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 드리운 불신의 그림자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8.09.03 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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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하면 패기 가득한 모습이 떠오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도전, 투쟁, 낭만이 20대와 함께했죠. 하지만 현재 20대는 모든 세대 중에서 가장 높은 우울증 증가율과 가장 낮은 행복지수를 보여줍니다. 이제 20대에게서 우울하고 공허한 이미지가 연상되기 시작했죠. 이번 학기 기획부는 20대에게 빠져있는 것을 조명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바로‘신뢰’입니다. 신뢰는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요소인데요. 과연 대학생들은 얼마나 사회를 신뢰하고 있을까요? 대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해 봤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사회

 

사회 집단을 향한 높은 불신감

계속된 실망이 쌓인 결과물

 

 

 

중대신문은 지난달 5일부터 30일까지 대학 생 18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 행했다. 사회 전반에 대한 응답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집단 5 개(정부, 법원, 국회, 기업, 언론)를 선정해 대학생의 심층적인 의견을 물었다. 

  타락한 사회를 느낀다

  이번 사회 신뢰조사에서 대학생은 대체 로 사회에 대한 불신이 높게 나타났다. 대한 민국 사회 전반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물 음에 응답자의 약 57.9%가‘신뢰하지 못한 다’고 대답했다. ‘신뢰한다’는 답변은 약 26.8%로‘신뢰하지 못한다’는 응답의 절반 에 미치지 못했다.

  대한민국 사회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었을 때 총 응답 103개 중 19 개의 답변에 ‘부패’가, 8개의 답변에 ‘비리’가 언급됐다. 심층취재를 통해 학생들에 게 부패한 사회를 느낀 사례를 물었다. 백경도 학생(정치국제학과 2)은 부패한 사회가 실제로 대학생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 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이 결정적이었어요. 그 사건을 계기로 정당한 방식으로 입학하지 않은 학생도 있을 수 있 다고 생각하고 있죠.”

  대학생들이 부정입학과 유사하게 부패한 사회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채용 비리 사건 이었다. 신효정 학생(경희대 회계·세무학 과)은 은행가를 휩쓴 채용 비리 사건을 보 면서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답변했다. “취업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선배들의 모습을 봤어요. 노력해도 취업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소위 ‘빽’있 는 학생은 쉽게 취직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 회가 부패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죠.”

  국회=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1.2%가 국회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응답 했다. ‘매우 신뢰하지 못한다’(약 22.4%)는 응답은‘신뢰한다’(약 15.8%)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 를 묻는 주관식 문항에‘국회의원의 불성실한 의정활동 참여’, ‘국회의원의 부적절한 언행’ 등 ‘국회의원’을 이유로 꼽았다. ‘의원’은 주관식 답변 총 85개 중 20개의 답변에서 언급됐다. 구은아 학생(가톨릭대 영어 영문학부)은 국회의원의 부적절한 언행 때 문에 국회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고 말했 다. “지난 6월에 한 국회의원이‘이혼하면 부천으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발언을 했어요. 국회의원이 제가 사는 도시를 비하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실망했죠.”

  국회가 하는 핵심 역할인 입법 활동에 의 문을 제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김하정 학생 (서울대 노어노문학과)은 법의 첫걸음을 떼 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국회가 실질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법은 한 나라의 질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사 회 체계지만 현재 법에 문제점이 있다고 느껴요.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에 집중하기보 다 국회의원직을 자신의 이익을 보호, 유지 또는 증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기 때 문이라고 생각해요.”

  법원= 반면 법원은 조사를 진행한 집단 중에서 가장 높은 신뢰를 받았다. ‘신뢰한 다’와‘매우 신뢰한다’는 응답이 총 약 50.9%로‘신뢰하지 못한다’와‘매우 신뢰 하지 못한다’는 응답인 총 약 49.2%보다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구은아 학생은 법원을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로 법원의 긍정적 인 이미지를 뽑았다. “영화나 드라마 등 대 중매체에서 중립적인 태도로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봤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도 공정한 과정에 의해 재판이 진행됐을 거라 고 생각해요.”

