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보금자리가 되는 방법
  • 박수현 기자
  • 승인 2018.06.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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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위한 발걸음

입국에서 정착까지

도움 아닌 보장으로 응답하라

한 민족과 한 핏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우리나라는 이전부터 외국인을 향해 배타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최근에 이르러 다문화가정을 위한 교육·문화·생활 정책이 마련됐지만 중도입국청소년을 향한 관심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차별 받는 소수자 중에서 정의조차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중도입국청소년은 마치 ‘섬 속의 섬’에 갇혀 있는 듯 보였다. 갇힌 이들을 세상 바깥으로 이끌어 내는 사회가 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중도입국청소년과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인식·교육·비자 문제의 개선 방안을 알아봤다.

  ‘안녕?’에 ‘Apa kabar!’라 답해주세요

  현재 우리나라는 중도입국청소년을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범위에 포함시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고등과정 특별전형에 있어서도 중도입국청소년은 다문화가정 자녀 전형으로 입학이 가능하다. ‘이산, 디아스포라연구소’ 박봉수 소장은 이처럼 중도입국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구분 짓지 않는 전반적인 제도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중도입국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한국어 능력에 차이가 있어 따로 다뤄져야 해요. 국내에서 출생하고 자란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한국어 습득과 의사소통에 있어 별다른 어려움이 없죠. 반면 외국에서 태어나 사회화를 거친 중도입국청소년의 경우 한국어 습득에 큰 문제를 겪어요.”

  어울림이끌림 사회적협동조합 이병철 이사장도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중도입국청소년은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원하지 않은 환경으로 와요. 그로 인한 적응과 정착 과정에서 차별적 인식, 언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배상률 연구위원의 ‘중도입국 청소년의 실태 및 자립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중도입국청소년이 겪는 가장 큰 고민은 진로문제이며 그 원인으로는 한국어 실력 부족이 1순위로 뽑혔다. 학교 등의 공교육기관에 다니지 않는 이유 또한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이는 입학 이전에 한국어를 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함을 의미한다.

  배상률 연구위원은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해 중도입국청소년의 본국 언어를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본국 출신 강사나 본국 언어 자막이 들어간 한국어 학습 프로그램 동영상을 개발해 중도입국청소년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미 공교육 과정에 진입한 학생도 주말에 강의 영상을 보며 한국어 학습을 보충할 수 있죠.” 그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교육 커리큘럼 또한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어 수준을 고려해 보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도입국청소년의 공교육 진입 유도를 위한 방안으로는 중도입국청소년 특별전형 신설을 주장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분리된 입학 규정을 따로 만들어 중도입국청소년의 역량을 향상시킬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교육 진입 제도를 간소화해 증빙서류 미비로 공교육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문화평화연구소 신상록 부소장은 대안교육기관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13년부터 학습에 적합한 교육 시설 및 교구나 학사 운영 능력이 있는 기관을 위탁형 다문화 대안교육기관으로 지정하고 있어요. 언어·문화적 차이 문제로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중도입국자녀를 위한 제도로 학교생활 조기 적응과 학업중단 위기 예방이 목적이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어요.”

  독일은 중도입국청소년에게 독일어 학습지원, 상호문화학습 등 세분화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도입국청소년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본국 언어가 단절되지 않도록 본국 언어 교육도 병행한다. 박봉수 소장은 우리나라도 중도입국청소년에게 본국 언어를 활용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도입국청소년 출신이 많은 중국이나 몽골 언어는 학교에서 지원하지만 이외 국가 언어는 지원하지 않아요. 교직원도 중도입국청소년의 본국 언어를 사용하는 교육환경으로 바뀌어야 해요.”

