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고 있는 것은 때때로 ‘잃을 것’이 돼 도전을 앞둔 이의 소매를 붙잡는다. 하지만 나를 옭아매는 존재를 내려놓으면 어려움에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옷이 젖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빗속으로 뛰어들 수 있듯 말이다. 수필 부문 당선자는 이준범 학생(경영학부 3)이다. 수제 맥주 공부에서 여행책 출판까지…. 배낭 하나를 메고 세계를 누비다 돌아온 그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행복을 위해 차가운 빗방울도 마다하지 않는 이준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진 이나원 기자

-수필 부문에 지원한 이유가 궁금하다.
“제 이야기를 최대한 담아내고 싶었어요. 비평보다는 수필이 제 경험이나 생각, 사물을 보는 관점을 드러내기 좋을 것 같았죠. 평소에 시나 수필, 에세이를 자주 쓰기도 했고요. 사물을 봤을 때 특이한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했다 글을 쓰는 편이에요.

-‘비’ 오는 풍경을 봤을 땐 어떤 생각이 떠올랐나.
“비가 많이 오던 날,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봤어요.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비’를 주제로 글을 썼죠. 원래는 다른 주제로 글을 쓰고 있었어요. 취업 준비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고학번의 이야기였죠. 공모전 제출을 이틀 남겨 두고 글을 엎어 버렸어요.”

-시간이 촉박했을 것 같다.
“전에 쓰던 글은 문장 구성이나 표현을 고민하느라 한 문단을 쓸 때도 생각이 많았어요. 오히려 주제를 바꾸고 나선 손 가는 대로 술술 썼던 것 같아요. 일기를 쓰듯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 거니까요.”

-그럼에도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였다.
“감사해요.(웃음) 엄마와 밖에 나가 비를 맞는 장면에서 독자도 비를 맞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했어요. 빗소리를 ‘툭, 투둑’으로 표현하거나 장화 소리를 ‘뾰옥, 뽀옥’으로 표현하는 등 의성어를 많이 사용했죠. ‘노란 장화’로 색감을 부각하기도 했고요.”

-‘비’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문단별 의미가 조금씩 달라 하나로 정리하기는 좀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비’는 고난이나 도전을 의미해요. 어려움과 도전을 피하지 말고 맞닥뜨려 보자는 뜻을 전하고 싶었어요.”

-배낭여행도 도전하는 의미에서 떠난 건가.
“맞아요. 혼자 무언가를 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여태까진 늘 부모님 지원 아래서 자랐으니까요. 끼니를 해결할 정도의 여비를 모아서 동남아시아와 중동, 유럽 일대를 다녀왔죠.”

-힘든 점은 없었나.
“이란에서 길을 걷던 중 바로 앞에서 테러가 발생한 적 있어요. 총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렸죠. 그곳에서 운 좋게 도망쳐 나왔지만 그 땐 너무 무서워서 여행을 포기할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죽을 위기를 넘기고 나니 오히려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여행을 하다 죽으면 행복할 때 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겁 없이 더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먼 훗날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
“저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단 짧은 시간 안에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는 편이죠. 맥주 공부도 그 중 하나고요. 또 기회가 되면 여행 작가가 돼 책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그 책을 영어로 번역해 여행을 다니면서 만났던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비’를 피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번쯤은 후회 없이 비를 맞아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나 눈에 띄는 성과는 없어요. 여행을 다녀와서도 대학생이라는 제 신분은 바뀌지 않았죠. 그럼에도 저는 그 모든 과정이 정말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저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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