  반면 법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로 총 52명의 주관식 응답자 중 11명이‘판결’을 꼽았다. 김하정 학생은 범죄자에 대한 법원 의 판결이 가볍다고 말한다. “성범죄자가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은 판결을 봤어요. 술을 마셨다고 해도 범죄행 위에 대해서 강력한 책임을 무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되죠.”법과 판결이 보호해야 할 대상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으며 보호하지 않아도 될 대상을 보호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판결도 법원 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을 신뢰하 지 않게 된 결정적인 사건으로‘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판결’이 총 48건의 주관식 응답 중 7건이었다. 지난달 14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신효정 학생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판결이 옳은 결 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재판 부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이고 피해자의 주장을 배척했어요. 실제로 검찰이 통화내역이나 증인 등 피해 자 측 증거자료가 충분히 제시됐음에도 법 원은 이를 배척했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 죠. 한명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재판 부를 믿을 수 없어요.”

  정부= 한편 정부를‘신뢰하지 못한다’는 대답은 약 48.6%로‘신뢰한다’는 답보다 우세했다. ‘매우 신뢰하지 못한다’는 답변 은 약 10.9%, ‘신뢰한다’는 답변은 약 37.2%였다.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주관식으 로 물어본 결과 57명의 응답자 중 6명이‘정 책’을 꼽았다. 신효정 학생은 일자리 문제 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체감할 수 없다고 말 했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 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나 아지고 있지 않아요. 탁상공론에 불과한 일 자리 대책만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된 결정적인 사건 에 총 51명의 문항 응답자 중 19명이‘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뽑았다. 김민아 학생 (충북대 전기공학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소통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비선 실세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 이후 로 정부를 바라볼 때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기업= 기업 역시 대학생에게 낮은 신뢰를 받고 있었다. ‘신뢰하지 못한다’는 응답 이 약 51.4%, ‘매우 신뢰하지 못한다’는 응 답이 약 19.1%였다. ‘신뢰한다’는 응답과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은 각각 약 27.3% 와 약 2.2%로 나왔다.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응답 에 총 응답자 60명 중 10명이‘정경유착’과 ‘재벌’을 꼽았다. 박건우 학생(경영학부 2) 은 우리나라만의 고질적 기업문화 중 하나인 재벌 문화와 정경유착이 기업집단 불신 의 이유라고 의견을 밝혔다. “삼성과 박근 혜 정부와의 유착의혹이 있었어요. 재벌이 정부와 결탁해 각종 분야에서 비리를 저지 른 것을 보면서 기업 불신을 확신하게 됐 죠.”

  신뢰하는 기업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응 답자들은 LG, 오뚜기 등을 신뢰하는 기업 으로 꼽았다. A 학생은 매일유업을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지목했다. “매일유업은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제품도 많이 만든다 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이라고 느꼈죠.”

  언론= 언론은 대학생이 가장 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으로 뽑혔다. 가장 신뢰하지 못 하는 집단을 묻는 질문에 약 34.4%의 응답 자가 언론을 가장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언론을 신뢰하는지에 대한 물음에‘신뢰하 지 못한다’는 답변이 약 51.4%, ‘매우 신뢰 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약 30.6%로 총 약 82%를 기록했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총 68명의 응답자 중 7명은‘조작’을, 6명은‘편집’과 ‘입맛에 맞는’을 꼽았다. 최재영 학생(정치 국제학과 2)은 자극적인 보도를 불신의 이유로 들었다. “관심을 끄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것을 봤어요. 특히 인터넷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죠.”

  언론을 신뢰하지 않게 된 결정적 사건으로 ‘세월호 참사’가 지목됐다. 총 43개의 주 관식 응답 중 11개의 응답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등의 언론에서 전원 구조 오보가 있었다. 또한 당시 진도 팽목항에서 이뤄진 생존 학생 및 유가족과의 무리한 취재 진행이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은아 학생은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보도한 방송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세 월호 참사 당시 뉴스 속보를 봤어요.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오 보였어요.”구은아 학생은 언론이 세월호 참사 오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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