  당당한 사회구성원이 되고 싶다

  일자리를 갖는 것은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이 건강한 자립심을 형성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러나 많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정규교육 과정에서 겪는 학업에서의 어려움은 그들이 취업 시장에 나가서도 계속해 이어진다. 특히 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정규교육 과정을 받지 못한 중도입국청소년의 경우 그 문제의 정도가 더 심각하다. 중도입국청소년이 낯선 타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직업 교육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박봉수 소장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중도입국청소년을 위해 지자체 차원의 재사회화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민간과 가정에 대부분의 교육을 떠맡기고 있어요. 하지만 부모가 중도입국청소년이 일자리를 갖고 자립하는 데까지 양육하는 데엔 한계가 있죠. 정부와 민간, 가정이 협동해 중도입국청소년의 재사회화를 도와야 해요.”

  더 나아가 취업 이후의 상황까지 도움을 제공하는 관리가 필요함이 강조됐다. 박봉수 소장은 중도입국청소년을 위한 일종의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할 수 있도록 취업교육이 이뤄져야 해요. 그리고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연결해줘야 하죠.” 또한 그는 취업 이후 중도입국청소년이 근무지에서 잘 적응하는지 파악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도입국자녀를 위한 인문학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한 이명현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중도입국청소년이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입국청소년을 동정 받아야 할 소수자로 보는 접근 방식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낮추는 부작용이 있어요. 중도입국청소년의 장기적인 인생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학습능력 키우는 교육에 그칠게 아니라 자존감을 고취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죠.”

  독일과 프랑스는 중도입국청소년을 위한 취업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이다. 독일은 ‘이원적 직업교육’을 실시해 이론과 현장을 모두 배울 수 있도록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직접 기업체를 방문해 현장교육을 받도록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중도입국청소년은 330여개의 국가공인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프랑스는 다른 국가보다 포용적인 체류 허가 과정이므로 중도입국청소년이 취업할 때 겪는 비자 문제가 적다. 중도입국청소년이 미성년자일 때 취업하면 체류 허가가 필요 없고 성인이 된 이후에 취업한 경우도 2개월 안에 체류 허가를 신청하면 된다. 신청 과정에서는 고용주 확인만 있으면 노동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 또한 중도입국청소년 취업을 위해 비자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한 중도입국청소년의 비자는 경제활동이 제한된다. 손영화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중도입국청소년이 안정적으로 한국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동의가 있다면 중도입국청소년이 근로할 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와 기반이 마련돼야 해요.”

  취업을 위한 체류자격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신상록 부소장은 취업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중도입국청소년 경우 방문동거(F-1) 체류자격이 많은 편이지만 F-1의 체류자격은 취업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요. 성인이 되기 전에 취업이 가능한 체류자격이나 국적,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하면 체류 연장이 불가능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동작구건강가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예리 센터장은 연령대별 특별비자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세 미만의 중도입국청소년의 귀화가 안정적으로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해요.”

  일발통행은 이제 그만

  중도입국청소년이 마주하는 제도적 차원의 차별은 그들을 향한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을 바탕으로 한다. 신상록 부소장은 중도입국청소년과 더불어 모든 체류 외국인이 겪는 차별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에게는 한국 문화를, 내국인에게는 외국문화를 가르치면서 이를 다문화 교육이라 일컫고 있어요. 하지만 총합된 문화를 내외국민에게 동시에 전하는 ‘쌍방향 다문화 교육’이 필요해요.” 내외국인의 상호문화에 대한 이해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손영화 교수는 차별적인 인식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공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의 형평성 차원에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학습기회를 줘야 해요. 공교육에서 중도입국청소년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듬어 줄 필요가 있죠.” 그는 중도입국자녀를 비롯한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진 교사가 학생들에게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다문화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개선 교육 시스템이 변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예리 센터장은 이주배경청소년과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을 일반인에게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차원의 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해요. 또한 이는 전문가, 행정가, 일반인 모두에게 실시될 필요가 있죠.”

  박봉수 소장은 중도입국청소년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이들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관점에서 만들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약자를 향한 시혜적인 관점이 오히려 차별을 견고히 한다는 것이다.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닌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서 중도입국청소년을 대해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 무관심 속에 그들을 방치했던 사회가 그들의 주체성을 보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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