어권 사람들이지만 국적은 가지각색이다. 중남미는 물론 유럽부터 아랍, 아프리카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인종과 상관없이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춤을 춘다. 처음 만난 사이든 오랜 친구든 중요치 않다. 박성민씨는 마익스케빈을 ‘샐러드’에 비유했다. “이곳은 여러 재료가 모두 섞이는 샐러드 접시 같아요. 모든 음식이 각자의 구역에 놓인 스테이크 접시와는 다르죠.”

  라틴 음악 in 마익스케빈

  우리나라에서 라틴 음악을 중점적으로 트는 곳은 마익스케빈이 유일하다. 그러나 마익스케빈도 처음부터 라틴 컨셉의 가게는 아니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라틴 음악을 틀다 보니 국내 라틴 커뮤니티에 입소문이 나면서 라틴 아메리카 출신 손님이 점차 늘어났고 자연스레 선곡도 라틴 음악 위주로 바뀐 것이다.

  갑자기 익숙한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외계인 춤’으로 유명한 ‘Dame Tu Cosita’였다. 빠른 비트와 직설적인 가사가 주말 이곳의 분위기를 상상케 한다. 평소엔 차분했던 사람도 몸이 먼저 반응할 만큼 신나는 노래다. 그러다 다른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다른 음악이지만 흥겨운 비트는 여전했다.

  박성민씨는 처음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3년 전보다 오늘날 라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고 했다. “3년 전엔 이 가게 안에서나 제 휴대폰으로만 라틴 음악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거리에서도 라틴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또 과거엔 외국인 손님이 대부분 영어를 썼다면 지금은 한국어로도 소통해요. 그만큼 한국과 라틴 문화권의 교류가 활발해진 거죠.”

  마음씨도 뜨겁다

  약 4년 동안 마익스케빈을 스쳐 간 수많은 외국인을 지켜봐 온 박성민씨는 우리나라 사람과 라틴 문화권 사람이 비슷한 듯 다르다고 했다. “가족 중심적이고 공동체를 중시한다는 점은 우리와 비슷해요. 그런데 라틴 문화권 사람들은 더 스스럼없이 도와주는 것 같아요. 콜롬비아로 이민을 떠나는 저에게 콜롬비아 출신 손님이 그곳에서 도와주겠다고 약속까지 했죠.”

  Fooseball table 주변을 서성거리는 기자에게 두바이에서 온 김민재씨(23)가 선뜻 다가와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친구들과 이곳을 가끔 찾는다는 그와 게임 한 판을 했다. 역시 이곳을 찾은 사람에게 ‘쭈뼛쭈뼛’은 없었다. ‘선뜻선뜻’만 있을 뿐.

두바이 출신 김민재씨와 Fooseball table에서 게임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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