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 보도부 현(現) 문화부 기자입니다. 기자는 얼마 전 부서를 옮겼죠. 신문사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대학보도부에서 어쩌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문화부로 이동했습니다.

  문화부의 핵심은 바로 전달력입니다. 독자에게 문화와 예술 전반을 알려주고 이해를 돕는 것이 필요하죠. 한눈에 봐도 어려워 보이는 미술 작품, 처음 보는 미술 기법, 작품에 얽힌 복잡한 시대 배경을 풀어서 설명해 독자가 기사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죠. 문화부 기자로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문화부 기사를 준비하면서 기자는 많은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바로 도슨트의 설명이었습니다.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생소한 내용을 유려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독자’를 대하는 ‘기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보고’가 아닌 ‘보도’를 해야 합니다. 어려운 단어와 표현으로 점철된 기사를 쓰고 만족해선 안 되죠. 생소한 정보를 대중이 파악하기 위해서는 독자가 기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자가 기사의 이해를 포기하고 신문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기자는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되죠.

  기자가 독자를 고려하듯 대화를 나누고 소통할 때는 당사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자신의 표현을 상대방이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죠. 이 과정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무릎을 굽히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은 말을 쏟아내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회에는 각종 혐오와 증오 발언이 만연합니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정치권의 막말 파문도 계속되고 있죠. 여당의 대표는 야당을 ‘빨간 옷 입은 청개구리’라고 표현했고 야당의 대표는 대통령을 ‘왕파리’라고 비난했습니다. 야당 대변인은 여당 대표를 향해 ‘추한 입 닫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의 수위 높은 막말은 그것을 접할 국민들의 반응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태도죠. 국민들은 계속되는 막말에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외면하게 됩니다.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시대에 상대방을 위하지 않는 말을 쏟아내는 것은 벽 보고 말하기보다 못한 행동이죠.

  얼마 전 다녀온 전시회에는 특이하게도 한편에 작은 바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작가는 그곳에서 관람객에게 직접 만든 레몬주를 대접하며 관람객들에게 자신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품을 만든 창조주의 입장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작품의 의미를 찾는 참여자의 입장이 된 것이죠. 관람객들은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작가와, 혹은 다른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공유합니다. 기자는 레몬주 한 잔 대신 신문을 건네며 말을 걸어 봅니다. 여러분들은 기사를 잘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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