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잘앙잘’은 작은 소리로 원망스럽게 종알종알 군소리를 자꾸 내는 모양을 뜻합니다. 이번학기 앙잘앙잘에서는 갖가지 주제를 말하는 대학생의 작은 소리를 모아 보려 합니다. 이번학기 마지막 주제는 '국뽕’ 입니다. ‘국뽕’은 국가의 ‘국’과 마약의 일종인 히로뽕의 ‘뽕’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국수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 말이죠. 3명의 대학생을 따로 만나 국뽕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이를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과도한 국가 찬양, 국뽕

문제의 본질을 덮는 장막 

‘Do you know PSY?’ ‘Do you know GANGNAM STYLE?’ 여러분은 외국인에게 이런 말을 해본 적 있나요? 지난 2012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싸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가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같은해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한 한국인 기자가 “싸이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해 국뽕 논란이 불거졌죠. 이처럼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인물이나 음식 등을 내세우며 외국인에게 아무 맥락 없이 무엇을 아느냐고 물어보는 행동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된 국뽕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국뽕에 취해있진 않나요? 김소연 학생(공공인재학부 2), 류지웅 학생(연세대 경제학부), 이해웅 학생(광고홍보학과 3)과 국뽕을 이야기해봤습니다.

  Do you know 국뽕?

  사회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국뽕의 사례엔 무엇이 있나요?

  지웅: 해외축구를 볼 때 겪어봤어요. 해외 축구팀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선수가 경기를 잘했든 못했든 ‘국뽕에 취한다’며 감싸주죠. 바쁘거나 관심이 없는 종목이라 한국선수 경기를 못 볼 수도 있는데 ‘왜 안 챙겨보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조금 불편하기도 해요.

  해웅: 국뽕을 재미있는 농담거리로 사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 ‘너는 우리나라 경기를 안 보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애국을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죠.

  소연: 역사를 배울 때 국뽕을 가장 많이 접한다고 생각해요. 이번학기 한국사 수업을 들으며 그동안 배웠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죠.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거든요. 과거 독재정권 시절 역사를 미화해 좋은 모습만 가르치려 했어요. 또 조선의 왕 중에도 포장된 이미지로만 알려진 분이 많고요. 이런 부분이 일종의 애국심 강요와 국뽕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자: ‘Do you know ○○?’이라는 질문도 일종의 국뽕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지웅: 맞아요.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설명하는 것은 좋지만 계속 과하게 되묻기도 하잖아요. 외국인이 꼭 우리나라를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 관심이 없는 외국인이라면 모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소연: 우리가 그들에게 많이 안 알려졌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다면 굳이 ‘Do you know’라며 질문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해웅: 일종의 자격지심이죠.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가수나 음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만 그 이면엔 상대적 열등감이 있는 것 같아요.

  사회자: 애국심을 자극하는 국뽕 코드를 영화에 이용하기도 해요.

  소연: 국뽕 영화가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저는 <군함도>를 보면서 국뽕 요소 때문에 조금 아쉬웠어요. 역사와 사실에 기초하면 좋은데 애국을 강조하기 위해 허구적인 요소를 많이 넣은 느낌이었죠. 억지로 만들어낸 각본 같았어요.

  해웅: 저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영화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어요. 제작자의 입장에선 국뽕 코드를 넣으면 관객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웅: 국뽕 마케팅으로 영화가 흥행했다는 생각이 들죠. 영화 자체의 내용이나 작품성으로 수많은 관객을 동원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국뽕의 민낯은

  사회자: 국뽕이 스포츠부터 역사, 영화까지 정말 다양한 영역에 존재하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런 국뽕 도대체 누가, 왜 조장하는 걸까요?

  해웅: 주로 정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부가 사용하는 국뽕이 항상 악의적인 건 아니에요. 애국심을 고취하는 게 국가에 도움이 되고 나라를 이끌어 나가기에 더 유리하기도 하죠. 나라를 사랑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지웅: 보수 정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를 보수화하기 위해 애국심을 강요한 것 같아요. 공정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면 정치인의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국뽕에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시선을 돌리는 거죠.

  소연: 저출산처럼 국가의 문제를 정부 혼자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죠. 자발적으로 국민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가 주도해 애국심을 고취시킨다고 생각해요. 

  지웅: 국뽕을 만드는 데엔 기업의 역할도 한몫해요. ‘우리나라 물건을 사야 한다’ 혹은 ‘신토불이’를 강조하죠.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장점을 어필하는 것보다 애국심을 자극해 마케팅하는 거예요. 기업의 입장에선 국가를 강조하는 마케팅이 판매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 같아요.

  사회자: 일부에선 이런 국뽕과 애국 강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죠. 

