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당한 일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 지난 탄핵정국에서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선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분노다. 영상비평 부문 당선자 권해선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은 이와 같은 분노의 역할을 영화 안에서 다각적으로 고찰했다. 그는 세상과의 투쟁에서 분노를 적절히 조절할 때도, 분노를 넘어선 이해가 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권해선 학생을 만나 비평작 ‘쓰리빌보드’와 그의 영화 철학을 들어봤다.

  -당선을 축하한다.
  “감사해요. 예상하지 못했는데 당선돼서 기분이 정말 좋네요.(웃음)”

  -비평작으로 ‘쓰리빌보드’를 택한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에요. 또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고 들어서 과연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죠. 그래서 예고편을 찾아봤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죠.”

  -어떤 부분이 다른가.
  “예고편만 봤을 땐 납치된 딸을 찾는 복수극이거나 코미디물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니 복수극도 아니고 코미디라고 말하기도 모호한 일종의 블랙코미디였죠. 주인공 ‘밀드레드’는 항상 화나 있지만 그의 언행은 관객에게 종종 실소를 유발해요. 이러한 설정을 가진 영화는 신파극이 되기 쉽지만 울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은 거의 없어요. 주인공의 감정보다 사건에 집중해 영화가 진행되죠.”

  -결정적 한 장면을 꼽자면.
  “마지막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밀드레드’와 ‘딕슨’이 함께 범인을 처단하러 걸어가는 모습이죠. 영화는 범인을 잡으며 끝나는 게 아니라 대립각에 있던 인물이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돼요. 그동안 서로를 향해있던 분노가 이제는 범인에게 향한다는 것을 표현한 장면이죠.”

  -본인은 영화 속 인물 중 어느 쪽에 가깝나.
  “‘윌러비 서장’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윌러비 서장처럼 소시민적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현 체제의 잘못된 점을 알지만 선뜻 나서서 바꾸지 못하는 거죠. 저도 부끄럽지만 그런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요.”

  -어떤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나.
  “사회운동을 펼치는 사람과 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해요. 영화를 본다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분노를 다각적으로 보여줘요.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왜 분노한 채 나설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사회운동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왜 그런 생각을 가지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소에도 영화 비평을 즐겨 하는가.
“영화를 주제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지난 3월부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관련 글을 올리고 있죠. 비평이라고 하기엔 조금 수준이 떨어지고 리뷰 정도가 딱 맞는 것 같아요.(웃음) 평소에 영화 리뷰를 즐겨 쓰다 보니 ‘긴 비평문에 도전해 봐도 되겠다’는 생각에 이번 공모전에 참가하게 됐어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영화는 이미지를 통해 추상적인 것을 생각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죠. 소설이 글로써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든다면 영화는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의 표정이나 행동 그리고 다른 모티프를 이미지로 제시해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당선자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다양한 해석이 있는 영화예요. ‘좋은 영화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라는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말처럼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가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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