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내국인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온통 한국어로 된 홈페이지를 눈이 빠지도록 살펴보고, 9개나 되는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학교와 고용주 사이를 오가야 하죠.

  표준근로계약서를 잘 작성하지 않는 한국의 분위기는 유학생에게 더욱 잔혹한 현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번주 기획부는 마음 편히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현실과 문제를 알아봤습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도 국내 고등교육 기관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약 12만명이라고 합니다. 10년 전, 약 5만명이었던 외국인 유학생 수와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한 수치죠. 이제 우리는 주변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고 팀 프로젝트도 함께 수행하죠. 하지만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과정에 고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기자가 직접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만나 어려움을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는 중국인 유학생 A학생, B학생, C학생, D학생과 E학생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중앙대에 온 F학생이 참여했습니다. 아래 기사는 외국인 유학생을 인터뷰한 후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어떤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나.

  A학생: “명동에 있는 음식점에서 서빙 일을 하고 있어요. 한국어 연습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부모님께 생활비로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B학생:“지난학기까지 동대문에서 옷을 팔았어요. 중국인 관광객을 많이 만나는 일이었어요.”

  C학생: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종로에 위치한 매장이었는데 새벽 근무를 맡았어요.”

  D학생: “저는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고 있어요. 면세점에서 일하고 횟집에서 서빙을 하죠.”

  E학생: “신길동의 족발 가게에서 일해요. 주문 전화를 받고 포장하는 일을 주로 하죠. 용돈이 부족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F학생: “저는 홍대에 있는 미디어 커머스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해외에 진출한 회사라서 외국인 동료가 많이 근무하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어떻게 구했나.

  D학생: “제가 일하는 횟집은 한국인 친척이 운영하는 가게라서 쉽게 채용됐어요. 면세점도 아는 언니를 통해 소개받았고요.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든 입장이다 보니 주로 지인을 통해 일을 구하는 편이죠.”

  C학생: “저는 중국인 유학생 구직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했어요. 지금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이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알게 됐어요.”

  E학생: “한국인이 주로 구직활동을 하는 ‘알바몬’같은 사이트를 참고하기도 해요. 하지만 여기서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요. 채용하는 입장에서 외국인은 아무래도 의사소통에서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 확인서’를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아야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는데.

  C학생: “맞아요. 그런데 저는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 확인서를 작성하는 도중에 포기했어요. 그 확인서를 작성하려면 사장님의 확인이 필요한데 사장님이 응하지않기도 하거든요. 부탁했다가 오히려 혼난적도 있죠.”

  E학생: “저는 불법인 걸 알지만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 확인서를 쓰지 않았어요. 서류 작성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사업장을 옮길 때마다 서류를 새로 제출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차라리 제출하지 않고 일하는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 궁금하다.

  A학생: “일하면서 단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써 본 적이 없어요. 근로계약서를 쓰고 싶었지만 사장님이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최저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B학생: “저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어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권리를 보호받지 못해 불안했어요. 이런 상황은 결국 사장님의 도덕성과 선의에 의존하게 만들죠.”

  C학생: “저는 내용을 알지 못하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해야 했어요. 사장님이 근로계약서의 세부 사항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지도 않은 채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거든요. 계약 내용을 모르니 문제가 생기기도 했어요. 근무를 한 달만 하고 그만두려했는데 근로계약서에 삼 개월 이상 근무하기로 계약이 돼 있었던 거예요. 결국 그만둘 수 없었죠.”

  -최저임금은 보장받았나.

  A학생: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최저임금인 7530원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사장님이 임금을 체불할 때가 많아서 괴로워요.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죠.”

  B학생: “하루에 9시간 정도 일하고 6만원 남짓한 돈을 받았어요. 다른 직원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내가 외국인 유학생이라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갔죠.”

  -아르바이트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A학생: “한국인 사장님은 제게 한국인처럼 빠르게 일하라고 요구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빠르게 일하기가 힘들었어요. 제가 여태껏 살아온 방식과 관습이 아니니까요. 일종의 문화 차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차이로 발생하는 문제를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E학생:“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특히 저는 존댓말이 서툴러서 고생했어요. 말을 할 때마다 사장님이‘지금 반말한 거냐’며 되물었죠. 하지만 이는 어학 실력이 향상되면서 나아지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학교 측에서 외국인 유학생 아르바이트와 관련한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는가.

  F학생: “외국인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아야 해요. 학교 국제처에서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알려줬어요. 많은 도움을 받았죠.”

  C학생: “신입생 환영회 시간에 잠깐 언급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이후에는 학교에서 직접적인 공지를 전달받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외국인 유학생으로 아르바이트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E학생: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가 간소화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저처럼 복잡한 절차 때문에 시간제 취업 신고를 망설이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D학생: “학교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인 가족이 있어서 한국의 노동 권리를 쉽게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외국인 유학생은 노동자라면 당연하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야간수당 같은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죠. 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B학생: “아르바이트를 하면 항상 최저임금을 못 받아 아쉬워요.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A학생: “저는 외국인 유학생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외국인 유학생이 일주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외국인 유학생은 주 20시간만 일할 수 있고 학교 수업 시간을 피해서 일해야 하니 일자리 구하기가 더 힘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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