  소연: 주로 젊은 세대가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 같아요. 학자금 대출이나 취업난처럼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생각해보면 나라를 좋아할 이유가 없죠. ‘나라가 왜 중요하지? 당장 내 앞길 가기도 바쁜데’라는 생각에 나라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해웅: 맞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 국가를 신뢰하기 힘들어 좀 더 개인주의적으로 변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지웅: 젊은 세대가 경쟁 속에서 살아오다 보니 집단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더 충실한 경향이 생기게 되죠. 애국심도 낮아지고요. 

  해웅: 시민의식도 성숙해졌어요.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달리 애국을 강요하는 정부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죠.

  소연: 교육의 영향도 있어요. 기성세대는 국가를 통해서 하향식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아무 의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애국심이 높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젊은 세대는 마음만 먹으면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국가가 애국심을 강요한다는 것도 알아챌 수 있죠.

  사회자: 이렇게 조장된 애국 강요와 국뽕엔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요?

  해웅: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하기보다는 국뽕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경우가 발생하죠. 결국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지웅: 애국심은 나쁜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극단적인 국뽕으로 발전한다면 자기 문화에 비판 없이 무조건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죠. 나라를 사랑한다면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비판 의식도 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국뽕은 그마저도 묵살하고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 몰아갈 위험이 있죠.

  소연: 어떤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개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응원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요. 여유가 없는데 굳이 애국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해요.

  진정한 애국의 길

  사회자: 반면 무조건 국가를 비난하는 일명 ‘국까’도 문제일 것 같아요.

  해웅: 무조건적으로 좋게 혹은 나쁘게 보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이 국가를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소연: 맞아요.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뉴스 댓글을 보면 국가에 회의적인 ‘국까’가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판문점 선언이 있었지만 대북지원이나 평화협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보여주기식이라며 비난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사실도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지웅: 좋은 행동은 아니죠. 국가를 비난하기만 한다면 우리나라의 장점을 완전히 무시해버릴 수도 있어요. 우리가 우리를 싫어하면 결국 소속감이 사라지죠. 자국을 무조건 비난하는 사람도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거예요.

  소연: 만일 복지와 같은 정치적 사안을 해결할 때에도 국가를 비난만 한다면 안 좋을 것 같아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죠. 긴급한 사안인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국가적으로 더 큰 손해라고 생각해요.

  사회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연스럽게 애국심이 불타오를 때도 있어요.

  소연: 고등학생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회의 부조리함을 해결하고자 캠페인을 벌인 적 있어요. 위안부 문제나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을 하며 우리나라가 더 잘되길 바랐었죠.

  해웅: 우리나라가 가장 짧은 기간에 개발도상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발전한 국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애국심을 느껴요. 도움을 받던 국가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국가로서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발전 모델이 됐죠. 자부심을 가지고 외국인을 대할 때도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지웅: 저는 주로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애국심이 불타올랐다가 다시 사그라지는 것 같아요. 경기 결과가 좋으면 끝까지 애국심이 유지되지만 결과에 실망하면 애국심이 사그라들곤 했죠.

  사회자: 국뽕이나 국까가 아닌 건강한 애국심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지웅: 올바른 역사교육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좋은 면에만 치중해 가르쳐도 안 되고 너무 안 좋은 점만 알려줘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점은 우리가 잘했고, 이분은 이래서 훌륭하지만 이 부분은 잘못됐다’는 식으로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죠. 잘한 일은 홍보하는 게 맞지만 우리나라 역사라고 잘못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포장하는 것은 잘못이에요. 그것부터가 애국심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소연: 국가가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를 바로잡는 게 건강한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첫걸음이에요.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이 대우를 못 받고, 대우받지 않아도 될 사람이 더 대우받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애국심이 낮다고 생각해요.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 후손이나 국가유공자를 국가가 조금 더 대우해준다면 억지로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애국심이 우러나오지 않을까요?

  해웅: 맞아요. 정의를 실현해야죠. 친일 세력이라던가 부정부패를 저지른 적폐세력 척결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런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국민의 애국심을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첫걸음일 것 같아요. 영화 같은 미디어로 애국을 강요하기보다는 제도적으로 정부가 국민을 위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소연: 최근 전두환 노태우 2명의 전직 대통령의 경호 인력 철수 결정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그동안 전직 대통령이었단 이유만으로 경호원을 붙여 보호했죠. 만일 당시 정권에서 억압받았던 사람이 그런 모습을 봤다면 저 같아도 나라를 사랑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회자: 그렇다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애국은 무엇인가요?

  소연: 애국은 정의로운 사회에서 기초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지웅: 제 주변에 있는 사람이 ‘한국’이라고 했을 때 좋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주의 깊게 행동하고 처신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해요.

  해웅: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자: 각자 생각은 다르지만 본질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극단적인 국뽕과 국까를 지양해야 할 것 같고요. 이상으로 좌담회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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