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료를 어떠한 시각으로 볼 것인가?’라는 의문에 역사는 단지 나타난 사실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여건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고정관념이란 틀에서 벗어나 생각을 바꾸면 역사의 다른 면이 보여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새롭게 하느냐의 문제에서 벗어나 통일보다 분열을, 치세보다 난세를, 합함보다 나눔 등과 같은 또 다른 눈으로 역사적 인식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중국분열』은 송대 사마광이 편찬한 『자치통감』 속의 중국역사 1362년을 천하일통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행간 읽기라는 작은 형식을 빌려 분열 지향적 입장으로 서술한다. 역사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쓰인 것을 그대로 믿는 것은 오히려 읽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한 맹자의 말처럼 끊임없는 의문을 가지고 기록물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가정의 윤리 질서를 국가에 접목해 발전시킨 유가 사상의 영향으로 중국에서는 왕조 중심의 역사학이 발달했다. 행복이나 대의를 내세우며 통일기가 치세이고 분열기는 난세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천하일통이란 만들어진 꿈이며 실제 역사에서는 독자적으로 영역을 독점하려는 욕망이 표출된 것으로 통일됐지만 곧이어 작은 도적 무리가 모여 군사 집단을 형성하고 여기에 정치력을 더했던 세력에 의해 점차 하나가 나뉘는 분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最爾(최이)의 나라에도 성군은 있었고 치세에도 僻王(벽왕)이 존재했듯이 통일만이 백성을 위한 것은 아니다. 또한 유가적 정통론에 의해 만들어진 분열을 악이라 할 수 없고 시비도 가리기가 어렵다. 통일기에도 백성은 어려웠고 분열 속에서도 문화적 경제적 부흥을 이뤘던 시기가 역사에는 존재하고 있다. 역사적 환경이나 지역적 차이를 간과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드러난 역사 서술에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비난할 수 있지만 역사란 수레바퀴를 돌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힘으로 통일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항구적이지는 못했음을 인식함과 함께 역사를 움직였던 사람들이 자연에 합치되고 지역 특성에 맞춰 함께 한 여러 요인의 분석도 필요하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 진정한 역사적 시각이란 무엇일까? 묻혀 없어져 버리거나 아무런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 채 화석화된 상태로 드러나는 역사가 아니라 지금의 현상이 새로운 시대의 토대가 돼 생명력을 가지고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선악의 이념이나 사상의 휘둘림에서 벗어나 역사적 현상을 또 다른 눈으로 보면서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제도와 환경 속에 있는 지역을 아우른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바르게 대처해 나갈 지혜를 이 책을 통해 얻기를 바란다.

김영관 교수 역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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