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 던져져 타인이 된 사람들
  • 이주리 기자, 하혜진 기자
  • 승인 2018.06.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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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입국청소년 들여다보기

글로벌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국적, 서로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회가 시작된 것이죠. 여기 국제사회에 발맞춰 부모님 손을 잡고 본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 자리 잡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바로 ‘중도입국청소년’인데요. 한국에 거주하는 중도입국청소년의 수도 8000명을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이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을까요? 중도입국청소년이 마주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알아봤습니다.

중도에 입국한 청소년에게

무지와 편견이 만든

‘한국’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는 집단이다. 법무부 기준에 따르면 중도입국청소년은 ‘7세부터 18세까지 학령기의 아동 중, 거주국민자녀(F-2-2), 영주국민자녀(F-5-3), 국적취득 중인 자녀, 국적취득이 완료된 자녀’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이들을 ‘부 또는 모가 결혼이민자로서 본국에서 성장하다가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게 된 중도입국 자녀’로 정의한다.

  한국 사회는 필요에 의해 그리고 세계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조차 중도입국청소년을 서로 다르게 정의하듯 아직 한국 사회는 이들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는다. 여러 전문가와 중도입국청소년의 인터뷰를 통해 중도입국청소년이 한국사회에서 맞닥뜨린 현실을 살펴봤다.

  언어장벽은 높고도 험하다

  한국에 들어온 중도입국청소년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어 습득이다. 의사소통 능력 부족은 생활 곳곳에서 불편을 유발한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없어 힘든 점이 많아요.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죠.” 중도입국청소년 이혜순씨(18)는 한국어 실력 부족에 따른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하철 표지판을 읽지 못해 혼자서는 집에 가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혼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일상적인 생활조차 중도입국청소년에게는 큰 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어 습득을 위해 국가에서는 ‘다문화 예비학교’를 운영한다. 다문화 예비학교는 다문화 가정학생이 정규 학교에 배치되기 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을 말한다. 교육부는 출입국관리소에서 중도입국가정 자녀가 자신의 신분을 등록하는 시점부터 아이들의 입학 전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러나 경남교육연구정보원 류영철 연구원은 논문 「다문화와 평화 10집 1호」에서 ‘다문화 예비학교의 실제 성과 비율이 향상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육부에서 마련한 시스템은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고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문화 예비학교나 시스템을 통해 도움을 받지 못한 중도입국청소년은 정규학교 등록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중도입국청소년 실태 및 자립 지원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도입국청소년은 정규학교에 다니기 위해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정규학교에 다니는 중도입국청소년 4명 중 1명이 정규학교에 등록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이 중 40% 이상은 2년 이상의 시간을 소요했다고 답했다.

  중국에서 온 중도입국청소년 장전항씨(14)는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학교에 다닐 나이에요. 하지만 현재 여러 사정으로 학교에 못다니고 있어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은 마음은 커요.” 장전항씨의 마음과 달리 중도입국청소년이 정규 교육에 진입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배상률 연구위원은 그 결정적인 이유를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어 실력 부족으로 꼽았다. “지난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보면 외국에서 성장한 다문화가족 자녀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아요. 그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가장 주된 이유는 한국어 실력의 부족이죠.”

  한편 본국 학교의 서류가 없어 한국 정규학교 등록이 힘든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정규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본국에서 다니던 학교의 서류가 필요하다. 무지개청소년센터 최병헌 선생은 중도입국청소년이 본국의 학업서류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제3국에서 온 중도입국청소년은 다니던 학교에 전산시스템이 갖춰 있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학교를 직접 찾아가서 서류를 받아야 하고 그것조차 어려운 상황도 있죠. 학력을 인증할 서류를 마련하는 과정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요.” 본국에서 다니던 학교를 인증하지 못하면 본국에서의 교육과정이 한국에 연결되지 않아 본인 나이보다 낮은 학년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

  불안정한 생활의 연장선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한국인으로 귀화하지 않은 중도입국청소년은 이후 체류가 불안정해진다. C-3-8 등 단기 비자 자격이기 때문에 출·입국을 반복하거나 취업 관련 비자, 결혼 관련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문제는 중도입국청소년의 귀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귀화시험은 한국어·한국문화와 관련된 객관식 문제를 비롯해 작문과 구술시험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국어 교육과 고등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한 중도입국청소년에게 귀화시험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귀화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전철씨(23)는 귀화 과정이 복잡하고 귀화 시험 준비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에 귀화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지만 한국어를 공부할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시험문제가 너무 어려웠어요. 결국 귀화시험에 떨어졌죠.”

