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동아리운영위원회(동운위)의 번복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동아리’인 중앙대 평화나비의 가동아리 승인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 3월 14일 중앙대 동운위는 평화나비의 가동아리 승인을 만장일치로 가결했지만 이후 중앙대 평화나비의 3년 전 대자보를 근거로 승인을 번복했다.

  지난 2015년 항일의 뜻으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해 숨진 故최현열씨의 유가족이 평화의 소녀상 앞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하자 경찰이 도로 점거를 이유로 이를 강제 철거하여 마찰을 빚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중앙대 평화나비는 대자보를 통해 故최현열씨에 대한 경찰의 조치를 반민족행위라 비판한 바 있다. 최근 동운위는 해당 대목이 ‘정치적’인 표현이며, 중앙동아리는 외부에서 볼 때 중앙대 학생들을 대표하는 집단으로 여겨질 수 있기에 특정 정치성향이 반영된 활동은 적절치 않다는 것을 주된 근거로 중앙대 평화나비의 가동아리 승인을 부결했다.

  그러나 그간의 활동을 살펴보면 과연 중앙대 평화나비의 활동이 중앙동아리가 되지 못할 만큼 비합리적이고 편향된 정치성향을 지녔는지 우선 의문이 든다.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단체로서 현재 중앙대를 비롯해 전국 8개의 지역을 중심으로 약 400명의 대학생들이 소속돼 있다.

  주요 활동은 일본군성노예문제를 알리기 위한 수요 집회와 평화의 소녀상 건립 등이다. 중앙대 평화나비는 이러한 공식 활동에서 크게 벗어남 없이 활동했다. 지난 2016년에는 교내 모금과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흑석역 3번 출구에 ‘동작구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운위는 이와 같은 활동 맥락보다도 당시 대자보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가동아리 승인을 번복했다. 이는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은 발상이자 중앙동아리 선정기준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댄 결과이다. 마르크스의 책이 불온서적이 되고, 사회주의를 연구하는 모임이 탄압받던 때와 다르지 않다. 이전에도 중앙대에선 ‘비와 당신’ 서포터즈의 강의실 대여 취소 등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학생 행사가 난항을 겪은 적이 있다. 서울대에선 정당 동아리가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고려대와 이화여대가 평화나비를 중앙동아리로 승격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가장 자유롭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져야 할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에서조 차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면 더 이상 그 어떤 지성의 발전도 이루기 힘들 것이다. 무엇이 정치적이냐, 정치적이지 않느냐 따지는 동안 가득 뿌려진 표백제는 대학 사회를 좋은 균이든, 나쁜 균이든 처음부터 생겨날 수 없는 ‘사상의 무균실’로 만들 수도 있다.

  항일운동, 유신체제 저항, 80년대 민주화운동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 마다 대학생들의 정치적 움직임은 사회를 바꿔왔다. 이 땅의 대학생들이 깨어있는 지성인으로서 사회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정치적’ 토론을 지속해야 만 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동운위의 결정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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