  전철씨처럼 귀화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중도입국청소년은 다른 비자를 받기 위해 자격증 취득 등 일정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드림문화센터 송희정 직원은 많은 중도입국청소년이 이를 염려해 한국어와 자격증 취득만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실정이라 설명했다. “학교에 가기보다 오전에는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에 다녀요.”

  한국에 계속 머물기 위해 취업 관련 비자를 얻어 취직하는 방법도 있지만 중도입국청소년에겐 이조차도 어렵다. 동작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예리 센터장은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이나 사회 인식 등이 중도입국청소년의 취직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중도입국청소년 중 상당수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인 니트(NEET)족으로 생활한다는 보도가 있어요. 중도입국청소년이 한국에서 취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언어 문제로 인해 학력 경쟁에서 뒤처진 중도입국청소년은 이후 취업에서도 학력 문제로 경쟁력을 잃어요.” 배상률 연구위원은 중도입국청소년이 취직하더라도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와 범위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도입국청소년을 위한 진로 교육과 정보 제공 부족도 진로의 선택지를 좁히는 원인이 된다.

  “중도입국청소년은 진로 정보를 얻는 경로에도 한계가 있어요. 조사 결과 응답자 약 63%가 진로 정보를 가족 구성원에게서만 얻는다고 응답했죠.” 배상률 연구위원은 현재 학교나 지원센터 등에서 이뤄지는 진로 교육 또한 바리스타, 제빵 제과 등 좁은 범위에 한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도입국청소년은 성장 이후에도 계속해서 불안정한 신분으로 고통받고 취업과 진로 선택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편견은 고통을 낳고

  학교생활을 하더라도 중도입국청소년은 일반 학생보다 빈번한 부적응과 학업중단을 겪는다. 배상률 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이 중도입국청소년을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업 중단의 표면적 이유는 언어 문제죠. 하지만 깊이 살펴보면 교사와의 갈등, 부모지지 결여, 왕따 문제 등 복합적인 이유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아요.” 중도입국청소년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과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려는 우리 사회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조사한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53.95점에 그쳤다. 이 점수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중도입국청소년을 비롯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산, 디아스포라 연구소 박봉수 소장은 한국에서 실시하는 다문화 교육이 오히려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만들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교육 대부분이 ‘한국에 와서 힘들게 산다’는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는 콘텐츠죠.” 중도입국청소년이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닌 주체임을 무시한 채 이들을 단순히 보호의 대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미디어가 비추는 다문화 가정의 고정관념 또한 중도입국청소년을 바라보는 편견을 만드는 요인이다. 배상률 연구위원은 미디어가 중도입국청소년을 포함한 한국거주 외국인을 왜곡되고 과장되게 묘사한다고 말한다. “미디어는 특정 대상이나 이슈의 이미지를 매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하죠. 미디어가 중도입국청소년을 포함한 한국거주 외국인을 왜곡해서 바라보는 한 한국 사회의 다문화수용성은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이는 다문화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큰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죠.”

  편견을 넘어선 무관심도 중도입국청소년을 고통스럽게하는 요인이다. 배상률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가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한외국인정책에서 이주배경 청소년 관련 사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현장 목소리가 높아요. 우선 이주배경 청소년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복잡해요. 또한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부처가 중복된 정책으로 예산 낭비와 비효율성을 보이죠.” 자국민과 외국인이란 이분법에 기초한 선별적 지원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최대로 발휘할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중도입국청소년에게 체계적인 지원 또한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가정 자녀와 중도입국청소년은 다른 처지에요. 한국어 구사 능력과 문화 친숙도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죠.” 하지만 중도입국청소년은 다문화라는 범주에 묶여 다문화가정 자녀와 함께 한국어 교육을 받는 상황이다. 대학입시 특별전형에서도 다문화가정 자녀와 함께 경쟁해야 한다. 중도입국청소년에 있어 이들의 처지와 환경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병헌 선생은 중도입국청소년이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 과제’라 표현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고 문화도 익혀야 한다. 새로운 교우관계를 만들어야 하고 가족 관계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이 상황 속에서 자신의 미래와 꿈 또한 찾아가야 한다. 겹겹이 쌓인 과제를 마주한 이들을 보면 글로벌 시대는 아직 먼 미래의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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